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식 없이 그냥 굴러가면 결코 발전은 없다
문제의식 없이 그냥 굴러가면 결코 발전은 없다
  • 김은희 기자
  • 승인 2008.05.06 19:30
  • 호수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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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는 ‘상식’이라는 것이 늘 존재한다. 상식은 대부분이 공감하는 것이고 따라서 이를 벗어난 논리를 내세워 ‘보통의’ 사람들을 이해시키려는 것은 ‘몰상식’한 일이 된다. 하지만 어느 사회에나 상식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상식이 남들의 그것과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리라. 지난달 1일 총학생운영위원회의가 있었다.

대부분의 재학생들이 이날 회의의 초점을 등록금환원사업에 맞추고 있을 때 기자는 사소하지만 상식적인 문제를 지켜봤다. 사물함 이용료에 대한 논의가 바로 그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총학생회 측은 “관리비차원에서 3000원 정도 걷는 것이 지금에 비해 적절하다”는 안을 냈다. 이에 대해 단과대 회장들은 “과사무실에서 받기 때문에 터치할 수 없다”, “제대로 운영되는 과는 불만이 없다”, “사물함 관리로 집행부가 고생하는 데 금액마저 자율이 아니라면 힘들다”, “사물함이 부족하다”, “총회에서 결정된 사항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사물함 이용료를 걷는 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인지, 사물함이 자신이 낸 등록금으로 마련된 것인지를 인지조차 못하는 많은 재학생들은 사물함 이용료를 당연하게 내고 있다. 또 모르기 때문에 총회를 통해 제대로 된 의견조차 낸 적 없을 것이다. 학과의 집행부는 과의 발전을 위해, 보다 효율적인 과 운영을 위해 존재한다. 단과대 학생회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이들이 문제의식을 가지지 못하면 발전과 효율성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자의 눈에는 분명 ‘상식 이하’의 상황인데 이들은 오히려 그동안 해왔으니 당연한 것이고 그렇게 계속 유지하는 것이 ‘상식선’이라 말하고 있다. 완전경쟁시장은 정보가 완전할 때 성립한다. 마찬가지로 ‘보통의 상식선’이 성립하려면 정보가 완전해야한다. 재학생에게 주어진 정보는 현재 완전하지 못하다. 사물함 이용료를 징수하고 있는 집행부도, 각 단과대학 회장들도 사물함 이용료 징수 문제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등록금 문제에 비해 약하고 사소한 문제라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작은 문제가 아니다. 1년 예산 규모는 상당하다. “계속 걷어오던 것이라”말하며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말하고 있다. 과 운영상 재정적 어려움이 많아 사물함 이용료를 안 걷을 수는 없다고도 말했다. 무료로 분양하면 재학생들이 함부로 사용하기 때문에 걷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잘못된 관행은 고쳐야 한다. 사물함은 엄연히 교비로 구입된 것이고, 이는 결국 재학생이 구입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함부로 사용하는 학생들이 문제가 된다면 예치금상환제 형식으로 이용료를 운영, 정직하게 이용한 사람들에게만 예치금을 돌려주면 된다. 한 학기당 사물함 이용료로 걷어지는 평균 금액은 5000원, 사물함 100개의 이용료는 총 100만 원이 된다. 적은 금액이나마 이자수익으로 고생하는 집행부들 조촐한 밥 한 끼 먹으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사물함 이용료를 안 걷는 완벽한 정보를 가진 ‘보통의 상식선’을 가진 단과대가 반이다. 그리고 그렇지 못한 단과대가 반이다. 그 사이에서 적당히 결정된 3000원. 완전한 정보를 가진 사람과 불완전한 정보로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 양 측 모두 한 발짝씩 양보해야할 금액이 아닌가 생각한다. 둘 모두 여전히 이해하기 힘들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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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morikam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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