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등록번호 사수하기
주민등록번호 사수하기
  • 이은지
  • 승인 2008.05.14 06:36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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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 '편리한 열쇠'냐,'위험한 족쇄'냐의 기로에 섰다

‘870109-*******’이 13자리의 숫자로 내가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이 증명 된다. ‘주민등록번호’이다. 단어 뜻 그대로 따지자면 주민등록에만 쓰여야 하는데 요즘은 아니 주민번호가 생긴 이후부터 너무 많은 곳에서 사용되고 있다. 시청에서 주민번호를 조회하면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등을 알 수 있고, 은행에서 조회한다면 거래내역, 연체 여부, 신용도 등을 알 수 있다. 심지어 경찰서에서는 죄가 없어도 경찰서에 방문한 일자까지 알아볼 수 있다. 주민등록번호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만 증명하면 좋을 텐데 고작 13개의 숫자 안에 너무 많은 정보들이 입력되어 있다.

그런데 우리는 게임을 하기 위해, 어제 못 본 TV프로를 보기 위해 필수적으로 주민번호를 기입하고 회원등록을 해야 한다. 주민번호를 요구하는 것이 비단 인터넷 뿐만은 아니다. 동네 책대여점을 갈 때나 헬스클럽을 등록할 때도 주민번호를 기입해야 한다. 회원가입 시 주민번호를 기재하는 것은 우리의 생활 속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들어와 있기 때문에 위험성을 인식하는 것부터가 낯설지도 모르겠다. 인터넷이 활성화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게 되고 공공기관에서부터 개인홈페이지까지 회원관리를 위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시작됐을 것이다.

파일이나 차트를 뒤적거려야 알 수 있던 개개인의 정보들이 컴퓨터에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세세하게 나올 줄이야 적어도 나는 짐작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렇게 수많은 사이트에 심지어 한번 가고 말 사이트까지 가입을 했던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전 국민에게 식별번호를 부여하는 국가는 중국, 팔레스타인, 싱가포르 등 8개국에 불과하다.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 국가신분증이 존재하지만 개인 고유 번호가 아니라 우리나라 여권처럼 신분증 자체에 매겨진 번호다. 따라서 신분증을 갱신하면 번호도 바뀐다. 그렇다고 주민번호가 나쁘다는 건 아니다. 주민번호를 보호할 수 있는 보안시스템과 그것을 관리하는 기업·기관의 보안의식이 의심쩍어서 주민번호의 의무기재가 꺼려진다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회원가입을 하면 주민번호를 적고, 본인확인 절차를 밟는다. 그리고 종종 고객의 주민등록번호는 관리자도 모른다는 식의 글이 기재란 밑에 적혀있다. 누가 관리자가 알면 안 된다고 했나, 오용만 안하면 알아도 상관없으니 유출되지 않게 제대로 지켜만 달란 말이다. 나는 일주일에 한두 번 ‘네이버’의 메일함을 열어 보는데 그때마다 이미 수신거부를 한 스팸메일들이 가득 차있다. 또한 ‘다음’에서는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로그인을 하는데 이제는 수신함 정리하기를 포기했다. 얼마 전 2000통이 넘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 신용카드 하나 없는 나에게 대출광고 문자는 왜 그리도 오는지, 얼마 전 있었던 옥션사건이 톡톡히 한몫 더 하고 있는 듯하다.

우리나라의 IT예산 중 보안비용은 얼마를 차지하고 있을까? 보통 선진국들은 IT예산 중 약 10%정도를 보안비용에 투자하고 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1%안팎이다. 기술의 발전은 좋지만 그와 더불어 국민들의 원성까지 더해간다면 그 발전은 기업을 위한 발전에서 끝이 나고 만다. 날이 더해갈 수록 뉴스에서는 ‘개인정보 도용’이란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데, 우리가 택배상자에 붙은 주소만 잘 버린다고, 고지서의 주소만 잘 버린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 않는가. 주민등록번호가 편리한 열쇠가 될지 위험한 족쇄가 될지는 기업의 보안의식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개인이 조심하는 것이 최선이므로 다음을 숙지해 두자. 우선 자주 이용하지 않는 사이트는 가입을 해지하고, 스팸메일은 열어보지 말고 삭제하자. 또한 보안경고창이라고 모두 다 ‘예’나 설치를 눌러선 안 된다. 이 외에도 각종 포털사이트에 정보유출방지 사항들이 많이 나와 있으니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말고 한번 검색해보면 용이할 것이다. 정보의 바다에서 안전하게 헤엄칠 그날을 기다리며 단대인들이여, 공강시간에 명의도용조회 한 번 해보시는 게 어떨지. 이은지(한국어문·4)

이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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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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