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민족주의보다는 이성적 근거 제시를 해야
배타적 민족주의보다는 이성적 근거 제시를 해야
  • 정재철(언론영상) 교수
  • 승인 2008.09.09 19:12
  • 호수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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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들어 중국의 반한 감정이 심상찮다. 왜일까? 한국과 중국은 1992년 수교한 이후 지금까지 정치·경제·문화 모든 방면에서 우호 관계를 급속하게 발전시켜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한·중 수교 이후 중국에 한류 바람이 일면서 중국 젊은이들에게 한국의 대중문화는 그동안 사회주의 국가에서 맛보지 못했던 자유로움과 참신함을 지닌 매력적인 문화로 인식되었고, 급기야 한류 현상은 2005년 텔레비전 드라마 <대장금>이 중국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절정에 오른바 있다.

중국에 한국의 드라마와 영화, 노래, 패션을 좋아하는 ‘하한쭈’(哈韓族)라는 신조어가 생겨났을 정도이니 중국에 한류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한·중간의 젊은이들 사이에 이러한 우호적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크게 보아 2005년 한국에서 강릉단오제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등록시킨 이후부터이다. 중국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단오는 원래 중국 고유의 명절인데 한국이 이를 강탈했다는 왜곡된 주장이 퍼져나가면서 한국에 대한 반감이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이후, 2006년 동북공정 2차 파동 당시 중국 네티즌들이 고구려라는 카페를 결성해 한국을 비난하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2007년 칭춘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한국 선수들의 ‘백두산은 우리 땅’이라는 피켓 세레머니가 중국 언론에 보도되면서 중국내에 한국인에 대한 감정이 악화되는 계기가 되었다. 올해 들어서는 4월에 서울에서 베이징 올림픽 성화 봉송시 중국 유학생 폭력 사건이 발생했고, 5월에는 중국에서 발생한 쓰촨성 대지진에 대해 ‘천벌’이라는 한국 네티즌들의 악플이 중국에 알려진 사건, 7월에는 SBS가 베이징 올림픽 리허설 장면을 사전 유출한 파문이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의 결과 중국 국무원 직속 통신사인 신화사에서 운영하는 <국제선구도보> 여론조사에서 한국은 중국에서 가장 좋아하지 않는 이웃나라로 평가된 바 있다. 이러한 여론조사 결과를 확인이라도 하듯, 지난 베이징 올림픽 기간 동안 중국 응원단은 한국 팀에 야유를 퍼붓는 현상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이와 같은 한·중 양국의 좋지 않은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드는 원인은 무엇보다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양국의 젊은 네티즌들이 인터넷 댓글을 통해 걸러지지 않은 악플들을 쏟아내고 있고, 인터넷 포털들은 확인되지 않은 소문들을 무차별적으로 유포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사실상, 92년 한·중 수교이후 중국은 미국 시장 보다 더 큰 한국의 주요 수출국으로 부상했고, 한국 또한 중국의 주요 투자국이 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한·중의 공식적인 외교관계도 전면적 동반자에서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된 바 있다. 이제, 중국은 평화와 번영의 21세기 동아시아를 위해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이웃나라라는 사실은 현실인 것이다. 이러한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한·중 양국의 젊은 네티즌들은 지금부터라도 두 나라 사이의 관계를 소원하게 하는 불필요한 악플달기, 헛소문 유포 등을 지양해야 할 것이다.

양국 사이에 따질 것이 있다면 감정을 앞세우기 보다는 합리적인 이성과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 상대방을 납득시키려는 보다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며, 지나친 배타적 민족주의 역시 웹 2.0시대 개방과 공유의 시대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자각 역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정재철(언론영상) 교수
정재철(언론영상)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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