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학생회와 '여소야대'
총학생회와 '여소야대'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05.14 06:25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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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뭐 하는지 잘 모르겠다

비운동권 학생회가 3년 연속 총학생회장을 배출하면서 우리대학에 본의 아닌 ‘여소야대 정국’이 생겨났다. 운동권을 표방하는 대다수 단과대 학생회가 총학을 견제하며 압박하는 모습이 그것이다. 학생회장 선거철이 되면 운동권과 비운동권 후보가 나와 각각 자신들의 공약을 내세우지만, 정작 학생들의 관심은 공약보다는 후보들의 ‘성향’에 있다. ‘대화와 타협’의 비운동권을 총학으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강경 노선’의 운동권을 총학으로 만들 것인가를 놓고 매년 선택을 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즐겁다. 왠지 학내 정당정치를 하는 것 같은 착각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이런 ‘재미’는 딱 선거철까지이다. ‘학우들의 가장 기본적인 의견 수렴 채널’이라 할 수 있는 총학생회와 단과대 학생회가 ‘여소야대 정국’을 형성하며 대립하게 되는 모순적 구조 때문이다. 학우들의 의견이나 불만들이 각 학과(부)의 대표에게 모이고 그 의견이 단과대로 통합돼 최종적으로 총학으로 수렴되는 전통적인 의견 수렴 채널이 ‘여야의 대립’으로 막혀버린 꼴이다. 노선이 전혀 다른 양측에게 ‘학우들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협력 좀 하시라’고 말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 차라리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대통합 민주한나라당(?)’을 만들어 보라고 요구하는 것이 더 쉬워 보인다. 그만큼 우리대학 ‘여야’의 불신은 깊고, 국민들이 정치에 실망하듯 학생들의 애교심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학교 다니기는 힘들고 불만은 극에 달하고 있는데,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해줘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사소통 채널이 ‘웅성웅성’ 게시판만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한 주간 총학을 취재하며 받은 느낌은 ‘총학생회가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먼저 의견 수렴의 문제이다. 현재 가장 민감한 사안인 환원사업(대학발전사업)의 확정안을 보면 ‘과연 이런 내용이 학우들의 의견을 제대로 반영한 것인가?’하는 의구심을 들게 한다. 도서관에서 만난 박희영(일어일문·1) 양은 “지도 선생님이 있는 스터디 그룹을 학교 차원에서 만들어 주거나, 도서관 책을 확충해 공부할 수 있는 여건을 개선시켜 달라”며 이번 확정안이 ‘학습’보다는 눈에 보이는 ‘시설’에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꼬집었다. 동아리방에서 만난 송지희(식품영양학과·3) 양 역시 “불필요한 내용이 많다”며 “실험실습 수업의 경우 실험기구가 부족해서 6개조가 하나의 실습 장비를 돌아가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을 정도인데, 그런 문제부터 해결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드러냈다.

총학 측은 단과대 학생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하지만 ‘단과대의 의견’을 수렴한 것인지 아니면 ‘단과대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한 것인지를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의사소통 채널이 막혀 있다는 것은 누구보다 총학이 더 잘 알 것이다. 다음으로 ‘알림’의 문제이다. 지난 주 ‘단국대학교가 축제 비용으로 7천만원을 쓴다’는 내용의 조선일보 기사만 해도 그렇다. 총학 측은 “축제 비용이 7천만원까지 들어간 것은 입학식과 체전의 비용을 아껴서 이번 축제에 한꺼번에 사용했기 때문”이라며 “기사의 내용이 일부의 사실만을 다뤄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을 학우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축제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았다.

총학 게시판이나 학교 홈페이지의 뉴스, DKBS를 통한 방송 등 실시간으로 해명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음에도 거의 1주일간 침묵을 지켰다. 단과대 학생회를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총학이 학생들과의 소통 채널을 단과대 학생회에만 의존해 고립을 자초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단과대를 탓하고 학생회에 무관심한 학우들을 탓하다 보면 결국 고립되는 것은 총학이다. “뭔가 열심히는 하는 건 같은데 뭐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어느 학우의 말이 전체 학생들의 답답함을 대변하고 있었다. 박준범 기자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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