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문과대학 최희재(사학)학장에게 듣는다
① 문과대학 최희재(사학)학장에게 듣는다
  • 김은희 기자
  • 승인 2008.09.03 13:37
  • 호수 12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용을 중시하는 세태에 발맞춰 실용적 인문학 추구해야
문과대학은 대학의 영혼

현재 문과대학 체제가 정식 출범한 것은 16년 전이다. 그러나 1947년 11월 개교 시 사학과를 포함한 문리학부가 개설됐으므로 우리대학 문과대학은 학교 창립과 함께 그 역사를 시작했다고 할 수 있다. 1954년에 국어국문학과와 영어영문학과가 신설되었고, 1964년에는 위 3개과를 포함하는 문학부가 개설되었으며, 1967년 본교의 종합대학 승격에 따라 국문, 영문, 사학 등 총 7개과로 구성된 문리과대학이 출범했다. 그 뒤 중어중문과, 일어일문과, 독문과가 개설되었고, 1992년에는 문리과대학이 문과대학과 이과대학으로 분리됐다. 이후 학부제가 재도입되면서 문과대학이 인문학부 어문학부로 이원화되었다가 올해부터 다시 학과제로 환원되어 현재 문과대학은 6개 학과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 재학생 수는 제1 전공 기준으로 1220여 명이다. 졸업생은 수차의 학제 변동으로 총수 추계가 쉽지 않은데 문과대학 체제하에서만 약 5000명이 배출되었다. 개교 이후 관련학과 졸업생 총수는 대략 1만 명 정도 될 것으로 추산되는데, 동문들은 교육계, 학계, 언론계, 출판계, 공직 및 일반 기업체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다. 일례로서 시민운동가로 잘 알려진 박원순 변호사는 1984년 사학과를 졸업하였으며 현재 아름다운 가게 및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로서 활동하고 있다. 간암으로 일찍이 작고하였지만 ‘껍데기는 가라’ 등의 애송시로 잘 알려진 고 신동엽시인도 문과대학 동문이다. 이처럼 전통과 역사를 가진 문과대학의 학장으로 지난 8월 최희재(사학) 교수가 임명됐다. 최 학장을 통해 문과대학을 알아보았다. <편집자주>

▲문과대학장 최희재(사학) 교수

▲문과대학 6개 학과에 대해 듣고싶습니다. 
국문학, 사학 등 초창기에 개설된 학과는 많은 선배들의 후원과 관심 속에 독자적인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가고 있으며 영문, 중문, 일문 등 어문학 계통의 학과들은 실무능력을 갖춘 유능한 인재를 배출하여 사회의 수요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고 있습니다. 구국, 자주, 자립의 창학이념 및 민족애를 바탕으로 인류사회에 공헌하는 전문인을 양성한다는 본교 교육목표를 실천하기 위해 학과별로 각과의 특성에 맞춰 학술답사, 문예지간행, 연극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국어학, 고전문학, 현대문학으로 전공을 세분하여 교육하고 있는 국어국문학과에서는 매년 정기적으로 국어국문학 유산 발굴 및 문헌조사 작업을 실시하고 있으며, 창작 고취를 위해 문예지를 간행하고 있습니다. 한국사와 세계사를 폭넓게 가르치고 있는 사학과에서는 매년 봄가을 2회 국내 유적지와 문화재 답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별도로 유물 유적의 발굴조사를 계속해 오고 있는데, 그 동안 중원고구려비와 단양적성비 등을 발견하여 학계에 큰 공헌을 하였습니다. 중어중문학과, 일어일문학과, 영어영문학과 등은 세계화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여 당해 지역의 문화에 대한 소양을 바탕으로 뛰어난 어학능력을 겸비한 실무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원어연극 공연, 자매대학과의 교류, 학회지 발간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습니다. 독어독문과에서는 그동안 독일어권의 언어와 문화 전문가 양성을 위해 노력해 왔는데, 아쉽게도 지난해부터 신입생모집이 중단되게 되었습니다.

