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 후 학교
방과 후 학교
  • 유인식 동우
  • 승인 2008.05.06 19:28
  • 호수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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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은 4월 24일, 교육과학기술부의 ‘4·15학교자율화 추진 계획’에 따른 후속 조치로 ‘학교 자율화 세부 추진 계획’을 발표하였다. 이 계획이 시행되면 가장 먼저 방과 후 학교 운영이 활성화될 것이고, 둘째, 수준별 이동 수업 실시 과목 확대되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가 제고될 것이고, 셋째, 단위학교의 역량이 교육활동에 집중되어 교육력이 높아질 것이고, 넷째, 지역 사회 실정에 맞는 다양한 학교 운영으로 교육 공동체 구성원의 교육 만족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한다.

이 중에서 한 가지만 짚고 가보자. 방과 후 학교 운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외부강사를 활용하고 영리 단체를 참여시킬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이전의 교사 중심으로 진행하던 때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설되어 참여 학생 비율이 증가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학원비의 1/2∼1/3 수준에서 학원을 능가하는 강좌를 수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듯한 얘기다. 방과 후 학교는 말 그대로 정규 교육과정(고등학교의 경우 대개 08시 30분∼16시 30분) 이외의 시간, 즉 08시 30분 이전이나 16시 30분 이후에 교내 시설 및 인적 자원을 활용한 교육활동을 의미한다. 방과후학교의 개설 목적은 우선 학생의 특기ㆍ적성, 취미, 소질 및 창의성 계발 신장으로 수요자 중심의 창의적이고 심신이 건강한 전인교육을 실천하여 교육의 질을 높인다, 그리고 방과 후에 이루어지는 교육활동을 교내로 흡수함으로써 학부모의 사교육비를 절감하여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교내시설 및 인적자원을 활용하고 학교와 지역사회가 교육공동체의 역할을 제고하여 맞벌이부부나 저소득층자녀의 실력 향상을 담당한다 등이다.

지금까지 방과후학교로 개설되는 강좌는 영어와 수학 등 교과학습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기 때문에 학생의 창의성 신장이나 전인교육 등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 방과후학교의 수준별 운영도 비교육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 결국 방과 후 학교는 정규교육과정의 보충 과정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하루 종일 잡무와 과중한 수업에 시달린 교사들에게 방과 후까지 열정적인 수업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다. 그런데 ‘4·15학교자율화’ 조치에 힘입어 외부 강사나 영리 단체를 참여시킨다면 결국은 학교를 학원화하겠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의 표현대로 ‘낮에는 학교, 밤에는 학원’ 소리를 듣게 됐다. 우려한 대로 이미 경기도의 한 학교에서는 대형 사설학원의 강사를 끌어들여 학생들은 한 과목당 20∼30만 원씩 수강료를 내고, 강사는 10회 강의료로 500∼600만 원을 받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교육비’ 절감은 아예 염두에 두지도 않은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미 과거 ‘논술 열풍’이 거세게 불었을 때 학원의 논술강사를 끌어들여 수업을 진행했던 많은 학교를 통해 나타난 바 있다. 어떤 논의보다도 우선해야 할 것은 정규 교육과정을 탄탄하게 하는 일이다.

방과 후를 논의하기 전에 정해진 과정을 충실히 하기 위해 교육공동체가 머리를 맞대야 할 판에 웬 방과 후로 떠들썩한지 한심한 일이다. 무엇보다 ‘학력지상주의’가 판치는 현실이 문제다. 그리고 교사에 대한, 나아가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문제다. 교육청은 물론 학교 학부모 학생 모두 어떻게 해서든지 ‘점수’를 높여 원하는 대학에만 진학하면 그만인 것 같다.

이미 우리 교육에 ‘전인 교육’, ‘인성 교육’, ‘덕체지 실현’ 운운은 ‘서천 소가 웃을’ 얘기가 되고 말았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성찰할 때이다.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을 제대로 가르치고 있는지 좌우를 돌아보아야 한다. 본말이 전도된 모습은 언제나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으므로.

유인식 동우
유인식 동우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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