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농활의 실효성
[기획] 농활의 실효성
  • 하경민 기자
  • 승인 2008.05.14 08:41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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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로 변질되어가는 단과대 농활

5월은 농활철이다. 부뚜막의 부지깽이도 일손을 거든다는 5월 말, 하지만 우리대학 농활은 대부분 5월 초에 잡혀있어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편집자 주>

농촌봉사활동(이하 농활)은 70~80년대까지만 해도 ‘농촌-학생 연대활동’이라 하여 운동권 학생들의 주도로 농촌에 찾아가 일손을 돕는 봉사활동뿐 아니라 농민들에게 대농정책에 대해 교육하는 등 보다 정치적이고 계몽적인 성향을 띈 행사였다. 그 시대의 농촌-학생 연대활동은 농민들과 함께 생활하며 농촌의 실상을 이해하고 문제점을 함께 고쳐나가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었다.

그에 비해 현대 대학생 농활은 정치적 성향이 많이 배제되고 점점 농번기 농촌의 일손을 거드는 목적만을 가지는 순수한 봉사활동의 형식이 되어가는 추세이다. 또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현대 대학생들은 농활에 참가해 농촌생활체험을 통해 봉사의 가치를 배우는 것보다는 회화학원에 다니거나 자격증 공부를 하는 등 개인 능력향상을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어 농활에 참가하는 학생의 수도 매년 줄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농촌청년회등의 단체가 농가에서 돈을 받고 농활 참가 학생을 알선해 주는 등 ‘봉사’의 본래 의미에 반하는 일도 있어 그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 가고 있다. 이번 호 기획기사에서는 우리대학의 단과대 주관의 농활 실태와 농활 모범사례, 그리고 앞으로 지향해야 할 농활상 등을 다뤘다.

▲우리대학의 농활 실태는 어떤가
우리대학 역시 연휴기간을 맞이해 각 단과대마다 농활일정을 잡아 농촌으로 가기에 바빴다. 2008학년도 상반기에 실시된 각 단과대별 농활은 대부분 총 3박 4일로, 5일 어린이날 연휴를 이용해 일정을 잡았다.장소는 상경대가 기름유출사고가 가시지 않은 태안으로, 그리고 문과대, 공대, 사회과학대, 자연과학대 등은 경기도 여주로 다녀왔다.

이에 앞서 지난 달 22일 열린 총학생회운영위원회 회의에서는 단과대와 총학생회 간에 농활 지원금 문제로 작은 논쟁도 있었다.단과대에서 단과대 주최로 실시하는 농활에 대해 총학생회의 지원을 요구하자 총학생회측에서 ‘불가하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이날 회의 중에 이형호 죽전캠퍼스 총학생회장은 “총학에서 주관하는 사업이 아니면 지원이 불가하다”며 “부여읍에 전화해봤더니 시위만 하고 간다고 한다. 단국대생은 앞으로 농활신청을 안받는다고 했다”는 내용을 곁들였다.

이어 “현재 단과대별 농활의 경우 봉사활동이 주 목적이 아니며 총학생회와 논의 없이 기획되었기 때문에 지원이 불가능한 것이지, 총학이 주최하는 농활에 참가신청을 하면 봄농활 뿐만 아니라 여름농활도 지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이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장은 “농활은 매년 준비해왔던 연대사업이고 총학생회가 농활을 지원하기에 어려운 상황이면 지원이 불가하다는 말을 받아들이겠지만 그런것도 아니고, 많은사람이 요구하고 있는데 총학생회장이 ‘그건 아니다’라고 판단해서 지원을 거부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반박했지만 총학생회는 “총학생회에서 주최하는 농활에는 얼마든지 지원할 용의가 있다. 총학생회에서 주최하는 농활이나 단과대에서 주최하는 농활이나 다 같은 농활인데 굳이 총학생회 주최 농활을 마다하고 단과대학별 농활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고 못박았다.

▲명목상 ‘봉사활동’, 실상은 점점 ‘MT’화 되어가는 현실
농활에 참가했던 우리대학 모 단과대 3학년 A양은 “보람있을 것 같아 참가했는데 막상 가서는 일은 조금하고 도리어 술만 잔뜩 마시다 온 것 같다”며 농활의 겉다르고 속다른 실상을 꼬집었다.대학생들이 농활을 위해 많이 찾아가는 경상북도 창녕읍의 한 농민은 전화 취재에서 “매년 농활이라는 명분아래 많은 대학생들이 찾아오지만 대부분이 일을 돕기는 커녕 술 마시고 노는 뒷풀이에만 치중하는 것 같다. 농활철이 되면 밤마다 노래소리로 동네가 시끄럽다”며 “간혹 농활 오는 여대생보면 놀러온 것 마냥 화장하고 더러운 것도 안 만지려는 학생도 있는데 그냥 농촌구경하러 올 거면 차라리 오지마라”며 농활을 위해 농촌을 방문하는 대학생들에 대한 실망의 가색이 역력했다.

