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이명박 정부 스스로 불신을 키웠다
불안한 이명박 정부 스스로 불신을 키웠다
  • 유현수 기자
  • 승인 2008.05.13 10:55
  • 호수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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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익은 정책 남발하다 결국 광우병으로 ‘미친 듯이’ 번져

출범 3개월도 되지 않은 이명박 정부가 불안하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불안하다기보다 못 미덥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 때부터 설익은 정책들을 남발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더니 급기야 ‘미국산 쇠고기 전면수입’으로 우리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고’ 있다. 인수위 때로 거슬러 올라가보자.

먼저 ‘영어 몰입식 교육’을 실시한다고 해서 교육계와 학생을 둔 학부모의 마음을 심란케 했다. 새 학기를 연 대학들은 영어로 강의하는 수업을 일부러 만들고, 지난 3월 6일 치러진 전국 초등학교 일제고사에는 급기야 영어 듣기평가가 등장했다. 이에 학부모들은 부랴부랴 아이들을 영어 학원에 보내기 시작했고 사교육비는 30~40% 껑충 뛰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연간 7% 경제성장 시키겠다는 ‘747 공약’도 목표치가 아닌 비전이라며 세계 경제가 어렵다는 이유로 ‘6%로 하향조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어렵다는 반응으로 이명박 정부가 경제를 살릴 것이라고 기대하던 국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게 됐다. 정권 출범이후에는 ‘의료보험 민영화’로 그렇지 않아도 병원가기 무서운 서민의 마음에 병을 주더니 이어 ‘수돗물 민영화’로 서민들을 더욱 목마르게 했다.

이어 ‘노무현 정권 때 임명된 기관장 사퇴’ 파동으로 화합이 아닌 갈등 조장에 앞장서더니 국회를 장악하려 ‘친박’인사들을 당 밖으로 내쫓아 국민의 지지가 땅바닥으로 추락하며 공분의 ‘싹’을 더욱 키웠다. 전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하는 ‘한반도 대운하’도 마찬가지다. 정권의 일각에서는 ‘경부고속도로도 그렇게 반대했지만 결과가 어떻냐’며 비교하지만 이는 박정희 시대의 경부고속도로와는 사안이 다르다.

대운하는 국토의 지형, 특히 물길을 바꾸는 문제로 1, 2년 내 적당히 환경평가해서 삽질할 문제가 아니다. 환경평가만 해도 수년, 수십 년은 걸릴 법한 사안이다. 그런데도 정권 내부에서는 국민들의 눈치 봐가면서 적당한 때가 오면 ‘밀어부칠’ 요량이다. 이러한 행태들이 쌓여 결국 광우병 위험에 노출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전면개방’으로 공분의 싹은 미친 듯이 ‘폭발’하고 말았다.

이에 이 대통령은 “안 먹고 싶은 사람은 안 사먹으면 된다”는 무책임한 발언을 하면서 여론을 악화시키는 데 한건했으며, 몇몇 보수언론들은 선동세력이 존재한다는 음모론을 제기하며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이에 국민들은 어른, 아이 따질 것 없이 촛불을 들고 광화문, 청계천을 넘어 전국에서 몰려나왔다. 정부에서는 이러한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기자회견, 청문회 등을 열었으나 국민들을 허망하게 만드는 터무니없는 발언으로 사태는 오히려 더 커져가는 양상이다.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에서 진행된 이명박 대통령 탄핵서명이 120만 명을 돌파했고 취임 초 70%를 넘던 이 대통령의 지지도는 거의 반 토막이 났다. 또한 이와 함께 여당인 한나라당의 지지도도 30%로 떨어졌다. 이러한 문제는 전적으로 자업자득이다. ‘이명박 정부’ 스스로 불신을 만들었고 그 싹을 키웠고 뇌관을 당긴 것이다. 결자해지라고 했다.

이명박 정부 스스로 자초했으니 ‘불순한 의도’ 어쩌고, ‘여론몰이’ 어쩌고하며 피해갈 생각은 아예 접고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설득시키고, 이해시키려 발 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명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이 지난 6일 당에 사의를 표하면서 한 말은 의미깊다.

“이 대통령이 국민에게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국민이 잘못을 지적하면 반성하고 고치기도 해야지 맞서는 인상을 줘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 고언을 잘 생각해보고 만일 미국과 재협상을 하자니 국가적 망신이고, 국민을 설득하려니 용기가 나지 않는다면 솔직한 ‘고해성사’부터 시작해 보는 것이 어떨까. “잘못했으니 용서해 달라고…”

유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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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rene012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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