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의 제국' 몽골에서의 10박 11일
'초원의 제국' 몽골에서의 10박 11일
  • 최정빈 기자
  • 승인 2008.07.22 18:53
  • 호수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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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초원·메마른 사람들에게
우리는 청량제가 되어 줄 수 있을까?

자연이 아름다운 나라 몽골. 하지만 심각한 경제난과 불안정한 체제에 의한 메마름은 몽골아이들에게 고통을 안겨주었다. 지난달 28일부터 10박11일 동안 우리대학 몽골해외봉사팀이 이런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자 몽골을 찾았다. <편집자주>

광활한 초원을 넘어 징기스칸 제국의 영광을 갖고 있던 몽골에는 아직도 수많은 별들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몽골은 마치 별똥별처럼 영광을 잃어가고 있다. 넓은 국토를 가지고 있지만 인구는 적다. 경제난을 극복하고 지원 확보를 위해 공산주의에서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갖춘 것도 겨우 몇 년 전이다. 그만큼 정치, 경제 체제가 불안할 뿐만 아니라 복지 후생부분에서도 낙후됐다.

개발되지 않아 아름다운 자연을 가지고 있지만 그만큼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하는 곳도 많다. 그런 몽골에 우리대학 해외봉사팀이 희망의 별을 밝히러 갔다. 6월 28일 오후 비행기를 타고 몽골 MIAT공항에 우리대학 봉사팀이 도착했다. 의료진, 재학생 등 130명으로 구성된 해외봉사단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 한 시간 거리인 성긴하이르항의 항올구 제10학교에서 학생교육, 환경개선작업 등 다양한 봉사 프로그램을 가졌다.

또 한편에서는 항올구 12구역 보건진료소에서 치과분야를 포함한 의료봉사팀이 지역민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우리대학병원의 교수와 의료진과 재학생으로 구성된 23명의 의료봉사팀은 주민들에게 소화기, 심장혈관, 이비인후과, 치과보철, 소아과 등의 분야에서 진료와 처치, 약제처방 등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위생교육을 실시했다. 의료서비스를 제공할만한 시설이 몽골에는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역민들에게 의료봉사는 절실했다.

▲ 의료봉사팀의 봉사활동 모습
9시면 이미 보건소 앞에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하루에 의과분야 치과분야 각각 120명에서 140명이 진료를 받기 위해 몰려든다.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아 특별히 아프지 않은 사람들도 검진을 받으러 온다. 그들은 잦은 질병에 익숙해져 자신의 병명을 아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들은 그동안 아픔을 쌓아온 만큼 자신의 신체 어느 부위가 아픈지 정확히 안다.

대기자 번호표를 받기 위해 늘어선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리다툼으로 싸움이 일어나기도 한다. 이재일(의학과1) 군은 “심전도 기계를 처음 봐서 신기해하는 사람이 많았다”며 “사람들이 한 번씩 심전도검사를 받기를 원했고 그들을 검사해줄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뿌듯함을 나타냈다. 또 방혜선(생명과학과1) 양은 “약봉지를 들고 나오는 사람들의 표정은 모두 행복해 보여 저까지 행복해지는 것 같다”며 의료봉사팀을 자랑스러워했다.

같은 시각 항올구 제10학교에서는 재학생 89명이 이 학교 학생들을 위한 교육봉사와 노력봉사를 하고 있었다. 영어, 컴퓨터, 한국어, 미술과 댄스, 태권도, 축구 등 체육활동으로 나뉘어 1교시부터 40분 수업, 10분 쉬는 시간 형식을 취했다. 아이들과 친화도 다지고 교육을 통한 배움을 전했다. ‘쌩배노(안녕하세요)’로 시작하는 아이들과의 인사를 통해 봉사팀과 아이들은 웃음이 번진다.

▲ 컴퓨터 교육에 열중하고 있는 몽골 항홀구 제10학교 학생들
컴퓨터 교육은 포토샵을 통한 자신만의 명함 만들기 교육이 이뤄졌다. 아이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사진을 컴퓨터로 보면서 아이들 스스로 배경을 꾸미게 지도했다. 처음 접해보는 포토샵에 아이들은 호기심과 신기함으로 수업에 열중한다. 컴퓨터 교육을 담당한 노미리(토목1) 양은 “포토샵을 못 다루는 아이들이 많아서 옆에서 계속 도와줘야 해요. 하지만 그래서 아이들과 더 빠르게 친해지는 것 같아요”라며 아이들을 가르치는데 전념했다.

