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 죽전캠퍼스 건설 ‘하자’ 많다
[탐사보도] 죽전캠퍼스 건설 ‘하자’ 많다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04.07 14:41
  • 호수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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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높아간다” (工聲高處 怨聲高)

죽전캠퍼스의 생활도 7개월째, ‘새 집에 이사 온 주민들’의 불만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부실한 마무리 공사의 흔적이 캠퍼스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으며, 건물의 특성에 맞지 않는 설계로 시설 이용에 불편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본사는 3주간의 밀착 취재를 통해 ‘입주자’들의 불만 내용을 조사했다.<편집자 주>

체육관 1층 주경기장에서 만난 고태훈(체교·2) 군은 “신발 밑창이 고무로 되어 있는 배구화를 신고 뛰어도 미끄러울 정도”라며 바닥에 깔려 있는 나무가 질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말을 꺼냈다. 이름 밝히기를 꺼려한 체교과 4학년생 역시 “예전의 한남동 캠퍼스나 천안캠퍼스 경기장이 운동하기에는 훨씬 좋다”며 “나무 재질이 눈으로 보기에도 차이가 확 난다”고 말했다. 또한 곽병화 조교도 “경기장 바닥이 충격 흡수가 잘 안 돼, 매일 실습을 해야 하는 체교과 학생들은 무릎과 허리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체육 교육과 학생
이에 대해 시설관리과 측은 “주경기장 바닥은 22mm의 캐나다산 단풍나무를 깔았고, 그 밑에 15×55×135mm 규격의 방진고무를 405mm 간격으로 깔아서 미끄럼이나 충격흡수에 크게 이상이 없을 것”이라며 “여건상 학생들 개개인의 요구를 하나하나 다 맞출 수 없어서 미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대학 장봉군 농구부 감독은 “천안캠퍼스 농구부 학생들이 죽전에서 운동하기를 꺼려한다”며 “농구가 방향 전환이 많은 운동인데, 미끄럼이 심해 시합하기 곤란했다”는 소견을 밝혔다.

사용자 “주경기장 바닥 미끄럽고 충격흡수 못해 운동하기 힘들어”
시설관리과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다”


체교과 양비오 조교 역시 “일반 학생들이 여가 활동으로 운동하기엔 만족스러울지 몰라도, 전공 실기 수업을 진행하는 데는 어울리지 않는 나무 재질”이라는 의견을 밝힌 후 “지금으로서는 미끄럼을 방지하는 방법이 매일 바닥을 닦는 것 이외에는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체육관 지하 1·2층 역시 설계상의 문제가 제기됐다. 익명을 요구한 무용과 학생은 “지하라 공기도 안 좋은데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창문 크기가 너무 작다”며, 지하 2층 무용실의 환기 문제를 지적했다. “천장이 너무 높아 환풍기가 가동된다 하더라도 별 효과가 없다”며 “무용실 환경만 놓고 보면 지상 1·2층에 있던 천안캠퍼스가 더 낫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지하 1층에서 에어로빅 교양 수업을 듣는다는 모 학생 역시 “환기가 안 돼 덥고 불쾌감이 크다”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 20여 명이 실습중인 무용실. 그나마 있는 창문을 열면 바로 주차장이다.
이에 대해 무용과 김현숙 교수는 “천안에 있을 때 하나밖에 없던 무용실이 지금은 세 개로 늘어나 만족스러워하는 학생들도 많다”며 “천장이 높을수록 오히려 환기가 잘되는 것 아니냐”라며 의문을 표했다. 시설관리과 측은 “지하층에 위치한 실습실의 환기를 위해 아침 7시부터 밤 12시까지 ‘3시간 가동 1시간 휴식의 체제’로 환풍기를 틀고 있다”며 “아무래도 기계를 이용한 강제 환기 방식이 이전에 천안캠퍼스에서 느끼던 자연 환기 방식을 따라가지 못해서 생기는 불만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1996년에 제정되고 2003년에 개정된 ‘다중이용시설 등의 실내공기질 관리법’에서는 <다중이용 시설의 소유자 등은 시행규칙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실시하는 실내 공기질 관리에 관한 교육을 받아야 하며...시공이 완료된 공동주택의 시공자는 실내 공기질의 측정결과를...입주민들이 잘 볼 수 있는 장소에 공고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즉, 지하 실습실만이라도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공기질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용자: "경기장 바닥이 떠오르는 게 말이 되는가?"
시설관리과: "나무의 수축팽창으로 그럴 수 있는 것 "

주경기장 바닥에 대한 불만은 미끄럼과 완충뿐만이 아니었다. 경기장을 안내하던 곽병화 조교는 “나무가 밀려서 올라온 곳이 있어 시설관리과에 얘기해 놓은 상태”라며 그 장소를 보여줬다. 이에 대해 시설관리과 측은 “계절이나 날씨의 변화에 따라 나무가 수축 팽창을 하면서 이런 현상이 생겼다”고 이유를 설명한 뒤 “학생들의 수업을 고려해 투표날인 9일 공사 예정이다”는 일정을 밝혔으나, 장봉군 농구부 감독은 “경기장 바닥이 뜨는 것은 본 일이 없다”며 의아함을 표했다.

