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일파만파]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 김진성 기자
  • 승인 2008.06.02 18:16
  • 호수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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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 세션들과 블루노트 공연 앞두고 있어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


(우리대학 생활음악과 겸임교수 역임)

재즈가 고급음악이라고?
그때그때 여러 가지 옷을 입을 뿐

지난 26일 신당동 뮤지컬하우스에서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36)을 만났다. 재즈 스타일리스트, 재즈계의 블루칩, 재즈계의 디바 등 화려한 수식어들이 늘 그녀를 따라다니지만 그녀는 “그냥 재즈보컬 웅산이 가장 편해요”라고 말한다. “다 기분 좋게 해주려고 하는 표현들이라 생각”한다며 여유롭게 웃어 보이는 그녀는 외모에서 느껴지는 강렬한 이미지와 달리 사람냄새 나는 뮤지션이었다. <편집자주>  

▲재즈는 고급 음악인가요.
재즈에 대해 잘못 알고 있는 것 중 한 가지인데, 재즈는 흑인들의 애환을 노래한 노동요에서 시작됐죠. 시작은 부유하지 않았으나 아무나 할 수 있는 음악이 아니라 그런지 고급스럽다는 표현으로 잘못 이해된 게 아닐까 생각해요. 때로는 고급스럽다고 표현할 수 있고 어떤 땐 굉장히 캐주얼하다고도 표현할 수 있고 가끔은 아방가르드하다고 표현할 수도 있죠. 그때그때 여러 가지 옷을 입는 음악이에요.

▲재즈를 처음 접할 땐 어떤 식이 좋을까요.
먼저 영화 속에 흐르는 재즈음악을 들어보고, 그 외에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라이브를 들어보는 거죠. 클럽이나 공연장을 찾아서 그곳에서 뮤지션들끼리 인터플레이(interplay) 되는 모습을 보고 느끼는 거죠.

▲재즈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일반 대중들로서는 ‘이 노래가 재즈인가’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될 때가 많은데요. 어떻게 구별할 수 있죠.
일단 사운드에 대한 개념이 정확하게 잡혀야 하죠. 초보자들에겐 블루스와 재즈도 구분하기가 쉽지 않을 거예요. 먼저 블루스 음반 한 장을 계속 들어보고 재즈 음반 한 장을 계속 들어보는 거죠. 이론까진 몰라도 되고 귀와 마음만 열려 있다면 충분히 구분 할 수 있어요. 블루스는 블루스 스케일만 사용하고 재즈는 각종 스케일들을 믹스하기 때문에 블루스보다 훨씬 심플하게 들릴 때도 있고 더 복잡하게 들릴 때도 있어요.

본래 재즈는 피아노, 색소폰, 기타, 콘트라베이스 등 어쿠스틱 악기들로만 구성된 음악인데 요즘엔 일렉트로닉 악기들과도 함께 연주되면서 사운드적으로 많이 달라지긴 했어요. 또 각 나라마다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구분해서 듣는 재미도 있을 거에요.

▲재즈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재즈의 가장 큰 매력은 두 가진데, 재즈는 도전 정신과 자유 정신이라는 두 가지 정신이 살아 있어요. 무대 위에서 음악을 할 때나 어떤 뮤지션들을 만날 때 내가 저 사람과 한 번 멋진 음악을 만들어보겠다는 도전 의식이 없으면 좋은 공연이 되질 못 해요. 서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공연이 되고, 관객들은 당연히 몰입할 수 없겠죠. 그리고 또 한 가지는 무대에서 무한 자유를 느낄 수 있는 자유로움이죠.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데 일본의 재즈에 대한 관심은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어떻게 다른가요.
일단 확실한 차이점은 한국은 젊은 매니아들이 많기 때문에 공연장 열기가 굉장히 뜨겁죠. 반면 일본은 연령대가 높아서 공연이 끝날 때까지 집중도가 높은 편이에요. 제가 96년부터 재즈를 시작했는데 말로, BMK, 서영은 씨가 다 같은 시기에 활동했었죠. 당시 어렵다고 생각했던 재즈가 우리 또래의 여성 보컬들에게서 나오니까 듣는 사람들이 훨씬 더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우리나라는 그때부터 인터넷 동호회를 통해 모이고 그런 매니아층이 굉장히 두터워졌죠. 반면에 일본은 재즈가 옛날부터 워낙 꾸준히 사랑을 받아왔기 때문에 공연장 뒤에서 보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관객들도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재즈의 대중화를 위해선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일단 대중들에게 먼저 ‘접해 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기분 좋은 마음으로 남자친구와 같이 걸어가다 보면 아무리 먼 길도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듯이 말이죠. 라이브를 들으면서 같이 호흡하다 보면 분명히 재즈의 매력에 빠질 거라 확신해요. 또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재즈 매니아일 수도 있는데 이 음악이 재즈인 줄 모르고 재즈가 어렵다고 지나쳐 버리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모 인터뷰 기사를 통해 자신은 늘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고 이야기했는데, 인생에서 가장 큰 도전은 무엇이었나요.
우선 방송(tvN 리얼스토리 묘 진행)은 제가 상상도 해본 적 없던 일이었고 아직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잘 하고 있는 건지 못 하고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어요. 뮤지컬은 도전하고 나서 ‘도전하길 잘 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뮤지컬을 한 후에 무대에 선 제 모습이 정확하게 달라졌다는 걸 스스로 느낄 정도였으니까요. 새로운 나를 찾은 거죠.

새로운 기회가 왔을 때 두려워하지 말고 큰 가슴으로 먼저 받아들이면 그 다음에 굉장히 큰 선물로 다가오죠. 가끔은 좌절하게 되거나 자신의 현 위치를 너무 정직하게 알게 되기도 하지만 그것 또한 발전을 위한 도약의 계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결코 망설이지 않아요.

