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지∙재미∙전공 살릴 수 있는 긍정적 방향 필요
취지∙재미∙전공 살릴 수 있는 긍정적 방향 필요
  • 차윤단, 최이슬 기자
  • 승인 2008.04.14 03:00
  • 호수 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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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 살린 프로그램, 이색적인 MT장소로 새로운 변화 모색하자

대학생활의 낭만 중 하나인 MT(Membership Training). MT는 대학 시절 친구와 선후배끼리 우의를 다지는 자리이자 먼 훗날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뜻 깊은 행사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술 마시다 끝나는 뻔한 연례행사’로 여길 정도로 어느새 그 의미와 목적은 퇴색하고 변질됐다. MT철이면 술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사고들이 뉴스에 도배되는 것이 이에 대한 방증일 것이다. 그렇다면 좀 더 유익하고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리대학 국어국문학과와 체육교육과 등의 좋은 예와 타 대학의 이색적인 MT 현장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지난 10일 오전 죽전캠퍼스 평화의 광장에서 MT를 가기 위해 차량을 기다리는 학생들.
봄꽃은 4월이 되니 만발하기 시작했고 캠퍼스에는 학과 별 MT가 시들어 끝나가기 시작했다. 대학의 꽃이라고 불리는 몇 가지 중 MT를 빼놓을 수 없는 것은 MT가 캠퍼스의 자유와 젊음을 대표적으로 표현하는 아이콘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Membership Training을 뜻하는 MT는 대학에서만 한정되는 말이 아닌데도 왠지 캠퍼스의 상징처럼 되어버렸다. 미팅, 동아리에 이어 대학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요즘 들어 술로만 얼룩져가는 대학의 MT 관련 사건 사고들을 접하다 보면 MT가 단지 선후배간의 친목도모의 수단으로 남아있기에는 버겁게 느껴진다.

특히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학생들은 부담이 커지다 보니 하루 자고 놀고 오는 MT 일정이 새삼스레 무겁고 꺼려지는 ‘피로한 행사’로 여겨지는 현실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변하지 않는 MT문화에 있다. 통기타와 생음악, 시원한 맥주, 밤하늘의 별과 함께하는 낭만적인 캠프파이어는 요즘의 MT에서 찾기가 힘들어졌다.

요즘 세대들에게 통기타와 생음악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마는 너무 술이 주가 되다보니 ‘인사불성 음주’로 인한 사고들이 달갑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5일 국문과가 마니산 첨성단을 순례하며 의미있는 MT를 가졌던 일들이 반갑다.

대학을 보는 눈이 곱지 않은 사회정서와 학생들이 취업중심으로 실용적인 대인관계, 학문 등을 추구하다 보면 어떤 일을 하던 ‘의미’를 부여하고 싶게 마련인데 이런 면에서 요즘의 캠퍼스는 ‘정체현상’을 겪고 있다. 학점과 전공수업 등 여러 가지 대학생들이 져야할 의무감과 짐들이 늘어가면서 날로 좁아지는 취업문턱에 허덕거리며 하루 한시간 일분 아껴도 모자랄 현실속에 MT가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학과 동기, 선후배간의 우의를 다지고 추억을 만드는 MT조차 없으면 무슨 재미로 대학생활을 하느냐는 반응도 있다. MT가 진정으로 여러 가지 갈등들을 해소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좋은 예들이 주변에 많이 있다.

백석대의 경우 특수교육과 학생들은 장애우들과 함께 재활클럽을 방문해 승마체험을 하기도 하고, 한성대 기계시스템공학부는 폐교로 MT를 떠나 천연염색과 손두부 만들기 등의 농촌체험을 하고 오는 경우도 있다. 연세대와 한양대의 경우 다수의 학과들이 태안을 찾아 봉사의 손길이 뜸해진 검은바다에 희망을 심고 왔으며, 고려대는 아예 봄철 농촌활동을 MT처럼 다녀온 사례도 있다.

이번 호 기획보도에서는 MT에 대한 재학생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정말 재미있고 의미있는 MT를 떠날 수 있는 방법 등을 모색해봤다. 

▲MT 날짜와 프로그램 구성, 의미 모두 구색만 좋을 뿐 문제 많아
양 캠퍼스의 MT가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죽전캠퍼스의 경우 언론영상학부 MT가 지난 11일부터 있었고, 공연영화학부는 8일부터 2박 3일 간 다녀왔다. 대부분의 학과들도 3월 마지막 주부터 4월 둘째 주에 거쳐  마쳤고, 천안캠퍼스 또한 3월 셋째 주부터 4월 둘째 주까지 MT 일정을 대부분 소화했다.

