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나라' 네팔에서의 14박15일
'신들의 나라' 네팔에서의 14박15일
  • 신봉석 기자
  • 승인 2008.07.22 18:38
  • 호수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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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물들지 않은 사람들
그들의 순수함을 배우고 왔다

죽전캠퍼스의 ‘제2기 네팔 해외봉사단’이 지난 3일부터 2주간의 일정을 끝마치고 17일 돌아왔다. 지난 2주간 89명의 봉사자들의 현장 이야기를 엮어 보았다.

지난 3일 오전. 해도 뜨지 않은 새벽부터 부리나케 준비해 인천공항을 출발한 봉사단은 6시간의 긴 비행을 거쳐 같은 날 오후 12시 30분경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공항에 도착했다. 끝도 없이 펼쳐진 구름과 고산으로 둘러싸인 네팔의 풍경이 가장 먼저 봉사단을 맞이했다.

카트만두는 한 나라의 수도답게 생각했던 것보다 도시로서의 구색을 잘 갖추고 있었고, 시민들은 무척이나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다만 도시가 우리의 70년대 정도 수준에 청결도가 조금 떨어지고, 자동차보다 오토바이가 더 많으며, 소가 한가로이 길거리를 활보(!)한다는 것 정도가 차이점이랄까.

네팔에 도착해 봉사단이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선혜학교’라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한 불교단체가 올해 2월 설립한 교육시설 겸 전쟁고아들을 위한 고아원이다. 이곳에서 봉사활동에 대한 간략한 브리핑과 2주간 봉사단과 함께 할 현지 스태프들의 소개, 간단한 환영식을 가진 후, 숙소인 ‘티베트 게스트 하우스’로 이동하는 것으로 첫날 일정을 마쳤다. 둘째 날은 오전 일찍부터 카트만두 남쪽의 파핑으로 이동해 봉사를 실시할 자매교 ‘트리부반 하이스쿨’을 방문했다.

▲ 학교시설 개보수에 나선 죽전 봉사팀
양교 관계자 소개, 자매교 학생들의 환영공연, 상호 선물 교환 등 간단한 오프닝 세리머니를 마치고, 오후에는 인근 마을 광장에서 양교 학생들이 우리대학의 뜻있는 봉사활동을 자축하는 축하공연을 펼쳤다. 트리부반 하이스쿨 학생들은 네팔 전통춤, 타악기 연주, 피리 연주 등을 선보였고, 우리 봉사단은 아리랑 합창 및 부채춤(음악A, B), 태권도 시범(태권도A, B), 사물놀이(전통문화A, B)를 선보였다. 공연이 시작할 즈음 굵은 빗줄기가 쏟아져 태권도팀은 자칫 시범을 하지 못할 뻔 했으나 다행히도 태권도팀의 차례 전에 비가 멈춰 문제없이 멋진 시범을 보일 수 있었다.

양측 대표 모두 서툴지만 최선을 다한 이날 공연은 마을 주민, 자매교 학생 등 400여 명이 관람할 정도로 큰 성황을 이뤘다. 3일째부터 본격적인 봉사활동에 들어갔다(한글, 태권도, 전통문화, 음악, 스포츠, 미술의 6개조를 각각 A, B 두 팀으로 나눠 A팀은 먼저 봉사활동을, B팀은 포카라로 이동해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했다).

오전에는 각 팀별로 준비한 교육봉사를, 오후에는 학교 시설을 재정비하는 시설봉사를 실시했다. 1시간 30분씩 하루에 두 차례 실시한 교육봉사는 한글팀은 자음, 모음 등 한글 기초 교육, 태권도팀은 태권도 기본기 교육, 전통문화팀은 제기차기를 비롯한 전통놀이 교육, 음악팀은 게임을 동반한 한국 동요 및 가요 교육, 스포츠팀은 축구 기본기 및 공을 이용한 레크리에이션, 미술팀은 페이스페인팅 등 각 팀별로 준비한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 태권도 시범 중인 네팔 해외봉사팀
10살도 안 된 어린 아이들부터 16살 먹은 큰 학생들까지 다양한 학생들을 가르치는 만큼 매 수업마다 반응도 다양했다. 태권도 수업의 경우 수줍어하며 어색하게 태권도 동작을 따라하기 바쁜 학생이 있는가 하면, 큰 기합 소리를 내며 봉사자들의 태권도 동작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려는 열성적인 학생도 있었다. 스포츠A팀은 봉사자들에게 찰싹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모르는 프라시쟈라는 꼬마 수업단골도 생겼다고. 정도의 차이는 있었지만 현지 학생들의 배우고자 하는 열망은 생각했던 것 이상이었고, 가르치는 이의 입장에서 그것에 무척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미안한 마음 또한 강했다. 정해진 시간에 많게는 100여 명에 이르는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는 힘들었던 것.

