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맛대로 보라] ④ 카툰 뮤지컬 ‘두근두근’
[네 맛대로 보라] ④ 카툰 뮤지컬 ‘두근두근’
  • 김은희 기자
  • 승인 2008.09.24 17:34
  • 호수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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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따뜻한 울림이 여운으로 남는 뮤지컬
관객들도 함께 만들어가는 무대

▲ 3차 앵콜 공연 포스터
이번호 ‘네 맛대로 보라’는 객석 6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카툰 뮤지컬 ‘두근두근’을 찾아보았습니다. 의성어와 의태어로만 대사를 처리하는 카툰뮤지컬, 보는 내내 가슴이 콩닥거렸습니다. <편집자주>

바닥에 흡사 거지같은 차림새를 한 남자가 1리터짜리 빈 생수병을 끌어안고 누워있다. 60명 정도 들어갈 수 있을까. 대학로 뒤편에 아주 작은 지하 소극장 ‘단막극장’에서 ‘카툰 뮤지컬 두근두근’을 만났다. 극장 안으로 막 들어선 관객들은 사랑을 시작하는 듯한 설레는 눈빛으로 사랑을 시작하게 될 무대 위 한 남자를 주시했다.

조그만 극장에서 연극도 아닌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살짝은 초라한 음향시설과 노래, 그리고 안무가 기다리고 있을지라도 굉장히 즐거운 일이었다. 연극에 꾸밈없는 순수한 열정과 꿈을 품고 있는 젊은 배우들이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통해 특별한 재미를 선사해준다니. 그것만으로 이미 굉장히 큰 행운을 거머쥔 느낌이었다.

“가려워”를 외치며 외로움을 울부짖는 남자배우의 노래를 시작으로 배우들조차 말을 하면 안 될 것 같이 적막하기만 하던 극장 안이 들썩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없이 외로운 남자와 실연당한 여자, 2명의 주인공. 그리고 ‘맨입사운드’의 근육질 명가수, 엉뚱 발랄 새침데기, 재롱둥이이자 귀염둥이, 3명의 조연배우. 이 다섯 명의 배우는 좁은 무대 위를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며 그렇게 연기했다.

배우들은 의성어와 의태어로만 말한다. 두근. 콩닥. 흠칫. 깜~짝. 헤벌쭉. 미끄덩. 발그레. 샤방샤방. 질질질. 보통 말하는 것처럼 긴 대사를 할 때는 꼭 자신의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복화술을 하듯, 배우들은 입을 최대한 움직이지 않으며 가성을 써서 말했다. 그 모습이 굉장히 우스꽝스러웠다. 노래만으로 이뤄진 뮤지컬은 많이 접할 수 있지만 의성어, 의태어로만 말하는 뮤지컬은 쉽게 접할 수 없다. 새롭고 참신했다. 또 이러한 표현법이 주인공들의 순수함과 따뜻한 사랑을 배로 만들어 주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남, 여 두 주인공이 사랑을 깨닫게 되는 순간, 무대 뒤에 있는 배우를 포함, 모든 배우들이 은은하게 극장 위로 뿌리는 “두근두근”이라는 대사는 여전히 따듯한 울림으로 남아 가슴속에서 퍼지고 있는 듯하다.

공연이 한창 진행되던 중 남자 주인공이 갑자기 여자 관객 한 명을 무대 위로 잡아끌었다. 고백을 연습할 상대로 한 관객을 선택한 것이다. 이처럼 이 공연은 계속해서 관객들과 소통한다. 아니 소통을 넘어서 함께 연극을 만들어간다. 남자주인공은 커플들이 연달아 앉은 좌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커플?”이라며 말을 걸기도 하고, 여자들이 쭉 앉은 좌석들을 쳐다보며 주먹을 불끈 높이 움켜쥐고 “불끈!”이라고 위트 있게 용기를 불어넣어주기도 한다.

▲ 카툰 뮤지컬 두근두근 중 한 장면

뮤지컬이라기에는 뭔가 초라한 듯한 연출은 허접해 아쉽다는 느낌을 주기보다 작은 소극장에서 색다른 장르를 만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맨입사운드’라는 출연진 설명과 어울리게 대부분의 곡들은 아카펠라로 불려진다. 또 여기에 어색한 탭댄스까지 가미된다. 역시나 뭔가 초라한 느낌이 든다. 그러나 극장 안이 배우가 만들어내는 소리로만 울림을 갖게 된다는 것은, 그리고 그 울림을 몸으로 직접 전해들을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설렘을 안겨주고 마음을 풍성하게 만들었다.

눈 굴리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이 조용하고 따분하던 남자주인공의 기분이 “오빠!”를 외치는 밤무대로 바뀌면서 붕 떠오르게 될 때까지 관객들은 배우의 침이 튀길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들과 눈을 마주치며 1시간 50분 동안 함께 찡그리고, 함께 웃었다. 공연 내내 계속됐던 그들의 마음을 울렁이고 뜨겁게 달궜던 연기와 열정적인 그 눈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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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morikam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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