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이 종강일
6월 20일이 종강일
  • 김은희 기자
  • 승인 2008.06.05 11:19
  • 호수 12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기종강, 행복하십니까?

“무슨 소리지?”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면 누구나 하게 되는 말이다. 논술고사를 준비할 때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이 바로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는 것’이고, 입사원서를 작성할 때도 그러하며, 심지어 싸움을 할 때도 그렇다. 다시 말해 누군가를 설득하기 위해서, 무언가를 주장하기 위해서 ‘논리의 일관성’은 필수적이다. 그 이야기의 가치는 일관성의 여부가 결정한다. 일관성의 힘은 그만큼 대단하다. 우리대학을 비롯해 전국의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 반대”를 한 목소리로 외치는 재학생들로 개강 초에 떠들썩 했다.

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들 중 대부분은 MT 및 농촌봉사활동을 수업이 있는 평일에 다녀왔고, 축제 때 휴강에 환호했으며, 조기종강에 행복해한다. 우리대학 학칙 제3장(학년, 학기, 수업일수 및 휴업일) 제6조(수업일수)에 따르면 수업일수는 매학년 30주 이상, 매학기 15주 이상이다. 제3장 제5조 제2항에 의하면 제1학기는 3월 1일부터이므로, 그때(올해의 경우 개강일 3월 3일)부터 15주를 계산하면 6월 둘째 주 이후에 수업이 종강되어야 맞다. 즉 개강일로부터 16주째 되는 오는 16일부터 수업이 종강되어야 옳다. 교육지원과 관계자는 우리대학 공식 지정 종강일이 20일이라고 전해왔다. 그러나 조기종강에 대해서 특별한 감시는 없는 것으로 취재결과 밝혀졌다. 교육지원과 관계자는 “수업과 성적은 교수님 재량”이라고 전하며 “이에 대해 개별적으로 학생들이 불만을 제기해온다면 조기종강 수업수를 파악해보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텐데, 불만이 제기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또 매학기 이후 진행되는 수업평가에서 역시 학생들이 조기종강에 대한 불만의 글을 남긴 것을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관계자는 “아마도 교수님들께서 학생들에게 동의를 구한 후 조기종강을 하시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 학생들의 동의 없이 조기종강이 결정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 재학생은 조기종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물음에 “7:3정도로 마음이 나뉜다. 30%정도는 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70%정도는 빨리 끝나 행복하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해 조기종강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함을 드러냈다. 그리고 교수가 학생들로부터 동의를 구하였냐는 물음에 “나조차도 종강일이 20일인지 몰랐다”고 답해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더 빠른 ‘자유’로 인한 ‘행복’” 때문에 조기종강을 좋게 평가하고 있었다.

한편 한 재학생은 “교수님 사정상 조기종강을 하게 되었는데, 교수님께서 수업을 듣는 학생들에게 모두 양해를 구하셨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하기도 했다. 취재결과 조기종강은 전공수업의 경우 더 많이 발견됐다. 한 학생은 “교양수업이 오히려 전공수업보다 조기종강되는 경우가 적다”며 전공수업 조기종강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조기종강이 좋은 건 사실”이라며 학생들은 수줍게 말한다. 그러나 그 고백이 “등록금 인상 반대”를 외치는 목소리가 일관성을 잃게 되는 결정적인 ‘삼천포’가 되지는 않을지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김은희 기자
김은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mamorikami@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