그곳과 만나다 ④- 아라리오 갤러리 · 푸른 조각 광장
그곳과 만나다 ④- 아라리오 갤러리 · 푸른 조각 광장
  • 이민경 기자
  • 승인 2008.03.31 21:34
  • 호수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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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적 기발함이 엿보이는 곳

지난 금요일 오후 3시. 천안에 살면서도 이제껏 한 번도 찾지 않았던 아라리오 갤러리(천안시 신부동 소재)로 발걸음을 향했다. 학교를 오가면서 수없이 봐왔을 풍경과 자리지만 갤러리에 처음간다는 설레임 때문일까. 익숙한 풍경도 새롭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아라리오 갤러리 앞에는 딱딱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한 휴식공간이 자리 잡고 있다. 이 휴식공간에는 빨간 가방, 거대한 소녀상, 얽혀있는 숫자 등 갖가지 커다란 설치작품이 사람들을 맞이하고 있다. 단순한 쉼터인줄 알았던 이곳은 ‘푸른 조각 광장’이라는 이름이 있었다. ‘푸른 조각 광장’을 돌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이 작품들이 모두 각국의 유명 설치 작가들의 작품이란 것이다. 유명 예술인들의 작품이 이렇게 가까이 있다는 사실에 그저 놀랄 따름이었다.

푸른조각 광장 옆으로는 이곳에 처음 와본 사람이라면 입이 딱 벌어질만한 거대한 조형물이 있다. 푸른조각 광장 보다 훨씬 이전부터 설치돼 갤러리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는 ‘수백만 마일-머나먼 여정’이라는 설치물이다. 이 설치작품은 프랑스의 작가 아르망이 1989년에 999개의 차축으로 만든 것이다. 하늘높이 뻗어있는 이 조형물은 아라리오가 한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푸른조각 광장’을 둘러본 후 갤러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외관부터 범상치 않은 아라리오 갤러리는 굳이 아라리오 갤러리라는 간판을 보지 않고서도 충분히 미술과 관련된 건물이라는 것을 짐작케 한다. 건물 꼭대기 모서리 부분에는 하늘로 향하는 계단과 계단을 걷고 있는 마네킹이 설치돼있다. 건물 벽면에는 커다란 의자에 사람이 책을 읽고 있는 설치작품이 붙어있다. 상상치 못한 공간을 활용해 만들어내는 작품. 미술적 기발함이란 아마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아라리오 갤러리에서는 지난 24일부터 이진용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왠지 모르게 갤러리의 티켓 가격이 비쌀거라 생각했는데 3000원 밖에 하지 않았다. 갤러리 안으로 들어서면 ‘내 서랍속의 자연’이라는 이번 전시의 대표작품을 가장 먼저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너비 7.3m , 높이 3.2m 의 초대형 서랍장으로 서랍 칸칸마다 무려 1000여 개의 다른 책 이미지가 그려져 있다.

작가는 관람객을 위한 센스를 발휘해 300개의 서랍장은 실제 서랍처럼 열고 닫을 수 있게 제작했다. 서랍안에는 서랍앞에 그려진 책의 내용을 알 수 있는 소재들이 들어있다. 높은 곳의 서랍장도 열어 볼 수 있도록 사다리까지 놓여져 있어 서랍을 열어보는 묘미를 한층 더 느낄 수 있었다. ‘이 서랍을 열면 뭐가 들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계속해서 유발됐다.

 거대한 서랍장을 열어보는 재미에서 빠져나와 회화 작품들을 둘러보았다. 한 사내의 턱수염 한올한올 조그마한 것 까지 세밀하게 표현해낸 작가의 표현력에 다시 한번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3층에 전시된 작품들을 다 보고 4층 전시실로 향했다.

4층에는 두 개의 공간이 설치돼 있다. 작가의 작업실을 고스란히 옮겨온 하나의 방에는 책, 시계, 타자기, 전기, 기차, 카메라 등의 수집품들이 전시돼있는데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듯 했다. 그 옆에는 이와는 대조적으로 새햐얗게 설치된 방이 있었다. 방에는 책장속에 수많은 책들이 꽂혀져 있는데 진짜 책들을 작품으로 만든 것이라고 한다.

새하얀 방에 있자니 왠지 마음까지 하얘지는 느낌이 들었다. 문화예술 공간이 부족하다며 투덜거리면서도 가보지 않았던 아라리오 갤러리. 눈길을 조금만 돌려보자. 그곳에 가면 눈과 머리와 마음이 즐거워지는 아라리오 갤러리와 푸른 조각 광장이 있다.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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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ssion529@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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