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서듣는 강의
서서듣는 강의
  • 김유진 기자
  • 승인 2008.09.09 19:31
  • 호수 12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수요자 중심의 대학 행정을 원한다

교양수업 A강좌, 입추의 여지없이 강의실이 꽉 들어찼다. 빈자리는 찾아 볼 수 없고 강의실 뒤쪽에는 몇몇의 학우들이 서서 강의를 듣고 있다. 교수님의 열강(?)은 계속되고, 그렇게 한 시간이 훌쩍 지났다. 마치 60년대 명강의가 부활한 듯 했다. 이미 만석이 된 강의실의 열기는 고등학교 때 잠시 다녔던 유명 입시학원을 방불케 했다. 하지만 한 학기 내내 강의가 이대로 진행된다면 다음 시간부터 자리 전쟁이 시작되는 건 불 보듯 훤하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교수님께 정중히 분반을 요청했다. “강의 해 주실만한 분을 최대한 찾아보도록 하지”라며 애써 배려해 주시지만, 결국 이 중 누군가는 듣고 싶지 않은 야간 수업을 듣게 될 처지다.

경상대 B강좌. 60명 정원인 강의실에 70여명이 들어찼다. 빈 강의실에서 책상을 끌어오고, 모두 자리에 앉았지만 산만하기 그지없다. 복도의 소음도 한몫 거든다. 지나는 차량의 경적소리도 비집고 들어온다.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는다. 출석체크에 20여분이 훌쩍 지났다. 이렇게 한 학기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울컥 짜증이 덮쳐왔다. 법정대 C강좌. 이 강의실도 정원초과는 마찬가지다. 수업분위기가 좋을 리 만무하다. 학기 시작 딱 한주 지났지만 의욕보다는 짜증이 앞선다. 그렇지 않아도 셔틀버스의 늑장운행으로 학교 오는 길부터 ‘스팀’ 받아 있었는데 강의실에 들어가 보니 더하면 더 했지 덜한 게 하나도 없었다.

도대체 수요자 중심의 대학행정은 어디로 간 것일까? 아니 우리대학에 ‘수요자 중심의 행정’이란 게 있기는 있었을까? 담당자들이 한나절 발품만 팔아도 이러한 학생들의 고충은 십분 조치가 가능할 텐데…. 우리대학은 꼭 ‘우는 아이 젖 주는 식’으로 찾아가서 떼쓰고, 따지고, 항의하고, 외쳐야 시늉을 한다. 학생식당의 줄서기, 휴식공간의 태부족, 등하교의 고충 뭐 이 정도는 그래도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수업환경만은 한번 제대로 만들어 주었으면 정말 좋겠다.

맛있는 밥 먹으러 우리대학을 선택하지도 않았고, 편히 쉬기 위해 우리대학을 선택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좋은 교수님의 좋은 강의를 좋은 분위기에서 듣고 싶어 선택했다면 ‘억지 춘향’일까? 그런 수업분위기라면 풍찬노숙도 마다치 않을 것 같은 게 지금의 솔직한 심정이다. 짧은 소견이지만 수업환경이 좋아지면 대학의 발전도 절로 따라 올 듯 싶다. 잘못된 판단일까?

김유진 기자
김유진 기자 다른기사 보기

 yj9014@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