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와 인물로 본 경제사] ②래퍼(Lapper)
[테마와 인물로 본 경제사] ②래퍼(Lapper)
  • 서문석(경제) 교수
  • 승인 2008.09.09 18:17
  • 호수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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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세’와 ‘레이건’, 그리고 ‘래퍼’

최근 감세안을 핵심으로 하는 정부의 세제개편안이 발표되었다. 이번 세제개편안은 소득세, 법인세, 부동산관련세금 등을 감면하여 민생안정 및 소비기반 확충, 투자촉진, R&D지원 등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경제를 재도약시키겠다는 것이다. 일단 납세고지서의 금액이 적어질 것을 기대하는 납세자의 입장에서 보면 손해 볼 것 없는 정책이라는 생각이 들만도 하다. 특히 상당액의 세금을 적게 내게 된 납세자들에게는 기쁜 소식임에 틀림없다. 이들이 투자와 소비를 늘려 경제상황이 좋아진다면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 모두에게 무척이나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납세자들은 자신의 감세액이 형편없이 적거나 거의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감세로 인해 정부의 살림살이가 적자가 되어 결국 자신이 내는 세금으로 이 적자를 메워야 하는 상황이 발생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무턱대고 좋아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1981년 8월에 미국 행정부는 소위 ‘경제재건계획’을 발표했다. 이것은 케인즈(J. M. Keynes)의 처방에 기초했던 단기적인 총수요관리정책에서 벗어나 장기적으로 공급측면에 정책의 중심을 두겠다는 것이었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대폭 감면하는 감세정책이 그 핵심에 있었다. 하지만 감세로 납세액이 줄어들면서 재정적자와 연방정부 부채가 급증하는 등 당시의 감세정책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물론 다른 한편에서는 당시의 감세정책이 클린턴 대통령시기 호황의 기반이 되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동시에 존재한다. 이런 감세정책을 시행했던 미국의 40대 대통령이 바로 로널드 레이건(Ronald W. Reagan)이었다. 그리고 감세의 이론적 배경을 제공한 사람이 그의 경제자문위원이었으며 레퍼곡선으로 유명한 아더 래퍼(Arthur B. Laffer)였다. 래퍼곡선이란 적정세율을 넘어서는 지나치게 높은 조세는 이를 회피하려는 시도를 높이고 투자와 근로의욕을 낮추기 때문에 오히려 조세수입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따라서 조세수입을 늘리려면 오히려 세금을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래퍼, 펠드스타인(M. Feldstein) 등 소위 ‘공급주의경제학(supply-side economics)’적인 입장을 가진 학자들은 세율인하가 장기적으로 기업의 투자와 개인의 노동의욕을 고취시켜 조세수입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한다. 이제 대학생의 입장에서 감세를 보자. 사실 감세의 직접적 효과는 세금을 많이 내는 사람들의 몫이다. 따라서 거의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감세의 효과를 볼 수 없고 직간접적으로 정부의 지원도 받아야 하는 대학생들에게 감세는 반가운 일이 아니다. 왜냐하면 감세는 그나마 얼마 되지 않는 교육투자에 대한 정부지원의 원천을 줄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이 정책이 시행된다면 감세의 결과로 투자와 소비가 확대되어 좁은 취업문이 조금이라도 넓어지기만을 간절히 기대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문석(경제) 교수
서문석(경제)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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