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 꿈에 대한 분석④
어젯밤 꿈에 대한 분석④
  • 김난주
  • 승인 2008.04.0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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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서 어떤 옷을 입고 있었나요?

옷에 관한 꿈을 꿀 때가 가끔 있다. 입을 옷을 장롱에서 찾는데, 그 많은 옷 중에 입을 만한 옷이 없다거나, 옷을 사려고 한다거나, 옷을 세탁하는 꿈 등이다. 때로는 옷을 입었는데 맞지 않거나, 옷을 맞추었는데 아직 완성되지 않았거나, 혹은 발가벗은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등, 옷과 관계되는 꿈은 수없이 많다. 다음에 예를 들 꿈은 친구와 함께 여행하면서 들었던 꿈 중의 하나다.

직장동료 중에 옷을 잘 입는 A란 여성이 보였다. 그런데 내 앞에 멋있는 옷이 눈에 띄었다. 한때 유행했던 금속(철)이 박혀 있는 옷 종류였는데, 번쩍번쩍하게 빛나는 금속이 옷 전체에 빽빽하게 박혀 있는 파란색의 화려한 옷이었다. 나는 그 옷이 몹시 마음에 들어 입어보았다.

필자는 이 꿈을 다 듣고 난 뒤 우선 A라는 직장 동료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녀의 말로는 평소에 A는 옷을 멋있게 입고 다니는 여성인데, 어느 날 A가 흰 치마를 입고 출근했다고 한다. 옷 자체는 훌륭했는데, 그런데 흰옷이라서 속옷이 비치더라는 거였다. 그녀는 내심 ‘흰 옷을 입을 때는 속옷에 신경 써야 하는데 왜 저러지?’ 하면서 의아해 했다고 한다.

그래서 필자는, 만약 꿈 속에서 입어보았던 금속 옷을 현실에서 입는다면 어떨 것 같으냐고 물어보았다. 그녀는 한참 생각하더니 “글쎄, 실제로 이런 옷을 입어본 적은 없는데, 좀 어색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그래서 필자는 “이런 옷을 입으면 활동하는 데는 어떨까?” 하고 물어보았더니 “멋있긴 하지만 활동하는 데는 지장이 있지.” 하고 그녀는 답했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멋있고 화려한 옷이라도 활동하는 데 불편하면, 좋은 옷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 꿈은 그녀의 의식의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다. 꿈 속에서는 나타나는 옷은 의식의 태도를 상징할 때가 많다. 우리는 대개 상황에 따라 옷을 달리 입는다. 잘 때는 편안한 잠옷을, 운동할 때는 운동복을 입으며, 외출할 때는 활동성은 좀 떨어지지만 정장차림을 한다. 운동할 때 잠옷이나 정장차림을 하지는 않는다. 만약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꿈에서 옷이 나타나는 경우 현실에 대응하는 의식의 태도를 나타낼 때가 많다.

이 꿈에서 직장 동료 A가 나타난 것은 A와 같은 면을 그녀가 지니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개 꿈에 나타난 인물은 꿈을 꾼 이의 어떤 요소를 보여준다. A는 평소에 옷을 멋있게 입는 사람인데, 속옷이 비치는 흰옷을 입었던 실수 또는 무신경한 태도가 친구에겐 인상이 깊었던 것 같다.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 이 꿈의 소재로 활용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친구가 어떤 면에서 A처럼 평소 옷을 잘 입다가 실수하고 있는 걸까? 심리학적으로 말하면 친구의 어떤 면이 잘못된 의식의 태도를 드러내고 있는 걸까? 이는 친구가 선택한 옷에서 드러난다. 그녀가 입어본 옷은 화려하고 멋있지만 활동하는 데는 적합한 옷이 아니었다. 차갑고 딱딱한 금속이 가리키는 바와 같이, 친구가 선택한 옷은 몸이란 자연, 본능에 장애가 되는 옷이다. 속이 비면 배가 고파 밥을 찾게 되고, 밥을 먹으면 배설을 하는 등 일체의 몸의 활동은 자연과 본능에 따른다.

