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생활 속 과학] (49)멜라민 파동과 폴 뉴먼
[유레카! 생활 속 과학] (49)멜라민 파동과 폴 뉴먼
  •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 승인 2008.09.30 16:28
  • 호수 1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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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라민은 플라스틱 용기를 제조하거나 비료를 만드는데 쓰이는 흰색 유독 물질이다. 멜라민과 포름알데히드를 염기성 촉매로 반응시키면 내연성, 내열성, 내약품성, 내수성, 전기적 성질 등에서 탁월한 멜라민수지가 된다. 이러한 장점으로 멜라민수지는 식기류 등을 비롯한 가정 용품, 접착제, 난연제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멜라민의 화학식은 C3H6N6로 탄소, 수소, 질소가 주성분인 유기화합물이다. 멜라민에 들어 있는 질소 성분은 단백질의 구성 성분이기도 하므로 멜라민을 첨가함으로써 질소 함량이 증가하여, 물에 타 희멀건해진 우유가 뽀얀 고단백 우유로 둔갑했다. 단백질 함량의 기준이 바로 질소 함량인 점을 알고 중국 장사꾼들은 공업용 화학 물질인 멜라민을 음식물에, 그것도 영아가 먹는 분유와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과자의 재료에 사용해 왔으니, 기가 찰 노릇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물론이고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멜라민을 음식에 첨가하는 것을 불허하고 있음에 비추어, 전 세계가 떠들썩한 것도 과한 것이 아니다.

멜라민의 독성은 이미 애완동물에게 그 피해가 나타난 바 있다. 미국에서는 2007년 중국에서 수입한 사료를 먹은 수많은 개와 고양이들이 신장 질환으로 죽었다. 유럽식품안전청에서는 ㎏당 0.5㎎ 정도를 멜라민의 1일 최대 섭취량으로 제한하고 있다. FDA 기준에서도 체중 20㎏인 어린이가 매일 먹어서 해로운 멜라민의 양을 12.6㎎으로 하고 있다. 문제가 된 중국 싼루사(社)의 분유 1㎏당 멜라민이 2,650㎎이 들어 있었다. 아기가 오염된 분유를 하루 120g씩 먹을 경우 우유와 함께 섭취한 멜라민의 양은 318㎎으로 기준치의 60배가 넘는다. 사망하는 아기가 속출하는 것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지난 주말 멜라민 파동 보도 말미에 배우 폴 뉴먼의 타계 소식이 전해졌다. 폴 뉴먼은 60살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미국 <피플>지 선정 섹시한 남자로 뽑힌 바 있다. 오늘날 섹시하다고 평가받는 많은 헐리웃 남자 배우들에게서 보이는 남성다움, 다시 말해 근육질 체격, 느끼한 눈빛, 중저음의 음성 등은 폴 뉴먼에게서는 찾을 수 없었다. 당시 미국 여성들은 폴 뉴먼의 지적인 분위기와 코발트색 눈동자에서 섹시함을 느낀다고 했지만, 틀림없이 그게 다는 아니다. 폴 뉴먼이 가지는 인간적 향기가 남달랐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사기꾼, 갱단의 일원, 당구치는 건달 등 영화 속에서의 폴 뉴먼은 반듯하고 단정한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한결같이 ‘미워할 수 없는, 뭔가 있어 보이는’ 악동의 모습이었다.

폴 뉴먼의 나이 50대 후반인 1982년에 설립한 “뉴먼스오운(Newmans' Own)” 식품 회사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무방부제, 100% 천연 재료를 썼기 때문에 식품 산업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면서 첫해부터 엄청난 이윤을 남겼다. 그런데, 이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뉴먼스오운”의 수익금 전액을 자선 단체에 기부해 왔다는 사실이다. 재료와 가공 과정은 물론이고 이익의 분배에서도 ‘기본에 충실’하며 양심을 지켰기에 폴 뉴먼은 진정으로 섹시한 남자 배우이자 사업가였다.

전 세계를 격분시키고 있는 멜라민 파동을 계기로 중국인들은 올림픽 개최, 우주 유영(遊泳)보다 더 소중한 것이 기본에 충실한 것임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세계 최강대국으로 부상하려고 하는 중국의 사업가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뉴먼스오운” 회사의 경영 철학이 아닐까.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신동희(과학교육) 교수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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