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과학자의 거짓말
39) 과학자의 거짓말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8.04.01 17:26
  • 호수 1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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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대놓고 거짓말해도 웃어넘길 수 있는 날인 만우절이다. 누구라도 만우절에 얽힌 학창 시절의 추억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을 벗어나 성인이 되면 만우절은 별 날이 아니게 된다. 최근 미국의 한 심리학자에 의하면 성인은 평균 7분 만에 한 번씩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이쯤 되니, 만우절이 특별할 리 없다. 최고 인기 가요에까지도 거짓말은 많다. 작년에는 빅뱅이, 그 전에는 God도, 클론도 다 “거짓말”이란 제목의 노래로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아마 70년대 같았으면 ‘불신 풍조 조장’이라는 이유로 금지곡이 되었을 법한 유행가 제목들이다. 만우절 분위기를 띄워주는 ‘쿨한’ 거짓말은 생활의 활력소가 되지만, 그 정도가 심하면 큰 혼란을 야기한다.

1976년, 영국의 천문학자 무어는 BBC 라디오 방송국에 나와 청취자들을 상대로 의도적인 사고를 쳤다. 오전 9시 47분경 명왕성이 목성 뒤를 지나갈 때 일시적으로 중력에 문제가 생겨 지구의 중력이 감소될 것이며, 이 때 지구에 사는 인간도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들 것이라는 무어의 목소리가 전파를 탔다. 오전 9시 47분이 되자 떠다니는 경험을 했다는 수많은 청취자들의 전화가 폭주했다. 심지어 어떤 여성은 친구들과 함께 방을 떠다닌 경험을 했다고 전했다. 이는 담당 PD가 사전 기획하고, 천문학자 무어가 시나리오를 쓴 만우절 해프닝이었다.

사실 정치인의 말보다, 변호사의 말보다, 사업가의 말보다 과학자의 말이 더 신뢰롭게 들린다. 이는 과학 활동이 진리 탐구에 가장 가까이 있다는 의미다. 공영 방송에서 전문 지식을 갖춘 천문학자가 나와 진지하게 말할 때 믿지 않을 청취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진짜 사고는 이런 게 아니다. 돈이나 명예를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고, 남의 업적을 가로채고, 권력 앞에서 아닌 것을 맞다고 하는 과학자들이 친 사고가 더 문제다. 전자의 전하량을 측정하여 192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미국의 밀리칸은 1953년 사망할 때까지 최고의 과학자 대접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 밀리칸이 의도적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실험 데이터만 선택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원자설로 유명한 돌턴도 당시 실험 결과로는 도저히 믿기 어려울만큼 정밀한 실험 결과를 내놓았다. 돌턴의 당시 실험과 동일하게 실험한 결과, 돌턴이 주장한 비율을 얻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멘델이 유전 법칙을 발표할 때 근거로 했던 완두콩 실험 결과도 50개의 형질 중 자신의 모델에 부합되는 7개 형질만 고르고 나머지 43개는 버렸다는 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심지어 뉴튼도 거짓말을 했다. 뉴튼은 1687년 “자연 철학의 수학적 기초”란 책을 저술하며 근대 과학의 목적과 방법을 확립했다. 그러나, 실제 자연 현상이 자신의 이론에 들어맞지 않을 때 그는 거짓 사실로 자신의 주장을 이어나갔다. 천재적인 과학자들의 거짓말은 어설프지 않기 때문에, 당대에는 감쪽같이 속아 넘어간다. 게다가 그 과학자가 과학계 최고의 권력을 누리고 있기까지 하다면 누군가 이의를 제기해도 그는 외로운 싸움을 벌이다가 실패한 사례는 많다. 그러나, 진리란 언젠가는 반드시 밝혀지기 마련이다. 과학의 역사도 이를 말해준다. ‘진리를 가슴에 품고 있으면 자유로워지고, 거짓을 머리 위에 쓰고 있으면 구속된다’는 진리를 다시금 새겨보는 유쾌한 만우절이 되었으면 좋겠다.

신동희 교수
신동희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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