▲인문학의 위기라고 많이들 말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문과대학은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나요.
근년 많이 거론된 인문학의 위기는 실용을 중시하는 세태에 기안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우리 인문학자들이 현실과 유리된 추상적 이념 탐구와 이론적 논쟁에 몰두하거나, 호고적 관심 충족을 위한 실증적 분석에 치중 한 결과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여건과 환경을 탓하기에 앞서 인문학 종사자들의 자성의 노력과 함께 보다 적극적인 대안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너무 가볍거나 피상적이 될 수 있는 위험성은 경계하되, 삶에 보다 가까이 다가가는 생활 속의 인문학, 세상과 인간에 관한 큰 그림을 보여주되 난해하지 않고 일상의 삶에 유익을 주는 실용적 인문학을 추구해야 한다는 요구가 강화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향성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된 듯하지만, 문과대 차원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아직 없습니다. 차차 문과대 내 의견을 수렴하고 대학본부의 발전계획과도 연계하여 장기적인 구상을 마련하기로 하고, 우선은 현재의 여건 하에서 우리대학의 역량을 결집하면서 도약을 위한 토대를 다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문과대는 학부제 실시 등으로 소속감과 동질성 약화, 교수인력 감축 등 많은 문제에 직면했었습니다. 올해부터 학과제로 환원된 만큼 그동안의 시행착오를 거울삼아 새로운 체제가 학과간의 벽을 강화시키지 않고 상호 소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보다 발전적으로 정착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학과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독려하되, 공동 연구집담회의 개최 등 학과간의 교류를 증진시키고, 이미 운영되고 있는 연계전공의 활성화를 도모하고자 합니다. 세계화가 강조되고 있는 만큼, 국제적인 교류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여건이 허락되는 범위 안에서 추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앞으로 목표하는 바가 무엇인지요.
여러 가지로 능력이 부족한데 일을 맡게 되어 부끄럽기도 하고 잘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습니다. 20년 넘게 재직했으니 한 번은 문과대학을 위해서도 시간을 내어 봉사하라는 요구로 알고 맡은 일을 하고자 합니다. 오랫동안 논란이 되었던 학부제와 캠퍼스 이전문제가 해결되어 학교 전체가 새로운 도약을 기대하고 있는 만큼, 문과대도 이제 잠재적 역량을 상승적으로 발현하여 보다 큰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기초를 다져야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며, 조그만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처음 같은 열정을 가지고, 학자로서 선생으로서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나아가 우리 문과대학이 구성원 모두의 자기실현에 도움과 자극을 주는 유익한 공동체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전공간의 벽이 높아만 가는 시대에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인간에 대한 믿음을 매개로 함께 어울리는 가운데 상호 이해를 넓혀가며 자기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화이부동(和而不同)의 마당이 되길 꿈꾸고 싶다는 것입니다.

▲문과대학을 한마디로 어떻게 표현하시겠습니까.
문과대학은 ‘대학의 영혼’이라 생각합니다. 인간의 무늬, 즉 사람다움에 관한 지식과 문화의 본령을 탐구하고 교육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해야 사람답게 사는 것인가 라는 근원적 질문을 늘 마음에 품고, 다양한 가치의 존재를 인정하며 보다 넓은 시각에서 비판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합니다. 모두가 취직, 출세, 성공, 부귀를 꿈꾸며 남보다 먼저 달려야 그것을 얻을 수 있다고 믿고 정신없이 달리는데, 그에 앞서 무엇이 진정한 행복인지 우리에게 참으로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멀리 넓게 보면서 당당하게 삶의 여정을 감당하게 하고, 때로는 대다수 사람들과는 달리 느리게 걷고 반대로 돌면서 누구보다 값진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길을 보게도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은희 기자
김은희 기자 다른기사 보기

 mamorikami@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