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시대, 대학도 무풍지대 아니다
고유가시대, 대학도 무풍지대 아니다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06.03 06:52
  • 호수 12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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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인상률에 연동되는 등록금 억지 위해 아껴쓰는 습관 기르자

#1. 아침 6시 30분. ‘에너지 절약 캠페인 기사’의 취재 준비를 하기위해 들어온 신문사에 컴퓨터 냉각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어제 늦게까지 기사를 쓴다며 남아있던 기자가 컴퓨터 끄는 것을 깜빡 하고 그냥 나간 모양이다.
#2. 오전 7시 10분. 범정관 청소를 하시는 아주머니를 따라 모 사무실을 들어갔다. 이곳 역시 컴퓨터와 복사기가 켜진 채 ‘은은한 조명’을 발하고 있었다. 아주머니는 “아침에 청소를 하다 보면 가끔 이런 일도 있다”고 말씀하신다.
#3. 오후 3시. 아무도 없는 통합 교강사 휴게실에 불이 환하게 켜져 있다. 바로 옆 강의실에는 몇 안 되는 학생들이 에어컨을 켠 채 자습을 하고 있다.

구성원들의 안일한 생활 습관과 의식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석유 및 물가 인상률을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 올 하반기부터 전기료가 두 자리 수 정도 인상될 예정이며 도시가스 요금 역시 6월부터 오를 전망이라는 보도가 연일 언론을 통해 나오고 있지만, 당장 폭등할 ‘에너지 요금에 대처하는 우리대학의 자세’는 위의 사례처럼 안일하기만 하다. 우리대학이 지난 3월부터 올 2월까지 사용한 전기료와 냉난방비는 각각 10억 원과 6억3천만 원을 조금 넘는다(죽전캠퍼스에 한함).

작년 8월 캠퍼스 이전 후 건물 면적이 더 넓어진 것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갈 비용은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작년 3월의 전기료가 5천 7백만 원이었던 것에 비해 올해 같은 달의 전기료는 9천 백만 원이었다. 여기에 올 하반기부터 전기료가 10% 내외로 인상된다면(서울신문 5월 23일자) 우리대학이 연간 납부해야 할 전기료는 10억원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파워플랜트 기계실에서 만난 김정록 담당자는 “동아리방이나 (교수)연구실 및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개인 전열기구만 없어져도 연간 전기료를 상당히 아낄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이 전열기구만 사용하지 않아도 최대 전력량으로 책정되는 기본요금까지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담당자의 설명이다. 또한 물을 아끼면 상하수도 사용료와 전기료를 동시에 절약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도 한다. 각 건물별로 물을 보내기 위해 돌려야 하는 펌프 사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김 담당자는 사무실 퇴근시 멀티 탭의 전원을 내리거나 빈 강의실에 혼자 들어가서 자습하는 행동을 자제하는 등의 ‘사소한 절약 습관’들이 전기료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 낭비의 대표적 사례들. 좌측부터 나홀로 강의실, 형광등만 켜져 있는 휴게실, 개인 전열기구
도시가스 비용을 줄이기 위해 각 강의실의 기본 냉방 온도를 22도에서 23도나 24도로 올리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한다. 기계실의 다른 직원은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일괄적으로 최저 설정 온도를 24도에 맞출 수도 있지만 구성원들의 불만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22도에 맞춘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대학 내에서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비싼 등록금 냈으니까 아낌없이 사용하자’에서 ‘다음 학기 등록금 인상률을 최대한 막기 위해서는 나부터라도 절약해야 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인식의 전환을 위한 대학당국과 총학생회 측의 체계적인 노력도 요구되고 있다. “다양한 사업을 예산에 동시에 반영하기 때문에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 등록금 인상률을 억제하는 요인이라고 확답할 수 없다”는 예산과의 설명으로는 ‘한 번 해보자’는 동기를 부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자발적인 캠페인으로 일정 목표치를 달성하면 등록금 책정시 일정 비율을 반영하겠다’와 같은 적극적인 대학당국의 약속, 총학과 단과대 학생회가 주축이 된 체계적인 에너지 절약 캠페인이 내년 등록금 책정 협의회를 위한 ‘성실한 준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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