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운하, 우나?
41) 운하, 우나?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8.04.14 02:14
  • 호수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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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과 마찬가지로 우리 국민의 선택은 ‘황금 분할’이었다. 이번 총선을 통해 우리 국민들은 여당에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되 마구잡이식 밀어붙이기는 안된다’, ‘잘 먹고 잘 살게 해 줄 것을 기대하지만, 원칙을 벗어나서는 안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부터 당분간 보수끼리의 싸움이 전개될 양상인데, 정책적인 측면에서 우선 눈에 띄는 쟁점이 대운하다. 대운하 논의는 이미 2년 전부터 국민들에게 알려졌고, 아마도 그 이전부터 계획되었을 것이다. 작년 한나라당 내부 경선에서도, 대선에서도 대운하는 늘 쟁점의 한 가운데 있었다.

정책이 실종되었던 이번 총선에서도 대운하는 거의 유일한 정책 공방의 소재였다. 그런데, 한나라당의 얼굴 마담격 공약이었던 대운하가 이번 총선에서는 애써 감추려 하는 공약이 되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다. 한 때는 서슬 퍼렇던 대운하의 기세가 왜 이렇게 꺾였을까 생각해 보면 분명 문제가 있기는 한 것 같다.

관련 문서를 뒤져보니 대운하를 지지하는 측의 논리는 이상적이지만 주관적이고 근거가 빈약하다. 반면, 대운하를 반대하는 측의 논리는 현실적이지만 객관적이고 과학적 근거로 무장되어 있다. 대운하 찬성 측에서 반대 측의 논리를 방어할 때, 가장 허접하게 들리는 것이 환경 측면이다.

대운하 찬성 측의 논리는 ‘지속 가능한 개발’과 가깝다. 찬성 측은 수변 구역 조성, 생태 하천, 운하 습지 조성으로 다양한 생물체의 서식처 생성 등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속 가능한 개발’ 논리를 뛰어넘는 ‘환경 친화적’ 비약으로까지 들린다.

그러나, 대운하 건설은 환경 친화적이기는 커녕 지속 가능한 개발이라고 하기도 뭣하다. 지속 가능한 개발은 불가피하게 개발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될 때의 논리다. 개발이 최후의 선택이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대운하 개발이 과연 불가피한 것이냐는 질문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인위적으로 없앴던 물길을 다시 튼 청계천 사업은 분명 지속 가능한 개발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대운하와는 다른 상황이었다. 지속 가능한 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자연 그대로 놔두는 것[let it be]이 가장 친환경적’임에 동의한다.

멀쩡하게 흐르는 강물을 인위적으로 막고 트고 하는 것은 분명 개발을 위한 개발이다. 골짜기의 물을 산꼭대기까지 올려야 하고, 육중한 바지선이 새들도 넘기 어렵다는 새재를 넘어야 하는 것도 자연의 거대한 흐름을 역행하는 장난질이다.

직강화, 준설, 구조물 설치 등으로 습지를 포함한 생태계의 훼손, 저서 생물 및 어류의 서식지 훼손은 비가역적 환경 파괴다. 지속 불가능한 개발이란 얘기다. 물류 운송 문제 해결이 그렇게 급하다면, 건설 사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만이 전부라면, 70∼80년대 동경의 대상이었던 TV 속 “사랑의 유람선”을 굳이 운하에 띄우고 싶다면, 뭐라 할 말은 없다.

하지만, 경부선 철도를 복선화한다면, 첨단 고부가가치 산업을 통한 고학력 일자리 창출을 계획한다면, 동해로부터 남해를 거쳐 서해까지 환상의 코스를 도는 크루즈를 운항한다면, 이것도 괜찮지 않겠는가. 훨씬 적은 비용을 들이고, 환경의 파괴를 줄이면서, 대운하 이상의 효과를 본다면 이보다 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선택이 어디 있겠는가.

이명박 대통령도 말했듯이, 우리 국민은 정치보다 앞선다. 총선에서 드러났듯이 대운하에 대한 민심이 또 정치인을 앞섰다.

신동희 교수
신동희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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