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 광우병
42) 광우병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8.05.07 19:48
  • 호수 12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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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이 다시 논란의 핵심이 되었다. 인터넷에서 대통령 탄핵 서명자가 수 십 만 명을 넘었단다. 탄핵 근거는 미국과의 굴욕적 조공 외교이고, 그 중심에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따른 국민 건강권 보호 의무를 소홀히 한 점이 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하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수입 조건에서 지나치게 관대했다는 점은 정부에서 변명할 근거를 찾기 힘들다. 시기도 문제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일사천리로 수입 재개를 합의했다는 점도 국민들의 빈축을 살 만하다.

광우병은 1986년 영국에서 처음 보고되었는데, 원인체는 변형 프리온(prion) 단백질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리온은 단백질(protein)과 바이러스인자(viron)의 합성어다. 프리온의 성질은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지만, 바이러스는 아니다. 건강한 사람이나 동물도 프리온을 갖고 있는데,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변형 프리온이다.

변형 프리온은 동물의 몸 속에서 자연 발생하는 정상 프리온 단백질을 감염력이 있는 형태인 변형 프리온 단백질로 변형시키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증가한 변형 프리온 단백질은 단백질 덩어리가 되어 촘촘한 플라크 섬유를 형성하게 되고 결국 뇌 속에 미세한 구멍을 만들면서 감염된 동물을 죽게 한다. 현재 광우병에 걸린 소를 먹은 사람에게 변형 프리온이 전염되면서 인간 광우병을 일으킨다고 추정하고 있다.

변형 프리온은 열, 자외선, 소독 물질, pH의 변화 등 외부 환경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 우리를 무섭게 한다. 현재까지 밝혀진 광우병의 감염 경로는 면양이나 광우병에 감염된 소의 육골분 등이 함유된 사료를 먹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광우병은 약 4년의 잠복기가 있으며, 동일한 환경에서는 약 4∼5년 정도 자란 소에게 가장 많이 발병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서 20개월령이니, 30개월령이니 하는 것이 예민한 문제가 되는 이유다. 현재 광우병 치료 방법은 없기 때문에, 최선의 예방법은 광우병 소를 먹지 않는 것이다. 광우병은 치료 방법만 없는 것이 아니라, 살아있는 상태에서 소의 광우병을 진단하는 방법도 없다. 죽은 소의 뇌나 척수 신경 조직을 정밀 검사해야만 광우병 진단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광우병은 미국산 쇠고기만의 문제일까? 우선 식물성 사료만을 먹는다는 호주나 뉴질랜드의 소에서 광우병 발병 사례는 없다. 미국에서의 광우병 발병은 최근 방송 보도를 통해 잘 알려졌다. 한우에서의 광우병 발병 사례는 아직 없다. 그러나, 한우에서의 광우병 사례는 없는 것이 아니라, 못 찾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광우병에 걸린 소가 보이는 전형적인 증상인 ‘기립불능증’에 걸린 소는 해마다 수백 마리 생기지만, 이들 소에 대한 광우병 감염 여부 검사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가족들의 부검 거부로 사망 원인이 밝혀지지 못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인간 광우병 의심 환자가 몇 있었다고 한다. 우리와 비슷한 상황인 옆 나라 일본에서 광우병이 수십 건 보고되었고 인간 광우병 환자도 보고되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은 분명 우리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할 만한 소지가 많다. 그러나,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에 따른 위험보다 더 무서운 것은 한우도 광우병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신동희 교수
신동희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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