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ICE TO VOICE : 대학정보 공시제
VOICE TO VOICE : 대학정보 공시제
  • 박준범 기자
  • 승인 2008.09.23 15:28
  • 호수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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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보 공시제란?
대학의 주요정보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수요자의 선택권 보장, 학술 및 정책연구 진흥’이라는 목표로 올 12월 1일부터 시행되는 이 제도는 모든 대학이 13개 항목의 56개 내용을 의무적으로 제공해야 하는 ‘강제성’을 띈다(주요 공시항목 및 내용은 하단 <표> 참조).

<현장에서는>
·학교 안팎의 목소리

정보공시제 시행으로 학교 속사정 정확히 알 수 있기를
부족한 정보로 인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 있어
학교 이전 후 정확한 정보가 부족해 오히려 루머 생겨

# 2006년 12월. 수능 성적표를 받은 예비 대학생 이원영(언론영상·휴학) 양은 자신의 수능 등급과 적성에 맞는 대학을 고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한다. 정확하지 않은 ‘루머’를 통해 얻은 관심 대학의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 담임선생님에게 문의해도 비슷한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결국 다른 대학과 우리대학을 저울질하던 이 양은 인터넷에서 얻은 단편적인 지식과 주변 어른들이 알려주는 ‘사회적 평판’을 바탕으로 입학을 했다.

“우리 대학이 국내 대학 중 차지하는 위치는 대체 어느 정도인가요?”
지난 달 22일 교육과학기술부가 발표한 ‘2008년 우수인력양성 대학 교육역량강화사업 지원대학 선정 결과’에 우리대학이 포함되지 않은 것과 관련해, 요즘 대학 현장에서 나오는 목소리다. 이번 선정으로, 수도권 소재 재학생 5천명 이상의 대학 중 인천대학교와 아주대학교, 숭실대학교를 포함한 총 18개 대학은 최소 4억 원에서 14억 원까지 정부 지원을 받게 된다.

죽전캠퍼스 이전 후 학교 홍보를 제외한 정확한 ‘정보’가 미흡한 상황에서, 로스쿨 탈락이나 위와 같은 외부 평가가 있을 때마다 대학에 대한 재학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이원영 양은 “재수 하는 친구들에게 우리대학을 알리려 해도 인터넷 상의 ‘루머’ 때문에 친구들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라며 “각종 현황에 대해 적극적으로 정보를 공개했으면 이런 소문은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확한 정보를 알기 힘든 상황에서 생기는 ‘인터넷상의 루머’는 학교 밖 목소리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대학 전문 포털사이트 캠퍼스라이프의 마케팅 팀 심인보 부장은 “죽전캠퍼스 이전 후 대학에 광고를 내는 광고주들이 예전보다 단국대에 광고를 잘 넣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대학의 정확한 ‘현황’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단순히 ‘서울에 있던 대학이 수도권으로 빠졌다’는 단편적인 사실만으로 광고주들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 이밖에도 대학생활상담센터에서 발간한 ‘2008 신입생 실태 및 의식 조사 연구’의 ‘서울캠퍼스 이전이 대학 선택에 미친 영향’이라는 질문에서는 ‘불리하게 작용했다’가 37.3%, ‘매우 불리하게 작용했다’가 29.1%로 나타났다. 입시생들 사이의 여론 역시 정확한 정보가 아닌 ‘루머’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같이 대학 측의 적극적인 정보 공개가 부족해 학교 안팎의 현장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모든 대학이 의무적으로 13개 항목에 걸쳐 대학 전반의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정보 공시제도’가 올 12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죽전캠퍼스 이형호(전컴·4) 총학생회장은 “그동안 대학 전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재학생들이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며 “이번 정보공시로 ‘소문’이 아닌 객관적인 정보로 대학 측과 학생 간 의견 조율이 원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대학정보 공시제 주요 공시항목 및 내용

<관련 부서는>
·기획조정실

정보공시제, 대학을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양날의 칼
기조실 평가지원팀에서 업무 관장
“대학발전 위해 노력하는 대학에게는 기회”

# 2010년 9월. 곧 수능을 치를 고3 수험생 B 양은 평소 관심이 있던 건국대와 인하대, 그리고 우리대학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며 각 대학의 ‘졸업생 취업 현황’ 데이터를 확인한다. 특히 이공계열 쪽으로 진로를 잡고 있는 A 양은 산학협력 현황과 산업체 경력 전임교원 현황을 관심 기울여 보며, 진학할 학교를 비교해 본다.

정보공개에 대한 특별한 청구가 없어도 교육여건, 연구 성과, 학생 진로 등 대학 전반의 정보를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하는 ‘대학정보공시제’가 오는 12월 1일부터 실시돼, 우리대학도 ‘평가지원팀’을 신설하고 이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 그동안 다양한 분야에서 우수한 실적을 내면서도 캠퍼스 이전과 관련한 루머에 시달리던 우리대학이 이번 ‘대학정보공시제’를 객관적 평가의 기회로 이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학정보공시제’는 ‘대학을 죽일 수도 또는 살릴 수도 있는 양날의 칼’로 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각 대학이 처한 여건이나 교육적 노력을 고려하지 않고, 그 결과만을 가지고 대학을 서열화 하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반면 고형일 한국교육개발원장은 2007년 ‘교육개발’의 기고를 통해 “국립대와 사립대, 서울 소재 대학과 그렇지 않은 대학 등으로 나뉘는 ‘단순한 대학평가’의 기준이 다양화·객관화 될 것”이라며 “학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묵묵히 노력하는 대학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줄 것이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공시내용이 총 56개로 구성돼 있어 ‘대학의 사회적 평판’ 또는 ‘역사와 전통’이라는 기존의 단순한 평가 기준이 다양화 될 것으로 보인다. 어진우 기획조정실장은 “대학 구성원들마다 관심 있는 정보의 내용이 다를 텐데, 그런 관심 내용에 따라 다른 대학의 동일한 내용을 비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며 이번 공시제의 효과를 예측했다.

한편 어 실장은 “6명의 교수로 구성된 평가 발전 위원회를 조직해 장기적인 발전 전략 수립하고 있다”고 말해 학교 측이 56개의 평가 항목에 대해 준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장호성 총장의 대학 운영 초점이 교수 연구실적 및 대외평가 향상에 맞춰져 있어, 그동안 이전사업을 추진하느라 부족했던 부분에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 어 실장의 설명이다. 어 실장은 “항목이 다양하다보니 당장 12월에 시행될 정보공시에서 대학 구성원이 실망할 수 있는 분야도 있을 것”이라며 “당장의 결과만을 갖고 평가하기보다는 어느 정도의 시간을 두고 ‘발전 모습’을 지켜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획조정실 평가지원팀 측은 유치 경쟁에 가장 ‘객관적 자료’로 쓰일 공시항목의 ‘질적 향상’을 위해 “기본적으로 학교 발전을 위한 구성원 모두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대학의 객관적인 정보의 공개가 그동안 루머에 시달리던 우리대학에게 ‘기회’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교원, 직원, 학생, 동문을 포함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박준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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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sar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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