오후에 실시된 시설봉사는 현지 봉사자들과 함께 화장실, 도서관, 지붕, 실험실 등 낡은 학교 시설을 정돈하고 보수했다. 잔뜩 쌓인 해묵은 먼지와 어지럽게 걸려있는 거미줄을 치우고 낡은 기자재들을 들어냈다. 실내를 말끔히 물로 씻어내고 부수어진 벽과 천장을 시멘트로 메운 후 페인트를 칠해 깔끔하게 단장했다. 화장실은 수로를 새로 파고 보도 역할을 하는 벽돌을 새로 박는 등 고생이 남다르기도.

▲ 시설봉사에 나선 죽전캠퍼스 해외봉사팀
시설봉사는 생각보다 더딘 속도로 진행된 편이었는데, 현지 봉사자들과 우리 봉사단 간에 호흡이 미묘하게 맞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는 사이가 안 좋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일하는 방식의 차이로 인한 것. 네팔은 원자재 수급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기에 가격이 비싸 현지인들은 시멘트, 페인트 같은 재료를 많이 아끼려는 성향이 강했고, 무척 열심히는 하지만 우리가 보기에 비교적 효율은 떨어지는 편이었다. 같은 일을 두세 번씩 반복하다보니 진척 속도가 느렸던 것.

5일간의 자원봉사 마지막 날은 친선축구경기를 가진 뒤 2인 1조로 현지인 봉사자들의 집에서 하루 동안 홈스테이를 했다. 현지인과 보다 가깝게 교류를 갖고 네팔의 일상을 체험해보는 것이 목적이었던 홈스테이는 봉사단 대부분에게 인상 깊은 체험으로 남았다. 취재기자와 함께 했던 시바 라즈 바즈넷(27)은 한국의 생활상과 네팔에 대한 한국인의 이미지 등에 대해 물어왔다. 무척 진지하고 심지가 굳어 보이는 바즈넷은 양국의 문화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다. 힌두교도인 그는 힌두 문화와 네팔의 전통 문화를 정성을 다해 설명해줬고, 서로 영어 실력이 부족해 의사소통이 조금 어려운 가운데에도 그의 자부심과 열의는 충분히 전해졌다.

홈스테이를 마치고 A팀은 B팀과 교대해 안나푸르나 트레킹을 하고, 이후에는 A, B팀이 함께 한 지역 축구팀과의 자선모금 친선경기, 카트만두의 각 명소를 둘러보는 포스트 게임과 현지 경찰과 함께 교통질서 캠페인 등 나머지 일정을 소화한 후 17일 네팔 관광청 여행객 센터에서 봉사활동 인증서와 교통부로부터 교통질서 캠페인에 대한 증서를 전달받고 귀국하는 것으로 모든 봉사일정은 끝이 났다.

▲ 전통문화 팀으로 부터 제기차기를 배우는 네팔 소년
우리대학의 이번 네팔 해외봉사는 현지 언론에 보도되고, 람하리 조쉬 전 교육부장관이 봉사현장을 찾는 등 현지인들의 많은 관심을 받으며 끝을 맺었다. 여전히 보완할 점들이 눈에 띈 이번 해외봉사였지만, 전년도에 비해 준비도 충분했고 시행착오도 한결 줄어들어 앞으로의 발전이 더욱 기대된다.

끝으로 해발 2000m 안나푸르나 산중에서 봉사단원들과 Global Peace Maker Camp 김윤중 매니저의 대화에서 발췌한 이번 해외봉사의 의의를 소개하며 이만 글을 맺고자 한다. “이번 해외봉사는 봉사교육의 목적이 커요. 본격적인 봉사도 좋지만 평소 봉사활동이란 걸 거의 접한 적이 없는 학생들에게 해외봉사란 이런 것이구나, 하고 체험하고 깨닫게 해주는 거죠. 네팔인들에게도 마냥 잘 사는 줄 알았던 한국인들이 이렇게나 노력하는구나 하는 생각을 심어줄 좋은 기회이기도 하고. 이런 기회를 통해 학생들에게 봉사활동에 대한 친숙함을 심어줄 수 있다면 이번 해외봉사 프로그램은 성공한 셈입니다.”

신봉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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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adenian@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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