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태진(태권도) 선수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손태진(태권도) 선수
  • 단대신문
  • 승인 2008.09.30 07:45
  • 호수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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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 뼈가 튀어나와 고통스러웠지만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국내 예선 마지막 대회에서 극적으로 올림픽대표에 선발돼
“금메달 부담감 벗어 홀가분, 최초로 올림픽 2연패에 도전할 터”

▲2008년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했습니다. 결승전 1,2라운드에서 2:3으로 뒤지고 있었는데 3라운드가 2분남은 상황에서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려 생각했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나이가 어리다보니 경험도 많이 부족하고요, 1, 2회전 때는 긴장도 많이 하고 그래서 제가 생각했던 대로 만족스러운 플레이를 못했는데 막상 긴장이 풀리고 나니 제 페이스를 되찾아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국내 시합과 해외 시합은 룰이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서 점수 차가 너무 많이 나지 않게, 일단은 맞는 것을 최소화하면서 경기를 이끌어가자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먼저 많이 움직여서 상대방을 지치게 만들자’라는 생각도 있었구요. 그런 과정에서 제가 찰 수 있는 기회를 엿보았죠.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극적으로 우승했는데 우승했을 때 처음 드는 생각, 소감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보통 국민들은 태권도라고 하면 한국에서 당연히 메달을 따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한국인이기에 쉽게 우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희 또한 정말 많은 연습과 훈련을 거치면서 힘들고 어렵게 금메달을 따는 것입니다. 그래서 좋기보다는 무거운 짐을 벗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우승 후 감독님을 껴안고 엄청 울었는데 그 동안 감독님이 저 때문에 1년 가까이 집에도 못가시고 그랬어요. 그래서 늘 죄송스러웠는데 메달을 따서 감정이 북받쳤었죠.

▲연습훈련 중 힘들었을 때와 슬럼프 극복은 어떻게 했는지요.

-국가대표가 되기 위한 올림픽 선발전은 정말 많은 예선전을 거쳐야 가능합니다. 1차부터 4차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1차, 2차, 3차를 모두 져버렸죠. 이제 나갈 수 없는 상황까지 왔는데 제가 구사일생으로 4차에 우승해서 올림픽에 나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특히 올림픽 예선전은 팀제로 나가는데 마지막에 선배가 1등을 해서 동률제가 됨으로써 다시 1차부터 4차 경기를 하면서 마지막에 역전이 가능했던 거죠. 또 슬럼프에 대해서는 푹 쉬는게 최고죠. 시합 중엔 무조건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1차부터 3차까지 지고 나니 그런 생각이 사라지더군요. 거의 포기하는 심정으로 마음을 비우고 시합에 임했습니다. 그러니까 시합이 오히려 더 잘되더라구요.

▲종종 불거지는 태권도의 판정시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시비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심판들이 신중하게 점수를 매겨야하기 때문에 정확한 판단이 어렵기도 합니다.

▲체중을 엄청 감량하셨고 앞으로도 6kg 정도 더 감량할 계획이라고 했는데 본인만의 다이어트 방법이나 운동법이 있다면?

-뛰는게 최고죠. 물론 처음부터 말고요. 처음부터 뛰면 금방 지치거든요. 처음엔 걷다가 몸이 풀리면 뛰는거죠. 제가 보기엔 스트레칭이 제일 좋은 운동 같아요. 그것도 살이 잘 빠지거든요. 물론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웃음).

▲우리나라가 태권도 종주국인데 혹시 주변의 기대나 압박으로 부담감을 느낀 일은 없었는지요.

-물론 부담감이 많죠. 왜냐하면 한국은 태권도 종주국이기 때문에 우승하면 본전이고 지면 욕을 엄청 듣거든요. 정말 그래요. 옛날엔 외국선수들 기량이 뛰어나지 않아서 우리나라가 나가면 무조건 1등이었는데 요즘은 평준화되어서 나가서 우승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물론 나가기 전까지의 예선전도 어렵지만 금메달을 따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8강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와의 시합은 어땠나요?

-시합 들어갈 땐 사람이니깐 긴장이 되죠. 그런데 막상 1,2,3회까지의 시합을 같이 뛰고 나 보니 해볼만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때 부터 제 페이스를 찾아서 경기를 이끌어 나갔죠. 하지만 선수분석도 잊지 않았어요. 상대선수가 미리 치룬 경기를 보면서 그 선수의 장점과 단점을 찾고, 분석했죠. 그 선수가 제일 잘 차는 발이 어떤 쪽인지, 어떤 공격을 하는지 등을 보면서 말이죠. 제가 운이 좋았던 점은 제가 분석했던 선수들을 모두 만났다는 거에요. 그래서 너무 힘들이지 않고 시합을 치룰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선경기 중에 팔꿈치 골절이 있었잖아요. 그것으로 인해 시합에 큰 지장은 없었는지요.