죽전캠퍼스 언론영상학부와 공연영화학부를 제외한 대부분 학과는 1박 2일 일정으로 MT를 다녀왔지만, 천안캠퍼스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학과들이 2박 3일동안 MT를 다녀왔다. 이들 학과 중 대부분은 수업시간과 상관없이 주중으로 일정을 잡아 일부 교수들과 학생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본지 1220호 주간기자석에 ‘휴강을 부르는 MT 일정’에 대한 기사도 게재된 바 있다. 여기서는 무분별한 MT 일정 진행으로 인해 수업일수에 상당한 지장이 있다는 내용이 다뤄졌다. 학생들이 가장 불만을 표하는 부분이 MT 참여여부와 프로그램 구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경영학과 이 모 양은 “사정이 있어 MT 못가는 사람들은 학과 내에서 아웃사이더 취급을 받죠. MT를 간다고 해도 술 먹고 노는 거 외에 할 게 없는데, 그것마저도 술이 들어가면 서로 안 좋았던 일들을 꺼내면서 분위기 망치는 경우가 있어요”라며 “친목 다지는 취지는 좋지만 오히려 노는 애들끼리만 놀고, 선·후배 간의 돈독한 정을 쌓는 것도 술을 꼭 마셔야 되니 영 꺼려지는 게 아니예요”라고 말한다.

전자컴퓨터학과에 재학 중인 유 모 군 또한 “술을 잘 못 마시는데, MT에선 꼭 술을 잘 마시는 사람들끼리만 친해지는 게 있어요”라며 “프로그램도 너무 식상하고 재미없어서 누구 좋으라는 건지 모르겠어요”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MT가 부담스러워지는 그들의 이유
지금 대학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것은 대학문화보다는 취업이요, 학문보다는 토익이고 자격증이다. ‘먹고 대학생’도 옛말이고 요즘은 취업을 위한 몸부림이 여느 때보다 강하고 처절하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하루 이틀 MT를 다녀오는 것 자체가 학생들에겐 심적 부담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르는 것.

선후배 간의 정을 쌓고 동기들 간 우정을 확인하며 술과 함께 밤을 새도 많은 이야기들과 추억이 남는 MT의 옛 모습은 학점과 스트레스에 쌓인 요즘 대학생의 정서상 그저 ‘피로한 행사’로 남는 경우가 많다.

영어영문학과 백가람(3) 양은 “과제는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 MT는 가야하고, 그렇게 간 MT에서 큰 재미와 의미를 찾지 못했다”며 “MT로 인한 피로감이 ‘MT 안 간 것만 못한’ 기분까지 들게 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MT가 ‘Membership Training’에서 ‘Membership Trouble’이 됐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니 대학의 꽃이라 불리는 학생들의 연례행사란 말이 괜히 어색해질 따름이다.

그렇다고 꼭 요즘 MT의 의미가 아주 퇴색되거나 변질됐다고 치부해 버리기엔 아쉬움이 있다. 다만 그 수단과 방법이 학생들에게 부담감을 갖게 하고 MT를 꺼려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 요즘에 와서 많이 없어졌지만 MT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통스런 의식 ‘사발식’이 우리대학의 몇몇 학과에 아직까지 남아있다.

지난 4일부터 1박 2일 간 MT를 다녀왔던 일문과 안병길(3) 회장은 일문과는 사발식이 없다며 “사발식을 치르면서 기강을 바로 잡고 예의를 세운다는 본 취지는 좋지만 그 수단과 방법이 의도한 바를 왜곡하게 할 만큼 잘못된 것들이 있다”며 “후배들이 억지로 술을 들이키는 모습을 보며 선배들만 잠시 즐기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 적 있다”고 덧붙였다.

언젠가부터 MT에서 사발식을 하느냐 마느냐가 MT 참석 여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는 연영과 박 모 군은 “사발식, 솔직히 고통스럽지만 참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물론 대학에서 학점관리 하랴, 아르바이트 하랴, 스트레스의 연속에 머물다가 학과 사람들과 함께 MT로 기분전환을 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토목공학과 이성진(1) 군은 “매일 수학문제와 씨름하며 과제에 쩔고 수업에 대한 스트레스 받는 데 MT마저 없다면 무슨 재미로 학교 다니나”라고 말했다.

