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의 미학
만족의 미학
  • 정시내(스페인학·4)
  • 승인 2008.09.23 20:06
  • 호수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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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처지에 만족할 줄 알자

우리 사회의 자살률이 OECD국가 중 1위라고 한다. 2007년에는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많은 13,000명 이상이 자살을 했다고 한다. 최근 한 유명 연예인의 자살로 우리 사회의 높은 자살율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늘고 있다. 급증하고 있는 우리 주변의 자살에 대해 단국인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보릿고개를 넘기던 사람들, 인간의 일차적인 욕구를 채우지 못하여 허덕거리던 그들의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철분이 부족해 흙을 파먹고, 나무껍데기를 뜯었다. 살고자, 살아보고자 하여 흙 범벅이 된 얼굴과 비린내 나는 손. 지금 떠올리면 오히려 아름답게 느껴진다. 적어도 그들에게는 삶에 대한 열망이 있었으며, 수제비 한 그릇에도 만족함이 있었다.

이제 그 보릿고개를 한국 특유의 질김으로 떼어내고 놀라운 경제성장률을 보인 자랑스런 우리나라 대한민국. 지금도 또 다른 것으로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으니, 그것은 다름 아닌 OECD 가입국 최고 자살률. 살아보고자 열심을 내던 우리네들이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부패한 것인지 한숨만 나올 따름이다. 이제 우리 사회가 어느 정도 물질적 안정을 이루려니까, 이제야 비로소 자기 내면의 세계를 들여다보게 된 것이다. 정신없이 달리다가 문득 자신이 달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번뜩한 의문을 품은 결과가 고작 이것일까.

학비가 없어서 교육을 못 받던 그 때에 공장에 들어가 기술을 배우고, 그 속에서 꿈을 키우며 살아가던 이들을 생각해 보라. 그들이 지금 우리처럼 대기업만을 원했던가. 결코 그렇지 않다. 그들은 만족의 미학을 알았으며 그것이 행복의 비결임도 알았다. 반면, 우리 세대는 공부만이 잘 사는 길이라며 남들에게 뒤쳐질세라 책상 앞에만 눈을 고정했으며, 그 좁은 시야는 연봉 높은 회사만 찾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니 부모님께 떳떳하지 못해 밖으로만 돌다가 가정불화로, 이어 자살로까지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청년자살 이유의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취업난과 가정불화라고 한다.

속으로 곪는 상처를 치유할 길을 찾지 못하는 우리네의 쓰린 현실. 나는 그 해결책을 만족에서 찾고자 한다. 보릿고개의 심층에서 발견되는 행복한 만족감 말이다. 인간은 아무리 많이 가져도 만족하지 못하는 동물이다. 우리가 동경하는 세계적인 재벌이나 아름다운 여배우도 자신에게 만족하지 못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니 자신에게 만족할 줄 아는 자는 이들보다 얼마나 현명하고 지혜로운 자인가. 자살을 결심하고 마지막 여행을 떠나는 어떤 여인을 돌이킨 한 마디가 있으니, ‘슬퍼하지 마세요. 당신은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보다 많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큰 만족인지 곧 깨닫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 우리에겐 무엇보다 값진 청춘이 있지 않은가. 흙을 파먹고 나무껍데기를 벗기면서도 살려고 했던 그 열망을 이제 우리 때에서 다시 회복해야 한다. 내 존재의 이유가 충분히 가치 있음을 깨닫자. 그 첫 걸음은 자신의 삶에 만족함에 부터임을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살면서 우리에게 닥칠 수많은 배고픔들, 그 아픔들을 우리는 이미 직감하고 있으며 각오하고 있다. 지금 여기까지 살아와 이 자리에 있는 것이 바로 그 명확한 증거이다. 이 사실만으로도 얼마나 만족스러운 일인가. 이 만족은 우리에게 닥칠 보릿고개도 넉넉히 이겨내리라. 훗날 내 청춘은 아름다웠노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도록 자, 이제 자신의 삶에 깊이 만족해보지 않겠는가.

정시내(스페인학·4)
정시내(스페인학·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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