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로 본 영화] ③바르게 살자
[장르로 본 영화] ③바르게 살자
  • 김은희 기자
  • 승인 2008.09.24 17:35
  • 호수 12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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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장르를 통해 시대 읽어내

“타협은 없습니다. 조건을 이행 안 할 시 10분마다 한 명씩 사살당할 것입니다.”

융통성이라고는 하나 없는 순경 정도만은 경찰서장의 특별 부탁으로 모의훈련 중 강도범 역할을 맡게 된다.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봐”라는 서장의 말에 정말 최선을 다해 강도범을 연기하는 그의 성격은 “타협은 없다”라는 위의 말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영화 <바르게 살자>의 장르는 분명 코미디지만 코미디라는 말로만 표현하기에는 몇 프로 부족한 느낌이 든다. 관객 200만을 동원한 이 영화는 흥행여부를 두고 여전히 말이 많다. 위력적인 흥행돌풍을 몰았다는 평과 흥행과는 다소 거리가 멀었던 작품이라는 평이 만만찮게 대립 중인 것이다. 당시 이 영화는 주연 정재영, 제작 장진, 장진 감독의 제자인 감독 라희찬이라는 조합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한껏 모았다. 이러한 기대에 비해서 영화가 부진했기 때문에 아직도 흥행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듯 하다.

▲ 주인공 정도만(정재영)이 강도역할을 하고 있는 모습.

이 영화의 장르가 만약 범죄 액션 서스펜스 드라마였다면 어땠을까. 관객들은 이름처럼 도(道)라고 생각하는 것에만 맞춰 행동하는 융통성 없는 주인공 정도만의 실제 주도면밀한 은행 강도짓을 보며 소름끼쳐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화는 모의훈련이라는 틀 안에서 순경 정도만이 강도범 연기를 하는 것으로 내용을 전개함으로써 장르가 주는 무거움에 압사당할 뻔한 관객에게 잔잔한 웃음을 선사한다.

코미디 영화에서 나오는 주연배우들 모두가 그렇듯 정도만은 한시도 진지함을 잃지 않는다. 그러나 너무 진지하다 못해 눈물이 맺힌 배우의 눈을 보고 있노라면 입가의 미소가 싹 가신다. 그가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영화는 진정 코미디영화일까.

성공적으로 강도 역할을 수행 중이던 정도만이 말했다. “경찰일 때는 죽도록 열심히 해도 항상 무시만 당했는데 강도가 되니까 다 잘되네요”라고. “바르게 살아서 좌천됐던 인생이 거꾸로 사니까 해결되고 결국 승리하더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코미디영화 ‘바르게 살자’가 말한 바르게 사는 것, 그것은 진정 무엇이었을지. 코미디가 주는 가벼움에 비해 주제가 주는 무거움이 커 관객이었던 마냥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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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morikam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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