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와 인물로 본 경제사] ④하이에크(Hayek)
[테마와 인물로 본 경제사] ④하이에크(Hayek)
  • 서문석(경제학) 교수
  • 승인 2008.09.30 16:21
  • 호수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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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정부의 ‘신자유주의’ 몰락… 한국경제도 ‘시장’과 ‘정부’ 실패 막기 위한 노력 있어야

최근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핵심이라고 불리던 최대 금융기관들이 하나 같이 정부의 도움을 요청하여 사실상 국유화되거나 파산했다. 이제 그들이 무너진 자리를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을 든 미국정부가 대신하려고 하고 있다. 일부에서 ‘공공의 적’, ‘시장경제의 공적(公敵)’이라고 불렀던 ‘정부의 귀환’이 시작된 것이다.

일반적으로 19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이렇게 인식이 변화된 배경에는 1970년대의 불황이 자리 잡고 있다. 이 시기에는 오일쇼크 등을 거치면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심각했다. 즉 경기침체(Stagnation) 속에서 지속적으로 물가가 오르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케인즈적인 처방은 효과적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케인즈적인 정부개입은 단기적인 총수요관리정책인데 비해 스태그플레이션은 장기적인 총공급측면에서의 문제였기 때문에 단기적인 처방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공급측면경제학이 제시되었고 정부지출의 삭감과 세금 인하, 기업에 대한 각종 규제의 완화와 노동조합에 대한 규제 강화, 국영기업의 민영화 등이 핵심적인 정책으로 실행되었다. 이를 가장 충실하게 반영한 것이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정부와 영국의 대처 정부였다.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작은 정부와 큰 시장’을 주장하며 신자유주의의 사상적 배경을 형성했던 하이에크 (Friedrich August von Hayek, 1899~1992)가 있다.

그는 불완전한 인간이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이런 과정을 정부나 노조 등이 가로막고 있다고 보았다. 노조의 활동은 시장의 정상적인 작동을 마비시키며 정부의 계획경제는 사회를 전체주의로 이끌게 되기 때문에 이런 체제에서 한 인간은 결국 노예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 이런 그의 사상은 경제학자인 자신이 스스로 ‘정치적인 저서’라고 밝힌 ‘노예에의 길’(‘The Road to Serfdom’, 1944)에 잘 나타나 있다. 이 책은 그가 노벨상(1974년)을 받은 화폐와 경제변동에 관한 일련의 연구들보다도 더욱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그는 1930~40년대에는 영국의 런던대학에서, 1950년대에는 미국의 시카고대학에서 활동하였다. 그의 시카고대학에서의 활동은 밀턴 프리드먼(M. Friedman)으로 이어지면서 경제학계에서 신자유주의의 산실로 불리는 ‘시카고학파’의 탄생 배경이 되기도 하였다.

케인즈의 ‘시장 실패’와 하이에크의 ‘정부 실패’는 각기 다른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주장은 당면한 현실 속에서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다만 우리에게는 이를 경제사의 교훈으로 되새기면서 한국경제에서 ‘시장’이나 ‘정부’의 실패를 막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서문석(경제학) 교수
서문석(경제학)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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