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과연 평등한가?
장애인, 과연 평등한가?
  • 권용우 명예교수
  • 승인 2008.04.08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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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하면 힘이 배가 된다
“6박7일간 사막을 달리면서 매일 발목이 잘려나가는 것 같은 통증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앞 못보는 나를 위해 아들이 내 앞을 뛰고 있는데 무너질 수는 없었죠. 강인한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이를 악물고 견뎠습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건조한 사막으로 꼽히는 아타카마사막의 250km 마라톤 코스를 완주한 시각장애인 송경태씨(47, 전북시각장애인 도서관장)의 말이다. ‘악마(惡魔)의 발톱’으로 불리는 소금사막을 통과할 때에는 “정강이 근처까지 올라오는 모랫길을 걸으며 발목이 잘려 나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고도 했다. 6일, 칠레의 사막도시 산페드로에서 막을 내린 ‘아타카마 사막 마라톤대회’에서 송 관장은 아들 원씨(21)와 함께 250km 코스를 완주했다.

지난 달 30일부터 6박7일간 250km를 달린 대장정이었다. 아타카마사막은 해발 3,000 ~ 4,000m의 고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산소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거의 평지가 없는 험준한 산악지형을 이루고 있어서 경험이 많은 마라토너들도 출전 자체를 꺼려한다고 한다. 이 번 대회에서도 71명의 참가자 가운데 7명이나 중도에서 포기했지만, 송 관장은 악조건을 이겨내고 완주에 성공했다고 한다.

더욱이, 송 관장은 앞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의 핸디캡을 딛고 험준한 코스를 달리고, 또 달려야 했다. 불굴의 완주(完走)! 인간승리, 바로 그것이다. 송 관장에게 달릴 수 있는 힘을 준 것은 아들 원씨였다. 아들 원씨는 250km 코스를 달리면서 시각장애 1급인 아버지의 ’눈’이었다.

250km를 달려 결승점을 통과한 뒤 아들 원씨는 아버지를 포옹하며, “아버지의 그늘이 이렇게 크고 시원하다는 사실을 평소에는 몰랐다”고 했다. “사막에서 아버지와 함께 달린 7일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도 했다.

송 관장은 이 번 대회 이전에도 사하라사막과 고비사막 마라톤대회에서 완주한 경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 번 대회가 그에게는 세 번째의 기록인 셈이다. 송 관장은 금년 11월에 열릴 예정인 남극 마라톤대회에도 참가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의 건투를 빈다.

생각을 바꾸면 함께 할 수 있다
오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이 날은 장애인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의욕을 높이기 위하여 1981년에 제정되었다. 장애인복지법(1981년 당시에는 ‘심신장애자복지법’이었음)에 근거를 두고 있다. 이 법은 “장애인의 인간다운 삶과 권리보장을 위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책임을 명백히 하며, --- 장애인의 생활안정에 기여하는 등 장애인의 복지증진 및 사회활동 참여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리고,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을 두어 장애인이 그 능력에 맞는 직업을 갖도록 하고, 더 나아가 장애인기업활동촉진법에서는 장애인의 창업과 기업활동을 촉진함으로써 장애인의 경제적 ․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켜주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게 웬말인가! 최근 신문보도에 의하면, 재계(財界)가 ‘장애인 채용 의무’가 기업활동에 부담을 주는 규제라며, 이를 완화해 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고 한다. 이는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5단체가 회원사(會員社)의 요구를 반영해 정부에 제출한 267건의 “경제 규제 개혁 과제”에 포함된 것이라고 한다. 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는 반드시 완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해서 모든 규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 채용 의무’는 기업에 부담이 된다고 해서 풀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기업은 장애인 고용에 관한 정부의 시책에 협조하여야 하며, 장애인이 가진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하여 고용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할 책임이 있다. 물론, 장애인도 직업인으로서의 자각(自覺)을 가지고 스스로의 능력의 개발 ․ 향상을 도모하여 유능한 직업인으로서 자립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매년 맞게 되는 ‘장애인의 날’이 자칫 형식에 흐르지 않을까 염려된다. 한국장애인재활협회에 의하면, 2007년 12월말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장애인 수는 200만명을 헤아린다고 한다. 그리고, 이 가운데 90%는 출생 후의 질병이나 불의의 사고에 의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가 예비장애인일 수 있다.

이제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 제2, 제3의 송 원씨가 되어 장애인의 손과 발이 되어주자. 우리는 하늘 아래 모두 같은 사람이 아닌가. 생각을 바꾸면 함께 할 수 있다.




권용우 명예교수
권용우 명예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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