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선발 기준과 대학의 학풍
인재선발 기준과 대학의 학풍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07.22 01:22
  • 호수 12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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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 똑똑이'를 걸러 낼 평가기준 필요

학보사에서 수습기자들을 모집할 때 가장 중요한 선발 기준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이다. 남들 토익성적 올릴 때, 남들 학점 관리할 때, 남들 공모전 준비할 때 그런 유혹(?)을 뿌리치며 자신이 선택한 2년 반의 기자생활을 묵묵히 해내는 능력이 신문사 생활에 가장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소위 '스펙'이 화려한 학생이 학보사에 지원하는 경우 이런 지원자를 뽑는 것이 부담이 되는 경우가 있다. 화려한 성적을 보면 "얘 참 일 잘하겠구나"싶어도, 막상 한 학기만 지나면 "저 더 이상 못하겠어요. 신문사 그만둘래요"라는 말을 쉽게 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당장 눈에 보이는 가치(스펙)를 추구해 온 사람에게 2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나야 얻을 수 있는 '추상적이며 불확실한 가치'로 동기부여를 하기는 힘들다. 그래서 한 학기 정도가 지나면 '착실히' 스펙을 쌓아오던 똑똑한 학생들은 신문사를 떠난다.

최근 들어 기업들의 신입사원 선발 평가 기준에서 '이직(移職) 가능성'이 중요하게 고려되고 있다고 한다. 화려한 스펙으로 무장한 이력서를 보고 "얘 참 일 잘하겠구나"싶어 뽑아 놓으면 채 1년도 되지 않아 다른 직장으로 옮겨가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업마다 면접을 강화해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을 평가하는 '제도적 보완'을 하고 있다. 이력서를 보고 뽑은 사람들 중 '똑똑한 사람'과 '헛 똑똑이'를 구분해 가려내기 위해서다.

취업과 관련해서 들려오는 주변의 소식을 들으면, 다행히 우리대학은 이직의 경우가 적어 기업들이 선호하는 대학으로 꼽힌다고 한다. 단국대학교를 거쳐서 나온 학생이면 업무적 능력과 안정감에서 믿고 맡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사회에서 생각하는 어떤 대학의 느낌 또는 분위기는 매우 중요하다.

한 대학의 분위기(學風)가 '어떤 사람을 뽑았는가'와 '어떻게 교육하는가'로 만들어진다고 한다면, 지금까지 우리대학의 인재선발 기준(어떤 사람을 뽑았는가)과 공통 교양교육(어떻게 교육하는가)은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 수시 입학 관련 취재를 하면서 받은 느낌은 '학풍을 만들어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였다. 눈에 보이는 내신과 수능 성적 이외의 부분을 평가하기 위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면접고사에서 헛 똑똑이를 가려낼 수 있는 기준이 부족하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주어진 시간 내에 문제가 원하는 답을 얼마나 조리 있게 설명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면접에서는 해당 학생의 '밑바닥'을 확인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 입시에서 도입하고 있는 응시자 간 그룹 토론과 같은 입시 제도에 계속 눈길이 가는 것도 그 때문이다. 기업이나 학보사에서, '똑똑한 애들 들어와서 불안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는 없을까. 사회 전체적으로 '유능한 인재'에 대한 왜곡된 인식과 평가 기준이 점진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에 그나마 위안을 얻는다.

박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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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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