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전캠퍼스 환원사업, 공론화 필요하다
죽전캠퍼스 환원사업, 공론화 필요하다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05.19 19:24
  • 호수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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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구성원의 여론 수렴 부족

죽전캠퍼스 총학생회의 미숙한 학내 여론 수렴 절차로, 학생들의 가장 민감한 사안인 등록금 환원사업(이하 대학발전 사업)이 본래의 취지를 잃고 있다. <단대신문>은 현재 진행 중인 대학발전사업의 내용들이 어떤 절차를 통해 이루어졌는지 확인하기 위해 지난 일주일간 총학생회장과 각 단과대 회장들을 만났다.

총학생회에서 알려준 대학발전사업 내용은 성적장학금 정률제를 포함해 총 25가지이다. 이 중 ‘공연 연습장 신축’과 같이 용인시의 허가가 필요해 보류중인 사업 7가지를 제외하면 실제로 18개의 사업이 진행된다. 이형호(컴과·4) 총학생회장은 “지난 총학에 비해 두배에 가까운 양적 성장을 보였다”며 “특히 장학금 정률제의 경우 역대 어느 총학에서도 이루어내지 못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업 내용 중에는 학내 구성원들의 공감을 사지 못하는 항목들도 많다. 음대에서 만난 윤원기(성악과·3) 군은 “발전사업은 좋다고 생각하나 그 내용이 시설 쪽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보여주기식’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A부서의 직원 역시 “교내 수도 설치나 현수막 걸이대 설치, 시계 설치와 같은 것들을 굳이 대학발전 사업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었는가”라며 사업 내용의 타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총학생회장은 “시설 측면에 초점을 맞췄던 것은 캠퍼스 이전 직후 학내 복지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공통의 불만을 해결하기 위해서였다”며 “어차피 지금 만들어 놓으면 계속 사용하게 될 것인데 이걸 갖고 ‘보여주기식’이라고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과대 오아름(국문·3) 학생회장은 “학교측이 예산만 합리적으로 운영한다면, (꼭 올해가 아니더라도) 할 수 있는 사업들 아니었나?”고 반박했다. 실제로 취재 중 만난 일반 학생들이 “대학발전사업 내용에 포함시켰으면 좋겠다”며 건의한 ▲1층 강의실 이중창 설치(강의 중 소음 방지)▲도서관 장서 확충▲캠퍼스 내 간이 무대 설치▲학회 활성화를 위한 학교차원의 지원 등과 같은 여론은 반영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처럼 대학발전사업에 학내 여론이 반영되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공대 강수경(섬유공학·4) 학생회장은 “대학발전사업 내용이 먼저 나오고 단과대 요구안이 나중에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각 학년의 과대표와 백지 대자보를 통해 의견을 모아 단과대의 요구안을 만들었지만, 이런 요구안과는 별개로 대학발전사업이 추진됐다”며 “총학 측에서 발전사업을 따로 추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학생회장은 “환불을 주장하는 단과대의 요구안이 늦게 올라온 경우는 있었다”며 대학발전사업을 총학 단독으로 진행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요구안을 사업 내용으로 반영한 기준에 대해서는 “전체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가를 판단 근거로 삼았다”며 “‘공대 건물 내 샤워실 설치’처럼 해당 단과대 학생들만 혜택을 보는 내용은 학생과를 통해 차후 조치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특히 총학생회장은 “일부 단과대 요구안 중에는 ‘단과대실 컴퓨터 설치, A4용지 제공’ 등과 같은 ‘단과대 학생회’만을 위한 요구도 있었다”며 “이런 내용들은 어떤 총학이라도 들어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발전사업의 내용 18가지(보류된 사업 제외) 중 단과대의 요구안이 반영된 것은 단 3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15개의 사업은, 총학생회장이 강조한 ‘단독으로 진행된 것이 아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총학생회장은 “풋살경기장 신설이나 노천마당 바닥 개선, 학생회관 난간 설치 등은 이미 공론화 된 불만사항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으나, 나머지 항목에 대해서는 “평소 여러 행사 등을 통해 다양한 학우들을 만나며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발전을 위해 어떤 내용이 우선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한 적절한 의견수렴 없이 진행되고 있는 이번 사업으로 인해, 시끄러운 1층 강의실 소음 문제는 뒷전으로 밀린 채 수돗가와 시계가 설치되고 면 티셔츠와 USB 충전기가 지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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