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메종 드 히미코'
영화 '메종 드 히미코'
  • 김진성 기자
  • 승인 2008.06.02 18:53
  • 호수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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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에게 해피엔딩은 없다

 

▲게이 아버지를 증오하는 사오리와 그의 아버지를 사랑하는 남자 하루히코에게서 묘한 감정이 흐른다.

최근 동성애자들의 커밍아웃을 소재로 한 tvN의 ‘커밍아웃’이 화제리에 방영되고 있다. 8년 전 방송인 홍석천의 커밍아웃이 사회적으로 논란을 볼러온 이후 동성애자에 대한 대중들의 시각은 다소 호전돼 왔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사회적으로 비주류의 문화로 치부되는 사실만큼은 변치 않고 있다. tvN의 ‘커밍아웃’은 동성애자들이 비주류로서 당하는 말못할 고통이 얼마나 큰지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메종 드 히미코’는 동성애자들이 겪는 감정의 노선을 섬세하게 묘사한 작품이다. 영화는 가족을 버린 게이 아버지 히미코(다나카 민)를 증오하는 사오리(시바사키 코우)와 히미코를 사랑하는 남자 하루히코(오다기리 조)의 묘한 감정의 흐름을 주된 스토리로 삼고 있다.

작품의 배경은 히미코가 차린 게이들의 실버타운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실버타운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게이들은 하루히코를 제외하고 대부분 노인들이다. 그들은 그 공간 안에서만큼은 자유롭고 행복해 보이지만, 모두들 오랜 세월동안 묵을 대로 묵은 마음 속 상처를 안고 산다.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당당히 밝히지 못하고 가족을 떠나야 했던 고통, 드레스를 만드는 게 취미이지만 정작 본인은 입을 수 없는 슬픔, 옛 직장동료를 만나 아웃팅을 당했을 때 등장인물이 느끼는 치욕감 같은 것들이 영화 속에 세세하게 묘사되고 있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그들의 삶을 비교적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지만, 그들의 행복까지도 유쾌해 보이진 않는다. 사오리에게 애정을 느끼지만 게이일 수밖에 없는 하루히코의 모습도 이와 같다.

겉보기에는 이들의 결말은 해피엔딩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에게 해피엔딩은 기대치에 불과하다. 솔직하게 사는 것이 그들에겐 어쩌면 더 큰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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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insung607@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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