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잡으려다 사람 잡겠네
AI 잡으려다 사람 잡겠네
  • 김진성 기자
  • 승인 2008.05.19 19:33
  • 호수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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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계업자 생계 위협하는 AI

 

AI (조류 인플루엔자)

총체적 해결방안 모색 필요
양계업자 피해 최소화 해야

▲ AI 발병 지역으로 지목돼 손님의 발길이 끊긴 성남 모란시장.

AI(Avian Influenza:조류 인플루엔자)가 점차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2일 경북 경산과 양산 지역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인된 이후 추가 발병은 확인되지 않고 있다. 관계당국이 더 이상의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번 AI에 대한 사람들의 부정적 시각은 쉽게 움직이지 않고 있다.

닭 소비량은 50~60% 이상 줄었고 국내 양계업자들은 생계에 큰 위기를 맞았다. 지난 16일에는 이를 비관한 한 농민이 항의집회 중 농약을 마시고 병원으로 이송되는 안타까운 소식도 전해졌다.

주부 남 모 씨(50)는 지난 달부터 식탁에 닭요리를 올리지 않고 있다. 남 씨는 “마트에 가도 닭을 거의 팔지 않는다”며 “뉴스를 통해 닭을 익혀서 먹으면 괜찮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래도 왠지 불안해서 닭 구매가 꺼려진다”고 말했다.

관계당국과 언론이 AI의 인체감염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정보를 끊임없이 전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괜한 안전 불감증은 그칠 기색이 없다.

이런 가운데 관계당국이 초기 대응만 잘 했더라도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해지진 않았을 것이란 주장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달 초 전북 김제에서 첫 AI가 터졌을 때 관계당국은 규정대로 500m 안의 가금류만을 먼저 매몰처분한 뒤 상황을 지켜보는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이 지역은 농장들 간의 간격이 좁아 좀 더 넓은 범위의 농장까지 방역했어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발생 초기 전국 83개 재래시장과 이곳을 드나드는 유통용 트럭 등에 대한 방역을 소홀히 해 전국적으로 AI가 퍼지게 됐다는 지적이다.

이차적인 문제는 과대 포장된 AI 위험성에 관한 루머에 있다. 가금류 생산자 단체들은 지난 16일 질병관리본부 앞에서 항의집회를 갖고 “질병관리본부가 2003년 이후 AI가 발생할 때마다 위험을 과대포장한 가상시나리오를 유출하고 언론은 이를 보도해 우리 산업을 황폐화시켰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언론과 관계당국이 AI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한 사실을 알리고 있지만,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루머를 통해 ‘AI 괴담’이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대학생 박 모 양은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러 가 치킨을 시키려고 하면 ‘그러다 AI 감염되면 어떡하려고 그러냐’고 친구들이 말한다”며 “왠지 모를 꺼림칙함에 다른 안주를 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유례없는 봄철 AI 발생이자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된 이번 AI 사태의 원인 규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AI 토착화에 대한 우려도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살처분 매몰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어 AI 문제 해결을 위한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것은 생계가 달린 양계업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오늘 저녁 국민 여러분이 드시는 닭과 오리가 벼랑 끝에 몰린 양계산업을 살릴 수 있다”는 한 농민의 호소를 지나쳐선 안 된다.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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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nsung60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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