이밖에도 겨우내 쌓였던 눈이 녹으면서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기도 했다는 의견이 있었으나, 시설관리과는“지붕이 돔 형식의 구조이기 때문에 물이 샐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차후 그런 일이 생기는 대로 바로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체육관 설계를 맡았다는 POS A.C.측 담당자는 연락이 되지 않아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감리사 역시 설계사와 같은 회사인 POS A.C.였다. 감리사는 설계도서가 당해 지역 등에 적합한지를 확인해야 하며, 누수·방음·단열 시공의 적정성을 확인할 의무를 지닌다. 하지만 이런 적정성을 수긍하기에는 상황이 모호하다.


사용자: "올 여름도 벽에 곰팡이?"
시설관리과: "하자 아니다. 지속적인 관리 필요"

작년 여름, 벽에 물기가 흐르고 곰팡이가 생기는 등 심한 결로(結露)현상으로 “누수가 아니냐”는 오해까지 받았던 음악관의 타악기 보관실과 체육관의 체육 기자재 보관실에 대한 우려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태준(기악·3) 군은 “습기에 민감한 타악기를 살리려고 부랴부랴 다른 곳으로 옮기던 친구들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며 “올 여름은 괜찮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양비오 조교 역시 “고가의 장비를 보관하는 기자재실에 습기가 차 고육지책으로 온풍기를 활용해 실내를 건조시켰다”며 그때의 상황을 전한 뒤 “그 뒤 특별한 조치를 받지 못해 올 여름이 걱정”이라고 밝혔다.

시설관리과 측은 “결로현상은 하자라기보다는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것”이라며 “우기철이 시작되는 여름방학동안은 담당자를 지정해 통풍을 자주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2월23일 KBS 뉴스9 <현장추적>에서는 강재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문틀과 문 사이로 외부 공기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결로현상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며 인천의 한 주공 아파트의 사례를 보도한 바 있다. 우리대학 시설관리과 측은 “신축건물의 경우 골조가 자체 수분을 포함하고 있어 오래된 건물에 비해 결로현상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자체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으나, 인천의 주공 아파트 사례와 같이 구조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는 얘기이다.

음악관 역시 ‘음악관스럽지’ 못했다. 예전부터 제기되던 방음 문제가 얼마 전 방음 공사 후에도 고쳐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태준 군은 “방음을 했다고는 하는데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며 “옆 강의실의 말소리만 안 들릴 뿐 음악 소리는 그대로 다 들린다. 음대의 특성에 맞지 않는 방음 공사였다”고 말했다.

"체육관만 미끄러운 게 아니에요!"

들샘길 수로의 안전 문제도 제기됐다. 김은비(언론영상·3)양은 “이전 직후엔 가온로에서 여러 번 미끄러지더니, 이제는 들샘길에서 넘어지고 있다”며 “특히 겨울에 눈이 녹아있는 들샘길 수로 사이를 가로지르는 학생들 중 넘어지는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현재 들샘길 수로는 몇몇 부분에 미끄럼 방지 처리를 해 놓았으나, 꼭 그 위치를 골라 건너는 학생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 좌측이 미끄럼 방지 처리가 되어 있는 부분. 우측과 비교해 차이가 난다.
이밖에도 “마무리 공사가 미비해 새 건물 같지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개강하고 학교에 나오니 건물 내부 벽 곳곳에 금이 가 있었다”, “바닥에 깔려있는 블록이 자꾸 움직여서 빠질 것 같다”, “건물과 땅이 만나는 면의 공사 마무리가 잘 안 돼 바닥이 푹 꺼져있다”는 내용들이다.

시설관리과 측은 “시공사인 금호건설 쪽이 완벽하다고 해도 우리는 계속해서 확인하고 업무 요청을 하고 있다”며 “공사 현장이 100% 완벽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문제점들을 고쳐나가고 있다. 그래서 하자보수 기간이 있는 거고 최선을 다 해 학생들의 불만들을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사용자 측과 관련부서 측의 입장은 평행을 긋고 있다. 사용자 측은 “처음부터 잘못된 설계에 짧은 공사기간이 빚은 부실시공”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으며, 시설관리과는 “공사 후 생기는 일반적인 하자”라고 맞서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A부서의 한 직원은 “시설관리과 측의 노력을 과소평가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괜찮다 괜찮다’는 말 말고, 좀 더 시간을 두고 안전 진단을 하면 좋겠다. 예방 차원에서 말이다”라는 의견을 보였다.

시공사와의 계약으로 보장돼 있는 하자보수 기간은 ▲외부 인테리어▲조경▲방수 등의 종류에 따라 각각 1년, 3년, 5년의 차이를 보인다. 이 기간이 끝난 후 생기는 공사비용은 학교 측이 부담해야 한다. 학생들의 등록금과 동문들의 발전기금, 그리고 재단 전입금이 ‘헛된 곳’에 쓰이게 될 지 아닐 지는 학내 구성원, 특히 관련부서가 보이는 관심과 노력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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