댄스반에서는 원더걸스의 So Hot의 안무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은 처음 접하는 멜로디와 춤동작에 어색해하지만 금세 춤에 빠져들었다. 'Hot so hot 난 너무 예뻐~’ 어색함과 부끄러움을 벗어버리고 아이들은 즐겁게 춤동작을 따라한다. 가르치는 학생까지 춤에 빠져들어 간다. 댄스 교육을 맡은 최고은(생활체육4) 양은 “얘들이 못할까봐 걱정이 됐었는데 춤을 보고 멜로디에 맞춰 느낌을 살릴 줄 알아요”라며 아이들과 하나가되어 아이들의 끼를 이끌어냈다.

학교에 봉사팀이 왔다는 입소문에 매일매일 교육을 받으러 오는 학생들이 늘어갔다. 교육은 각 반마다 우리대학 몽골어과 학생들의 통역을 통해 이뤄졌다. 우리대학이 해외봉사를 온다는 소식을 듣고, 교환학생과 어학연수로 몽골에 있는 우리대학 몽골어과 재학생들이 와준 것이다. 국비유학생인 박성원(몽골어·3) 군은 “봉사활동을 통해 몽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의 이미지도 좋아진다”며 “나아가서 우리대학 이미지가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되죠”라고 말했다.

▲ 한글 교육 중인 천안캠퍼스 봉사팀
그래서 자매대학인 몽골국립대학 한국어과 학생들과 몽골어과 학생들을 포함해 30여명의 통역팀이 함께 했다. 체기(몽골국립대학 한국어과) 양은 “단국대학이 몽골사람들을 치료해주고 교육해줘서 많은 도움이 되고 몽골인으로서 고마움을 느낀다”며 마음을 전했다. 그녀는 작년 한국어캠프를 통해 우리대학에서 수업을 들었었다. “단국대에서의 생활은 아직도 잊지 못해요. 그때 사귀게 된 한국인 친구와도 꾸준히 메일로 서로연락을 하고 있다”며 “단국대의 한국어캠프는 더없이 좋은 경험”이라고 전했다. 샤르네(한국어과) 양 또한 “이렇게 한국에서 봉사활동을 와준 덕분에 좋은 한국인 친구들을 만나서 기쁘다”며 재학생들과 10박11일 동안 우정을 나눴다.

한편 노력봉사를 하는 학생들은 벽화그리기, 교실 창틀교체작업, 나무심기 등 환경개선작업에 나섰다. 자외선에 쉽게 노출되는 몽골의 햇빛에도 학생들은 물로 땅을 적시고 삽으로 땅을 파내는 고된 작업을 불평 없이 해낸다. 해발 1500미터에 건조한 기후인 몽골은 조금만 활동해도 지친다. 몽골어과 이성규 교수는 “정신수양의 마지막 단계는 결국봉사라고 생각하며 학생들이 언제 이렇게 와서 저런 경험을 할 수 있겠느냐”라며 “이것이 좋은 추억이 돼 다시 몽골을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라고 학생들의 기운을 돋아줬다. 박주원(스포츠경영4) 부총학생회장도 노력봉사의 선두에 서서 앞장섰다. “어려운 나라를 도와줄 수 있다는 점에서 뿌듯하고 이것이 진정한 봉사라고 생각한다.”며 힘든 봉사일정에도 뿌듯함을 전했다.

▲ 발벗고 나선 노력봉사 활동
봉사기간 동안 30명의 학생은 ‘가쵸르트 고아원’을 찾아 아이들과 놀이를 하며 정을 나눴다. 정이 그리운 아이들은 처음 보는 학생들에게 경계심 없이 다가왔다. 마음이 통한 학생들에게는 직접 만든 실로 만든 팔찌를 선물했다. 많은 대화를 할 순 없지만 눈으로 마음으로 표정으로 함께 웃고 교류했다. 짧은 시간 동안 정이 들어 버린 아이들과 봉사팀은 헤어질 시간이 왔을 때 서로의 눈물을 훔쳤다. 고아원생인 어그(12)는 이수현(생명과학·4) 양과의 헤어짐에 눈물을 흘렸다. 이수현 양은 “여태까지 고아원을 가본 적이 없었어요. 아이들이 이렇게 살갑고 정겹게 대할 준 몰랐어요”라며 “아이들이 따듯했고 이렇게 빨리 돌아가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몽골에서의 봉사는 학생들의 마음속에 그리고 몽골사람들에게 작은 별을 심어줬다. 이 별이 계속해서 그 빛을 발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몽골에 대한 대대적인 도움과 어필은 국내유일 몽골어과를 가지고 있는 우리대학이 선두다. 앞으로 학생들의 마음에 진리봉사라는 별을 어떻게 키워 가느냐가 중요하다. 학생들과 몽골아이들은 10박11일 동안의 함께 한 시간을 뒤로하고 헤어짐의 인사를 나눈다. “마르가시 올찌아(내일봐요)” 이것이 만남의 끝이 아니라는 작은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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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indykik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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