취중진담이라는 말도 있듯이 술자리에서 오고가는 솔직한 이야기들이 학과 내의 분위기를 활성화 시키고 MT의 본 취지를 잘 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3월 중순 경 부산 모 대학의 한 학과 MT에서 벌어진 폭력과 음주, 소란 등과 같은 사건들을 접하다 보면 정말 ‘Membership Trouble’이라는 말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실감한다.

MT에 꼭 나쁜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문과 안병길 회장은 “공적인 자리에서 교수님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이 거의 없다. 하지만 교수님들도 MT에 참석을 하시기 때문에 그 시간을 이용해 학과공부에 대한 상담도 할 수 있고, 멀게만 느꼈던 교수님들과의 거리를 조금이나마 좁힐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닌가 싶다”라며 “이러한 좋은 점들이 다른 MT의 단점에 묻히지 않게 MT문화를 긍정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의견을 밝혔다.

MT, 꼭 술이 필요한가? 꼭 강제로 가야만 하는 건가? 만약 그렇다면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다른 방안은 없는 걸까? MT, 이제 그 새로운 방향을 모색할 때다.

 

▲체육과의 봉사MT 장면.
▲MT 취지 살리고, 재미도 살리고, 전공도 살리고
● 전통문화체험
MT로 전통문화 탐방을 가보는 건 어떨까. 우리대학에 그 실례가 있다. 총대의원회와 총여학생회를 주축으로 지난 4일부터 1박 2일간 경상북도 영주시가 주관한 ‘전통문화 체험’ 현장에 천안캠퍼스 재학생 80여명이 탐방을 나섰던 것.

민족교육의 산실인 소수서원과 선비촌에서 숙박체험을 하고 천연염색, 전통혼례체험 등 전통문화의 향기가 가득한 곳에서 학생들은 평소에 쉽게 체험할 수 없는 귀한 경험들을 하고 돌아왔다. 전통문화체험 참가자들은 학우들의 화합의 장을 이끌었다며 단국인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우리 조상의 얼과 지혜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 전공의 특성을 살린 MT
백석대학교 특수체육교육과 학생들은 매년 장애아들과 MT를 떠난다. 올해에도 110명의 특수체육교육과 학생들과 8~15살의 장애아 16명이 1박 2일의 일정으로 MT를 떠났다. 승마클럽에서 재활승마 체험을 하기도 하고, 운동회와 등산 같은 신체 활동 등을 함께 했다. 

또한 자조기술 훈련(세면·목욕), 일상생활기술 훈련(저녁식사 준비), 독립기념관 견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구성해 참가자와 장애아 모두가 함께하는 MT를 만들었다.

참가자들은 “특수 아동에 대한 효율적인 대처 방법 등을 몸소 익힐 수 있었던 기회”라면서  “전공학문에 대한 이해를 도왔던 MT”였다고 평했다.

● 무인도 탐사 여행
인적이 없는 무인도에서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다 보면 친구나 선후배 사이에 정은 더욱 돈독해지기 마련이다. 이 때문에 무인도 탐사여행이 MT로 인기를 얻고 있다. 외부와 단절된 곳에서 함께 생활하다보면 단결력도 강해지고 스스로를 단련시킬 수도 있다. 갯벌체험, 낙지잡이, 갯바위낚시, 야생화 등 자연친화적이고 이색적인 프로그램도 구성해볼 수 있다.

● 폐교로 떠나는 MT
학생들이 떠나고 폐허로 변한 폐교가 이색 MT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폐교를 리모델링해 숙박에 불편이 없는데다 깨끗한 자연과 함께 다양한 문화체험까지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성대학교의 성준호(기계시스템공학·3) 군은 5월 중으로 전북 장수군 천천면 하늘내 들꽃마을에 자리한 연평초등학교라는 폐교로 동아리 MT를 떠날 예정이다. 성 군은 “이색적인 곳으로 MT를 가보고 싶어 폐교 위주로 장소를 알아봤다”며 “홈페이지에 올려진 낡은 책걸상을 보고 마음이 끌렸다”고 밝혔다.

폐교는 나무로 된 교실바닥, 오래된 책상과 걸상, 등나무와 벤치, 양철난로 등 추억의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다. 어떤 폐교들은 학생들에게 교실을 한켠을 내주며 전시회 공간을 마련해 주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천연염색, 야생화 탐사, 감자·고구마 수확, 손두부 만들기 등 다양한 농촌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다.

차윤단, 최이슬 기자
차윤단, 최이슬 기자

 youndan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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