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숙과 독짓는 늙은이
치숙과 독짓는 늙은이
  • 류슬기 기자
  • 승인 2008.07.02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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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을 통해 본 요즘 대학생

인문학보다는 경영학, 짱돌과 바리케이드 그리고 칼 맑스의 서적보다는 토플, 토익 책을 드는 것이 요즘 대학생들의 현주소다. 과연 21C를 이끌어 나가야 할 젊은이들의 올바른 인간상은 무엇이며 지향해야 할 태도는 무엇일까. 그렇다면 소설속의 인물상은 어떠한지 살펴보도록 하자.

우선 채만식 소설의 「치숙」은 일본의 통치하에 억압받는 조선을 배경으로 한다. 당대 시대상으로 보면 일제 식민지 체제에 저항하여 5년간의 옥고를 치른 지식인은 당연히 조롱의 대상이 아니라 존경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치숙」에서의 ‘나’는 공연히 일제에 저항함으로써 고초를 겪은 숙부가 바보스럽기 그지없다고 여긴다. 때문에 ‘나’는 일제에 야합하면서 삶을 규정하는 물질주의적 가치를 중시한다. 다시 말하자면 「치숙」에서의 ‘나’는 시대흐름의 변화에 맞추어 변화하여 야합하는 인물상이다.

황순원의 ‘독짓는 늙은이’라는 소설에서 송영감은 전통적인 가치 체계의 붕괴를 겪는 사태에 대항하려고 하는 한 노인의 집념과 좌절을 겪는다. 결국 송영감은 마지막에 자신의 생애를 바쳐온 일터에서 비장하게 죽는 최후를 마친다. 이러한 송 영감의 모습에서 장인적 집념과 주변 상황의 변화에 아랑곳 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지키고자하는 인간상을 볼 수 있다.

치숙의 나 와 독짓는 늙은이의 송 영감을 통해 삶의 변화에 객체가 되어 가는 인물과 주체적으로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두 개의 인간상을 엿볼 수 있다. 이 두 개의 인간상 중에서 후자가 학점과 자격증, 토익 등 취업만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요즈음 젊은이들이게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자신이 정작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가치 있는 인생을 만들고자하는 장인 정신이 부족한 미래의 젊은이들에게 송 영감처럼 땀과 눈물, 사랑 그리고 배신, 집념 이 담긴 독을 만들 줄 아는 장인이 우리는 되어야 함이다.

류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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