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것
PD수첩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것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09.02 18:33
  • 호수 1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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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과 아이의 차이는 ‘정확한 선’을 알고 있다는 것에 있다. ‘자유’의 개념에 대한 ‘정확한 선’을 모르는 아이는, 사춘기에 접어들며 ‘방종의 영역’에 들어가 본 후 어디까지가 내 자유의 영역이고 어디서부터가 타인을 위한 배려인지를 경험하게 된다.

◇성숙한 사회와 그렇지 못한 사회의 차이 역시 그런 ‘선’에서 생긴다. 아직 ‘자유’에 대한 공감대가 생기지 않은 사회에서는 사춘기와 같은 과도기를 겪게 된다. 이번 PD수첩 사태는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가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정확한 선을 갖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미국의 워렌 대법원장은 1954년 취임 후 첫 연설에서 “인간이 모든 생각을 탐구할 자유를 갖고 있으면 비록 편견이 많이 생기더라도 국가 발전에 건강한 풍토를 만든다”고 말 해 법이 언론의 자유를 지키고 ‘권장 할’ 것임을 약속했다. 실제로 미국은 정치인들이 언론사를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걸지 못할 만한 법적 장치(Actual Malice)를 갖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완전할 정도의 언론 자유를 보장하는 나라도 방송의 언론 자유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1943년 미 연방 대법원은 “모든 개인이 갖는 언론의 자유에 필적할만한 권리를 방송이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라고 판결해 방송의 내용과 형식에 대한 규제를 합법화 했다.

◇검찰이 PD수첩을 수사하고 수사결과에 대해 MBC 측이 사과를 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언론탄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언론의 ‘공공성’과 ‘사회감시’의 역할 중 후자 쪽에 비중을 두는 사람들일 것이다. 언론의 사회감시 역할이 중요하고, 때문에 PD수첩과 같은 소위 ‘PD저널리즘’을 걱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이 모든 개인이 갖는 언론의 자유와 같은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미 대법원의 판결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방송을 본 후 “난 어린나이에 죽고 싶지 않다”며 거리로 나온 여중생을 보며, PD수첩 제작진들이 했을 생각이 자못 궁금하다. 방송의 위대함이었을지, 아니면 양심의 가책이었을지 말이다.

박준범 기자
박준범 기자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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