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 석유
45) 석유
  • 신동희 교수
  • 승인 2008.05.27 09:27
  • 호수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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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영화배우 제임스 딘에 푹 빠졌었다. 제임스 딘은 20대 중반의 한창 나이에 요절했기에 <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 등 3편의 영화만을 남겼다. 이 중 <자이언트>가 제임스딘의 유작인데, 이 영화의 배경에 석유가 있다. 텍사스 대농장에서 카우보이로 일하던 제임스딘이 우연히 유전을 찾아 대부호가 되는 줄거리는 텍사스 석유왕 글렌 매카시의 삶을 재구성한 것이었다. 1930년대 미국 텍사스 주를 배경으로 한 1950년대 영화 <자이언트>에서 이미 ‘석유가 곧 돈’이라는 시대상이 드러난다.

석유는 대부분 해양성 퇴적암에서 발견된다. 해양에 사는 주요 유기물로 식물성 플랑크톤과 박테리아가 있다. 이들은 대부분 점토에 포획되는데, 점토는 서서히 셰일로 변해간다. 고체 유기 물질이 석유로 전환되려면 열이 공급되어야 하므로, 지하 100m 당 1.8~5.5℃ 정도 상승하는 곳에서 석유가 생성될 수 있다. 석유가 일단 셰일에서 생성되면, 자유롭게 이동한다. 석유의 이동은 지하수 이동과 유사하다. 오일이나 가스가 공극이 작은 셰일에서 짜내어져 상부의 사암 또는 석회암체로 들어가게 되면 셰일 내에서보다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사암이나 석회암은 공극이 커서 투수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동하는 석유는 적절한 oil trap만 존재하면 집적된다. 적절한 oil trap 조건으로 배사 구조가 있다. 배사는 휘어진 지층으로 위로 불룩하게 솟은 습곡이다. 배사가 만들어지는 습곡 형성 시기가 석유 포획에서 매우 중요하다. 석유가 형성되고 이동한 후에 지각변동이 가해져 습곡이 생기면 석유층은 유지될 수 없다. 불행히도 퇴적암에서 형성된 석유의 99.9%는 적절한 oil trap에 모이지 못하고 결국 지하수를 따라 지표면으로 올라간다. 산유국들은 0.1%의 확률이 맞아 떨어진 행운의 땅을 횡재한 것이다. 중동의 거대한 유정(油井)들은 적당한 지열 분포가 있었고,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이 충돌하면서 형성된 배사 구조가 발달해 있었기에 존재가 가능했다.

인간은 지금까지 약 6천억 배럴의 석유를 써버렸다. 지구상의 석유 잔존량은 정확히 계산해 내기는 어렵지만 추측할 수는 있다. 예를 들어, 텍사스 동부와 같이 시추 다발 지역에서 채취된 석유의 양을 가지고, 암석의 형태나 구조가 텍사스 동부와 유사한 다른 지역의 석유 매장량을 추정하는 식이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세계 모든 퇴적 분지를 이러한 방법으로 분석해 볼 때, 앞으로 약 1조 5천억~3조 배럴 정도의 석유를 발견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그렇다고 지금까지 쓴 것보다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5배까지 더 오래 쓸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석유의 활용을 능가하는 대체 에너지가 개발되지 않는 한 석유 소비량이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석유 회사 주가 뜨고, 자동차 회사 주가 떨어지고”, 오늘 아침 신문의 헤드라인이다. 최근 불과 1주일 만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올랐고, 연내 유가 지수가 200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1970년대 1차, 2차 오일쇼크가 자원 민족주의의 영향이었다면, 최근의 유가 상승은 중국 등 신흥 시장의 석유 수요 급증이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 원인이란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유가가 빠른 시일 내에 잡힐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울 것 같다. 광우병에, 조류 독감에, 유가 상승까지, 요즘은 어째 우울한 소식뿐이다.

신동희 교수
신동희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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