기회가 오기까지 제가 하고 있는 일들이 굉장히 많아요. 저는 좀 뭐랄까.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인데,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는 걸 굉장히 싫어해요. 집에서 혼자 있으면 심심하지 않냐고 하는데 전 한 번도 심심해 본 적이 없어요.(웃음)

외국어, 악기를 공부한다거나 책을 읽어서 많은 이야깃거리를 만든다든가 끊임없이 무언가를 하죠. 두려움 없는 도전을 하려면 스스로를 먼저 많이 다져놓을 필요가 있죠. 그러면 좋은 기회가 왔을 때 잡을 수 있으니까요.

▲삶에 대해 긍정적인 것 같습니다.
아마 굉장히 그럴 거에요. 음악은 블루스에다가 얼굴은 짙은 눈화장 그리고 절에서도 2년동안 살았다는데 굉장히 우울하고 암울한 삶을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사실은 굉장히 긍정적이고 활동적이에요.

▲지난 2월 성남아트센터에서 가진 단독콘서트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의 웅산.


알리, 베이지 등 가르쳤던 제자들
음악적으로 실력 인정받아 뿌듯해요


▲나윤선, 말로와 함께 한국 여성 재즈보컬리스트 3인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본인의 음악적 색깔은 이들과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다들 장단점이 있겠지만 저는 스탠다드 음악을 웅산의 블루스로 해석하길 좋아해요. 스탠다드를 정통 재즈로 해석하기보다는 조금 소울풀하고 그루브하게 표현하죠. 또 전 락커였기 때문에 과격한 펑키로 표현하기도 하고요. 제 안에 가진 많은 소리들을 곡곡마다 새롭게 여러 가지 느낌으로 표현하고 싶어해요. 1시간 반, 2시간 공연을 해도 지루하지 않다는 얘기를 듣는 이유죠. 내 입으로 자랑을 하고 있네.(웃음)

▲재즈계의 마당발이라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많은 사람들과 친분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죠. 내 팀이 있다는 건 내 색깔을 더욱 확고하게 만들어가는 작업이기 때문에 필요하긴 하지만 가끔은 다른 연주자들과 협연을 해서 또 다른 나를 찾아가는 작업을 끊임없이 해야하는 거죠. 개인적으로 이주한 씨, 김광민 씨, 이현우 씨, 이은미 씨 등과 친해요.

▲가르쳤던 제자들 중 애착이 가는 제자들은 누가 있나요.
제가 데뷔까지 시켜준 베이지를 비롯해서 알리, 임찬규, 소울플라워, 견우, 이하나 등이 있죠. 하니(이하나)는 노래하다가 지금은 연기를 하지만요. 다들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각기 좋은 장점을 갖고 음악적으로 인정받고 있어서 기분 좋아요.

알리의 경우엔 재즈를 가르치려고 입시 때부터 제가 뽑았던 아이에요. 개인적으로 애착이 가서 재즈를 가르치려고 굉장히 노력했는데 (알리가) 재즈를 받아들이질 못했어요. 오히려 재즈곡들을 소울풀하게 R&B로 노래하는데 그게 그 친구한테 잘 어울렸던 거죠. 그래서 그쪽으로 방향을 정하고 지금은 리쌍에 가서 소울풀한 노래들을 하고 있는데, 실력에 비해 알리의 보석같은 소리가 가려져서 아쉽긴 해요.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분명히 알려질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죠. 베이지도 워낙 소리가 알차서 이것저것 다 잘 할 수 있는 친구죠.

▲노래를 하는 대학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먼저 ‘노래를 하고 싶다’고 마음 속에서 외치기 시작하면 과감하게 시작하길 바래요. 저 또한 그랬고 몇 년 동안 수입이 없던 시절이 있었지만 빈곤을 이겨냈죠.(웃음) 처음부터 결과를 바라면 안 되죠. 스스로를 믿고 꾸준히 정진해 나간다면 아마 후회할 만한 결과는 없을 것 같아요. 마음 속에서 뭘 원하는 지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작업이 제일 중요하죠. 마음을 따르면 다칠 수는 있으나 후회는 없으니까요.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요.
일본에서 발매될 3집 앨범을 녹음하러 6월 말에 일본을 나갔다 올 거고요. 또 일본을 대표하는 각 악기별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슈퍼드림팀 공연에서 보컬을 맡게 돼 7월에 일본에서 전국투어를 합니다. 블루노트에서도 공연을 하게 돼 기뻐요.

11월에는 미국 쪽 진출도 조심스럽게 계획하고 있어요. 옛날에는 좀 겸손한 꿈을 가졌다면 이젠 적어도 꿈 앞에선 겸손하지 않으려고 해요. 한국, 일본에서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아시아, 유럽, 미국도 안 될 이유는 없죠. 일단 나가보는 거죠. 왜냐면 재즈는 도전이니까. 가서 아니면 말고, 일단 한 번 가 보는 거죠.(웃음)

 

■웅산은 누구?

나윤선, 말로와 함께 현재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표적인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다. 수려한 외모와 중저음의 농염한 보이스로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웅산’이란 이름은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 절에서 2년간 생활하면서 얻은 법명이다. 10여 년간 재즈 보컬로서 많은 재즈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녀는 드디어 올 3월 ‘제6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재즈 부문을 휩쓸며 재즈계의 진정한 디바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뿐만 아니라 뮤지컬, MC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활동범위를 넓히고 있으며, 보컬 교수로도 명성을 쌓아 우리대학 생활음악과, 중부대 실용음악과를 거쳐 현재는 경희대 포스트모던음악과 보컬 교수로 재직 중이다.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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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nsung60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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