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48)알래스카의 재발견
[유레카! 생활 속 과학] (48)알래스카의 재발견
  •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8.09.09 18:26
  • 호수 12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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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는 알래스카 하면 에스키모가 떠오르고 뒤이어 이글루, 알래스칸맬러뮤트가 끄는 썰매의 모습이 자동적으로 뒤따라왔다. 미국으로 유학가게 되면서 알래스카 하면 ‘앵커리지’가 생각나게 되었다. 불과 15년 전만 해도 미국까지 논스톱으로 가는 비행 노선이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 동부 지역에 가기 위해서는 으레 앵커리지에서 두세 시간 씩 머물렀다. 당시 공항 안에서 바라본 바깥의 앵커리지는 늘 춥고 삭막하게만 느껴졌다.

실제로 공항 밖을 나가 본 적도 없으면서 춥고 삭막하게 느낀 것은 앵커리지가 위치한 알래스카 주의 위도가 우리보다 20∼40°나 높은 곳이라는 선지식 때문이었다. 북아메리카 지도를 보면 알래스카 주는 북아메리카 대륙 북서쪽 끝에 위치하여 미국의 다른 주들과 떨어져 있고 오히려 캐나다와 러시아에 인접해 있다. 실제로 1867년까지 알래스카는 러시아 영토였다. 당시 재정이 어려워진 러시아는 알래스카를 쓸모없는 땅이라 여겨 720만 달러를 받고 미국에 팔았다. 알래스카를 판 것이 러시아 역사 상 최대 실수 중 하나라는 것이 입증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알래스카의 바다와 빙하의 모습
1880년대부터 알래스카에는 다량의 금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알래스카는 금 외에도 석탄, 아연, 은, 구리, 모래, 자갈 등 다양한 광물 자원은 물론이고 대규모 침엽수림, 풍부한 어장 등을 가진 천혜(天惠)의 땅이다. 무엇보다도 알래스카에 다량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매장되어 있음이 알려지면서 러시아는 140년 전 헐값에 그 넓은 땅을 팔았음을 뼈저리게 후회하고 있다.

알래스카는 다양한 지구 과학적 현상이 나타나는 곳이기도 하다. 환태평양 조산대에 위치하여 활화산이 많은데, 꼭대기가 빙설로 덮여 장관을 이룬다. 북아메리카판 경계부에 위치한 알래스카에는 지진도 많다. 1964년에 발생한 리히터규모 8.4의 알래스카대지진은 지질학 교과서에 기록되는 강진 중의 강진이다. 태평양 쪽 해안 지역에는 전형적인 빙하 지형의 하나인 피요르드 해안이 그 절경을 자랑한다.

알래스카 대부분 지역의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다. 지구 자전축이 23.5° 기울어져 있어 고위도 지역에서 24시간 내내 태양빛이 비추면서 생기는 백야 현상 때문이다. 알래스카는 시베리아, 그린란드 등과 더불어 한대 기후인 툰드라 기후를 대표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 현재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사이의 베링 해협은 그 옛날 빙하기 때 아시아와 북아메리카를 연결해 주던 땅, 이른바 베링 육교였다고 추측된다. 빙하기 때 해수면의 높이가 낮아져 수심이 얕은 베링 해협 밑의 땅이 드러나면서 이곳을 통해 인간과 동물이 이동했다고 알려져 있다. 알래스카에 사는 에스키모인들이 몽고인들과 흡사한 외모를 가진 것도, 동일한 종의 매머드 화석이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서 모두 발견되는 것도 베링 육교가 있었다는 근거다.

알래스카 주가 사라 페일린이라는 매력적인 정치인을 배출했다. 아름다운 외모에 아름다운 영어를 구사하는 페일린의 연설은 기대 이상이었다. 알래스카 주의 별명이 “The Last Frontier”다. 알래스카 주지사 출신인 사라 페일린도 프론티어적 이미지를 갖는다. 페일린을 러닝메이트로 선택하면서 진부하던 메케인의 이미지까지 신선해졌다. 뒤늦게 미국 땅이 된 북아메리카 대륙 변방의 동토(凍土)에서 이번 미국 대선을 달구게 될 인물을 배출하다니, 알래스카의 또 다른 재발견이다.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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