또다른 농민은 “농촌에서 바쁜 시기는 (벼농사의 경우) 파종, 재배기인 6~7월 중순과 수확기인 9월말에서 11월초이다. 그 기간외에는 대부분 잡초제거나 유충방지 등으로 한가하다”며 농활시기가 실제 농번기와는 많이 다르다고 밝혔다. 실제로 5월 초순에는 모내기도 시작하지 않는 시기라 일손이 많이 달리는 시기는 아니다. 농삿일 이외에 과수원 일, 밭 일 등이 있다고는 하나 6월 중순에 비하면 많이 한가한 시기다.

애초에 농촌에 가서 농민과 대화하며 현실문제를 고민하고, 일손을 거들며 땀흘려 일하는 것의 소중함을 배우던 농활이 점점 친목을 목적으로 하는 ‘MT’로 변질 되어가고 있다. 이는 농활의 의미나 농활 중 가져야 할 태도 등에 대한 사전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아 학생들로 하여금 농활을 단순한 ‘농촌체험’쯤으로 생각하는 풍조를 방치한 농활 주최측에게 일차적 문제가 있다. 그러나 나아가서는 목적의식 없이 농활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태도도 현재의 농활수준을 만들어냈다고 볼 수 있다.

역시 농활 참가자였던 공대의 한 학생은 “딱히 농활을 가봐야겠다는 의지가 있어서 간 것이 아니라 선배들이 자꾸 참가권유를 하기도 했고 농활에 참가하지 않으면 생각없는 대학생이라고 매도되는 일도 있어 결국 참가했었다”며 분위기에 휩쓸려 농활에 참가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기계과 2학년이라고 자신을 밝힌 한 남학생은 아직 농활에 참가해 본 경험이 없는데, 그 이유에 대해 “농사일에 익숙하지도 않은데 괜히 찾아가서 짐이 될것 같기도 하고 돈까지 내가며 힘든 농사일을 한다는 것이 다소 부담돼 참가하기가 꺼려진다. 또 내 공부 하기에도 바쁜 시간에 그런데 찾아다닐 여유가 어디있나”라고 반문했다.또 농활을 봉사활동으로 인정해 학점을 주는 대학의 경우, 학생들이 학점을 채우기 위해 억지로 농활을 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학생들 스스로가 농활에 대한 바른 의식 갖고 성실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
위에서 언급한 농활의 많은 폐단을 예방하고자 여러 가지 방안을 도입하는 단과대도 늘고있다.우리대학 사회과학대의 경우 ‘농활대는 마을에 폐를 끼치지 않는다’, ‘새참 세 번 거절하기’등의 내용을 프로그램 편성표에 분명히 명시해 학생들이 농활을 가서 해당지역 농민들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했다.

또 자연과학대학의 경우 농활을 가기 이전에 약 한시간 가량 농활관련 예절과 바른 태도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가져 학생들이 농활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고 실제로 농활지역을 방문했을 때 성실한 마음가짐으로 농촌 봉사에 임할 수 있도록 했다.

또다른 농활 모범사례로는 경희대학교 한의대의 농활이 있다. 경희대 한의학과의 경우 농활 참가자가 매년 줄고 또 그 실효성에 있어서도 위기를 맞게 되자 ‘날적이’라고 하는 개인 반성·감상문을 작성해 단과대 학생회실에 비치하고, 농활이 끝나면 이루어지는 자체 평가를 통해 매번 농활에 대해 성찰하고 문제점들을 고쳐 발전시켜나가고 있다. 또 과의 특성을 살려 ‘한방의료단’을 꾸려 농사일을 거드는 틈틈이 마을 주민들에게 의료봉사를 베풀기도 했다.

덧붙여 학생들에게 농활이 그저 힘들고 지루한 것만은 아니라는 인식을 가지도록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선후배간에 농활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 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 해마다 농활 참가인원이 늘어 농활을 가는 마을을 두 지역으로 늘렸을 정도다.

농활의 실효성을 인정받고 참가자들의 마음속에 긍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이처럼 궁극적으로 농민에 대한 배려의 마음자세가 가장 필여하다. 농민에 대한 배려의 마음만 있다면 농활대를 바라는 농민의 시선도 달라지지 않을까?

하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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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ookbugm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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