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불어온 반한열풍
중국에서 불어온 반한열풍
  • 이은지(한국어문·4)
  • 승인 2008.09.09 19:04
  • 호수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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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올림픽이 끝난 지도 열흘이 넘었다. 국민들은 종목 관계없이 한마음이 되어 한국을 응원했다. 가까운 중국까지 국민의 함성소리가 닿은 걸까. 우리나라는 여태까지의 기록이었던 금메달 12개를 깨고 금메달 13개를 획득해 아시아 2위, 종합 7위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베이징 올림픽은 대한민국의 스포츠 위상을 한 층 더 높여주는 한편,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의문을 안겨다 주기도 했다.

올림픽의 열기가 한창일 때 각 나라의 매스컴에서는 중국의 응원 문화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자국의 선수를 응원하는 것도 좋지만 도가 지나쳐서 중국선수까지 피해를 입는 경우도 발생했었다. 올림픽을 열심히 본 국민이라면 여자양궁 개인 결승전을 기억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박성현 선수 차례가 오면 중국 관람객들은 호루라기를 불고 소리를 지르며 박선수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려 놓았다. 다음날 한국과 중국의 배드민턴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올림픽 경기를 보고 있자면 중국은 비단 자국의 경기에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다른 경기에서도 우리나라의 상대팀을 응원했다. 한국 : 스웨덴이면 ‘스웨덴 찌아요(加油·파이팅)’, 한국 : 미국이면 ‘미국 찌아요(加油·파이팅)’. 이쯤 되니 응원태도의 문제가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아니나 다를까. 올림픽이 끝나자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중국의 반한감정에 대한 기사를 터트려 놓았다. 점차 ‘반한’의 문제가 부각되면서 ‘혐한(嫌韓)’이라는 말까지 나오게 되었다.

한국의 중국 관련기사와 리플들을 중국어로 번역하여 말도 안 되는 악플들을 포털 사이트를 통해 서로 공유하는 등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어쩌다 중국과 한국의 사이가 이렇게 되었을까? 우리의 인식 속에 중국이 싫어하는 나라는 일본이었다. 하지만 최근 한 포털 사이트에서 조사한 결과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나라는 한국이었다(40.1%). 중국의 반한감정은 스촨성 대지진 때 한국인의 악플들로 인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그 후 올림픽 개막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SBS가 개막식 장면을 몰래 촬영한 것을 방송하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진 것이다.

중국인들 중 빠링호우(八零後; 80년 이후 태어난 젊은 세대의 통칭)라고 불리는 세대들의 반한감정이 가장 크다. 그 앞의 세대는 한국의 역사, 한국과 중국의 외교관계에 대해 이해하고 있으나, 빠링호우 세대들에게 보인 한국의 모습은 한류열풍의 주역들, 중국을 깔보는 유학생들이나 한국에서 차별을 경험한 중국유학생 등 대중문화나 피부에 와 닿는 경험 속에서 이었을 것이다. 두 나라의 감정의 골은 어느 나라가 더 발전했고, 어느 나라가 덜 발전 했냐의 문제라기보다 국경을 맞대고 있을 만큼 가까운 두 나라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 민족 고유의 습성을 포용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라고 본다.

같은 맥락에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해결되는 시간이 짧지는 않을 것이다. 나라에 대한 무관심 보다는 애국심이 낫다. 하지만 진정한 애국자라면 눈앞에 놓인 문제에 분개하기 보다는 우리나라를 위해, 우리 후손을 위해 지금 내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아는 것이 진정한 애국자라고 본다. 이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중국도 올림픽을 무사히 마친 나라로 자리매김 했다. 그런 만큼 두 나라가 이성적으로 판단하여 공연한 일들에 휘둘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이은지(한국어문·4)
이은지(한국어문·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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