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대지진
44) 대지진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8.05.20 12:07
  • 호수 12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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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 엘리엇은 그의 시 <The Waste Land>에서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라고 했다. 그런데, 2008년 지구촌을 보면 5월이 가장 잔인한 달 같다. 5월 1일에 칠레 차에텐 화산이 폭발하여 5,000여명이 긴급 대피했고, 3일에는 대형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미얀마를 강타하여 약 250만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었으며, 11일에는 미국 중서부 지역에 대형 토네이도가 불어 22명이 사망했다.

12일에는 신중국 건국 이래 최악의 자연 재해로 기록될 대지진이 중국을 흔들어 17일 현재 사망자만 최소 5만 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쓰촨성 지진은 리히터규모 7.9를 기록했다. 현재까지 기록된 지진 중 규모가 가장 큰 것이 리히터규모 9.5를 기록한 1960년 칠레 대지진이었는데, 쓰촨성 지진의 규모도 엄청난 것이다.

다행히도 규모가 매우 큰 지진은 빈번하게 발생하지는 않는다. 지역에 따라 대규모 지진의 발생 빈도가 차이가 나지만, 평균 1세기에 한 번 꼴로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다. 지진 발생 원인은 탄성반발설과 판구조론으로 설명된다. 탄성반발설은 지면에 단층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이 단층에 가해지고 있는 힘인 탄성력으로 지진 발생을 설명한다. 대규모 지진이 평균 100년에 한 번 정도 발생한다는 것은 단층면의 마찰력을 초과할 정도의 탄성에너지가 축적되는데 약 100년 정도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소규모 국지적 단층 작용으로 인한 지진들은 계속 발생하고 있지만, 이 때 주 단층면이 이동하지 않기 때문에 탄성에너지가 축적된다. 이렇게 축적된 탄성에너지로 주 단층면이 이동하게 되고 대규모 지진이 발생한다.

단층을 움직이는 힘이 어디서 왔는지를 설명하는 이론이 판구조론이다. 판구조론에 따르면 지구의 표층이라고도 하는 수십 km 혹은 그 이상의 두께를 가진 암석권은 유라시아판, 태평양판, 북미판 등 10여개의 판으로 나뉘어져 있다. 이들은 매년 수cm 정도의 속도로 점성이 있는 맨틀 위를 제각각 이동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지진은 판 경계부에서 빈번하게 발생한다. 잘 알려진 대로 인도판과 유라시아판이 만나는 경계부에서 히말라야 산맥이 만들어졌는데, 이 두 판은 모두 대륙판으로 밀도가 비슷하다.

따라서, 두 판이 만나면 충돌하게 되고 지진이 발생한다. 북미 대륙에서는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빈번하게 지진이 발생하는데, 이 곳 역시 북아메리카판과 태평양판이 만나는 경계부다. 다만, 이 곳에서는 밀도가 높은 해양판인 태평양판이 밀도가 낮은 대륙판인 북아메리카 판 아래로 섭입해 들어가므로 히말라야와 같이 높은 산맥은 형성되지 않는다. 문제는 지진이 판 경계부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쓰촨 지역은 판 경계부와 거리가 먼 판의 내부에 위치한다.

이번 지진의 경우 인도판이 유라시아 판과 충돌하면서 생긴 힘이 판 내부에 축적되었다가 구조적으로 취약한 단층 지대를 흔들면서 발생했다. 이는 한반도가 판 경계부와 거리가 멀다고 해서 ‘지진 안전 지대’라고 안심할 수 없는 근거다. 1978년에 속리산과 홍성에서 각각 규모 5.2와 5.0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를 계기로 1988년부터는 건축물에, 1992년부터는 도로 및 교량에 내진 설계를 의무화했다. 만약 서울에 홍성 지진 규모 정도만 발생해도 그 피해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한다. 서울에는 1988년 이전에 건설된 건축물이 수두룩한데,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신동희 교수
신동희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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