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전공제도의 허와 실
다전공제도의 허와 실
  • 이은지
  • 승인 2008.04.08 10:04
  • 호수 12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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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서울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은 최소 2개의 전공을 선택해야 한다. 입학할 때 선택한 전공 외에 복수전공, 연합전공, 부전공 등 6개의 전공유형 중 하나를 선택해 이수해야 한다. 우리대학에도 여러 가지 전공유형이 개설되어 있다. 제1전공부터 복수전공에 해당하는 제2,3전공, 연계전공, 부전공이 있다. 학교 내에서 자신의 주 전공 외에 다른 전공을 병행하고 있는 학생들을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우리대학 같은 경우 다른 전공을 이수하려면 2학기 때 이루어지는 전공신청에서, 자신의 전공 외에 원하는 전공을 써서 과사무실에 제출하고 해당이수학점만 들으면 누구나 복수전공을 할 수 있다. 또한 원하는 학과의 전공수업을 듣고 졸업하기 전에만 신청을 하면 되며, 반대로 신청을 한 뒤 수업을 들어보고 적성에 맞지 않으면 다시 지우면 된다. 비교적 매우 간단한 절차이다. 예대와 의대, 간호대를 제외하고 어느 전공자든지 다른 전공을 신청하여 학문적 소양을 넓혀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이다.

단국대학교 학생이면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기회라는 면에서 긍정적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약간 비틀어서 보면 다소 무책임한 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어느 정도의 열의와 어느 정도의 실력이 갖춰진 학생을 선별하여 그 학생들에게 다(多)전공의 기회를 준다면 수업의 질은 더 높아질 테지만 혹여나 주 전공의 점수가 낮다고, 단순히 어느 학과가 비전이 있어 보인다고 복수전공을 선택한다면 열심히 듣는 학생들에게 해(害)만 되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학교는 경영학과, 신문방송학과, 언론홍보학과 등 소위 인기학과라 할 수 있는 학과의 복수전공을 하기 위해서 학점 4.0을 넘는 것은 기본이고 토익은 900점을 넘어야 하며, 자기소개서로 면접까지 봐야 한다고 한다. 조금 깐깐하고 복잡하긴 하지만 이렇게 한다면 힘들게 합격한 학생들이므로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도 높을 것이고 이것이 곧바로 수업의 질로 이어질 것이다. 또한 타(他)학과라고 차별을 받는 일도 줄어들 수 있다.

사실 주 전공자들은 복수전공자들로 인해 은근히 많은 피해를 본다고 한다. 조별 발표나 학점은 전공을 떠나 개인의 역량과 성실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피해보지 않는다고 해도 매 학기 초 수강신청에 있어서의 애로사항은 단대인이라면 모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다른 대학들의 사정을 봐도 인기학과로 복수전공자들이 많이 몰리는 탓에 수강신청을 하기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단국대학교의 사정도 못지않다. 경영계열의 학과로 학생들이 많이 몰려 수강신청일만 되면 학교에 컴퓨터가 있는 곳은 모두 학생들로 꽉 찬다. 방학 동안 힘겹게 짠 시간표는 1분도 안되어 승패가 갈리고 패자는 다시 정정기간을 기다려야 한다. 수강신청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필자는 4학년이므로 다가올 가을의 수강신청전쟁만 잘 치러내면 입사전쟁을 하러 사회에 나가야 한다.

하지만 그 다른 전쟁의 전투복에 붙을 ‘복수전공자’라는 이름표가 남들이 볼 때 전문성 없는 이름표가 될까봐 조금 겁이 난다. 이런 생각을 하는 학생이 비단 필자 뿐만은 아닐 것이다. 단국대학교의 복수전공자는 ‘멀티 플레이어(Multi-Player)' 라는 칭찬을 들을 수 있도록 학생과 학교 측이 같이 노력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은지
이은지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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