그런데 이처럼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몸의 활동에 제약이 되는 옷에 그녀는 반해 있다. 이는 그녀의 의식의 태도가 딱딱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본능에 위배되는 것임을 보여준다. 더구나 그 옷은 파란 색인데, 붉은 색이 감정이나 정서 등과 관련됨에 반해 파란 색은 이성, 지성과 관계된다. 이러한 옷의 특성은 그녀가 이성과 지성이 지닌 특성에 따라 사태를 판단하고 재단하여, 옳다고 생각하는 바대로 행동하는 의식의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이러한 취지가 담긴 말을 친구에게 하니, 그녀는 혹시 자신이 계획하는 것과 관계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면서 요즘의 관심사를 말했다. 자녀가 중학교 다니는데, 내년이면 중3도 되고 해서 이대로 둬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다른 집 애들은 학원을 몇 개씩이나 다니는데, 너무 자유롭게 내버려둔 게 아닌가 싶어서 이제부터 다잡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녀와 꿈분석을 계속하지 않았기에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만약 이 꿈이 자녀교육과 관계있다면 친구의 계획은 잘못된 것임을 나타낸다. 부모의 생각에는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이 자식의 장래를 위해서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건 알 수 없는 일이다. 이 꿈에서 보여주는 바와 같이 그러한 멋있는 계획은 자녀가 처한 특성이나 재능,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대개의 부모들은 자신의 생각을 특히 교육에 있어서는 자녀에게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친구는 그 뒤에도 가끔씩 들으면 자녀교육 문제로 심리적 부담을 느끼는 듯했다.

옷 꿈이 나온 김에 다른 예를 더 들어보기로 한다. 예전에 한 번 예를 든 적이 있는 조카의 꿈이다.

① 직장 동료가 내 옷에 시선을 주면서 “이 옷이 좋다고 생각하세요?” 하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저 사람은 이 옷을 예쁘지 않다고 생각하는구나’ 싶어 당황스러웠다.

② 옷장에 옷이 여러 벌 있었다. 한데 아래 위가 맞는 옷을 찾았지만 한 벌도 찾지 못했다.

③ 옷가게에서 옷을 고르고 있었다. 짙푸른 비로드 자켓과 반짝이는 은회색 블라우스, 그리고 치마를 입어보았다. 비로드 자켓이 고급스러워 보였다. 돈을 계산하려는데, 처음에는 여점원이었는데, 나의 아버지가 가게 주인이었다. 그런데 블라우스는 원래 내 것이었다. 그래서 블라우스 안쪽의 상표를 보여주며 이건 원래 내 것이라고 말했다. 상표딱지에는 선명하게 L 자가 적혀 있었다. 이는 LG제품임을 나타내는 것으로, 내 것임을 주장하는 근거였다. ‘금성’이라는 단어를 말하려는데 생각나지 않고 입안에서만 맴돌았다.

이는 모두 동일한 사람(여성)이 꾼 꿈이다. 각 꿈들은 2주 내지 한 달 정도의 시간이 경과하면서 꾼 것들이다. 물론 이 사이에도 먹는 꿈을 꾸기도 했는데, 이런 것들이 모두 변화를 모색해나가는 꿈이었다. 필자가 연속해서 꿈의 사례를 든 것은 의식이 변화해가는 과정을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덧붙이자면 꿈은 원래 한 편만 가지고서는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꿈 한편 한편은 모자이크로 된 그림의 한 조각과 같다. 모자이크로 된 그림은 조각들이 모여야 어떤 형태인지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꿈도 여러 개를 모아 두고 관찰해봐야 자신의 에너지(리비도)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꿈을 일기장을 쓰듯이 꼬박꼬박 써놓으면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꿈 ①에서 직장 동료로 나타난 사람은 꿈을 꾼 사람의 어떤 요소이다. 따라서 옷에 대한 직장 동료의 견해는, 꿈을 꾼 이의 무의식이 옷을 바꿔 입어야 할 필요, 다시 말하면 의식의 변화가 필요함을 감지하고 있다는 것을 말한다. 물론 그녀는 의식상으로 이를 아직 알지는 못하고 있었다. 꿈 ①이 아직 꿈 자아가 옷을 바꿔야 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비해 꿈 ②에서는 꿈 자아가 자신에게 맞는 옷을 물색하고 있으니 진척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다가 꿈 ③에 이르면 드디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아낸다. 꿈 ③에서 짙은 남색 자켓은 그녀의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특징을 잘 드러낸다. 더구나 옷가게의 주인이 아버지였다는 점은 그녀가 심리학에서 말하는 ‘아버지의 딸’임을 말해준다. 그녀는 필자가 보기에도 어머니(여성)보다는 아버지(남성)의 가치관을 가진 여성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블라우스를 원래 자기 옷이며, 그 근거가 L(LG), 금성이라는 점이다. 금성은 영어로 비너스(아프로디테)인데 이는 여성성, 에로스와 관계있다. 따라서 이는 남성적인 특성, 논리성이나 사고기능을 위주로 하던 그녀의 의식 태도가 여성성, 에로스, 감정기능의 특성도 지니게 됨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녀가 지난번에 귀신인 초등학생을 낳은 것과 같은 맥락에 있다.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두고 볼 일이다.

지금까지 이야기로 본다면 현실에서나 꿈에서나 자신에게 맞는 옷이 좋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맞지 않는 옷을 입었거나, 옷을 찾지 못하는 꿈을 꾸면 자신의 의식의 태도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하면서 이번 글을 끝낸다.

김난주
김난주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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