-팔의 뼈가 완전히 튀어나왔었죠. 하지만 경기 중에 쓰러져서 60초를 있으면 제가 경기를 지게되요. 어쩔 수 없이 일어나서 했는데 경기 도중에 저도 모르게 쳤는데 신기하게 팔이 다시 들어간거에요. 뼈가 맞춰진 거죠. 그때 당시는 제가 학교에 자퇴서를 내고 시합을 뛰는 중이었거든요. 세계대회 나가기 전에 국내 선발전에서 삼성도 다니고 단대 학생이기도 하니깐 이중신분인거죠. 그래서 경쟁상대 쪽에서 소송을 걸었어요. 그래서 학교를 포기하고 선수로 뛰든지, 소속사를 포기하든지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온 거에요. 전 선수의 길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올해부터 규정이 바뀌어서 우리대학에 다시 입학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굳이 우리대학을 다시 선택한 이유는?

-저희 태권도 학과 교수님이신 김영인 교수님과 진동환 감독님이 저를 많이 챙겨주셨어요. 저희 삼성에 있는 선생님들 같이, 저를 제자처럼, 자식처럼 살펴주시고 아껴주시니까 학교에 꼭 다시 오고 싶었습니다.

▲거리를 다니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텐데 금메달 이후에 어떤 달라진 점이 있나요?

-만약에 박태환 선수처럼 이전부터 많이 알려진 선수라면 그럴텐데, TV에서 본 사람을 실제로 보면 긴가민가 하잖아요. 물론 몇 분이 오셔서 혹시 손태진 선수가 아니냐고 물어보신 적은 몇 번 있죠. 맞냐고 물어보며 싸인을 해달라고 하고. 그러면 많은 분들이 망설이다가 다가오곤 하시더라구요.

▲올림픽 이후 대중들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데 혹시 이상형과 현재 여자친구는 없는지요?

-아직 여자친구는 없습니다. 이상형은 글쎄요, 저는 착하고 이해심 많은 여자가 좋습니다.(웃음)

▲그동안 많은 고비들이 있었잖아요. 하지만 그 고비를 다 넘기고 금메달을 손에 쥐게 됐는데 주위에 운동을 하다가 좌절하고 있는 친구나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그런 과정을 겪고 있는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도 굉장히 실패를 많이 했어요. 실패라 함은 경기에 많이 졌다는 거죠. 하지만 실패할 때가 성공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요. 만약 실패를 실패라고 받아들여 버리면 영영 계속해서 실패로 남는 거고, 실패라고해도 더 열심히 한다면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겪는 과정이라고 저도 그렇게 생각해서 오늘까지 왔습니다. 실패하더라도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말고 도움의 발판이라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최근 박진감 면에서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으로 논란이 많다고 하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혹시 태권도 룰에 대해 잘 아세요? 태권도의 룰을 모르니까 재미가 없는 거에요.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거든요. 만약 국민들께서 올림픽말고 평상시에 태권도에 관심을 가져주시고 즐긴다면 지금까지 그런 말이 안나왔을 거에요. 세계경기만 관심을 가지고 보시니깐 잘 모르시죠. 아마 태권도를 해봤고 잘 안다면 더 재밌게 보셨을 텐데. 평소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대중적으로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되었으면 좋을텐데 많이 아쉽습니다.

▲손 선수에게 있어 태권도란 무엇인가요?

-태권도란 인내죠. 특히 저에 대해 태권도는 직업이고 제가 좋아하는거고 해야하는 거고 저의 인생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죠. [웃음]

▲올림픽이 끝나고 꼭 하고 싶은 일도 많았을텐데….

-물론 친구들과 놀러도 다니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도 했지만 10월에 전국체전이 있기 때문에 요즘은 그에 대비해서 체중을 감량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죠.(웃음)

▲체전준비 때문에 바쁠텐데 앞으로의 계획은?

-제가 이 나이에 이렇게 일찍 금메달을 딸 줄 몰랐거든요. 그래서 1차 목표를 이뤘지만 더욱 더 훈련에 매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현재 태권도에서 2연패를 한 사람은 없죠. 그래서 2연패에 도전할 계획입니다. 그리고 선수생활이 끝나면 학업에도 더욱 열중하고 싶습니다. 우리대학를 위해 쓰임 받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해주신다면.

-이번 대회를 준비하면서 함께 했던 선배들이 없었더라면 저에게 금메달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교수님과 감독님께 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또 저도 우리대학을 위해 더 노력하는 사람이 될 거구요. 모든 분들께 응원해주셔서 그저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손태진 선수는?
출생 : 1988년 5월 5일 (경상북도 경산)
소속 : 삼성 에스원 태권도단
학력 : 단국대학교 (재학)
수상 : 2008년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 남자68kg급 금메달
경력 : 2008년 제29회 베이징 올림픽 태권도 국가대표
삼성 : 에스원 태권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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