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과 진심] ⑥온다 리쿠의『밤의 피크닉』
[진실과 진심] ⑥온다 리쿠의『밤의 피크닉』
  • 김유진 기자
  • 승인 2008.10.07 21:29
  • 호수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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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다리쿠의 밤의 피크닉

 



섬세한 문체로 성장의 시간을 말하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캐릭터의 생생함


혹시 일본 작가인 온다 리쿠를 알고 계신가요? 노스텔지어의 전령, 스토리텔링의 마법사라 불리는 작가, 온다 리쿠. 1991년 일본 환타지노벨 대상의 최종 후보작으로 오른 ‘여섯 번째 사요코’로 데뷔한 그녀는 일본 내에서 호러, SF, 미스터리 등 여러 가지 분야의 소설로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어 2005년 그녀의 소설이 처음 번역된 후 벌써 총 26권의 책이 번역·출간되었습니다.

‘노스텔지어의 전령’이라는 호칭답게 그녀의 이야기는 추억과 아른한 기억을 중심으로 풀어가는 것이 많습니다. ‘굽이치는 강가에서’, ‘네버랜드’ 등이 그 대표작이지요. 또 ‘삼월은 붉은 구렁을’, ‘여섯번째 사요코’, ‘호텔정원에서 생긴 일’처럼 흥미로운 내용이거나 ‘유지니아’같은 독특한 구조를 바탕으로 하기도 합니다.

그녀의 소설의 특징적인 부분이라면 문체를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소설은 여성적인 어조가 많은데 여자 등장인물의 독백진행이 많고 서간문 형식으로 설명하는 장면이 대부분입니다. 또 문체가 아니더라도 그녀의 여러 작품들에선 차분하고 소녀다운 취향이 느껴지는 소재가 많습니다. 그 덕에 자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소재도 껄끄럽게 느껴지지 않지요. 다만 그녀의 책들은 이야기의 흐름에 큰 굴곡이 없고 등장인물의 시점이 자주 바뀌기 때문에 이야기는 단조롭고 구성은 복잡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또 이야기의 결말이 확실하지 않고 간혹 이해할 수 없는 전개 때문에 ‘다 읽었지만 내용을 알 수 없다’라는 비판을 듣기도 합니다.

그런 그녀의 소설 중에 제가 소개하려는 책은 ‘밤의 피크닉’이라는 소설입니다. 우리나라에 제일 먼저 발간된 온다 리쿠의 작품이자 가장 잘 알려진 작품입니다. 일본에서 발간 후 서점대상과 제26회 요시가와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했죠. 내용의 주제는 한 고등학교에서 열리는 보행제입니다. 남녀공학 고등학교인 북고는 매년 전교생이 밤을 새워 80km를 24시간 동안 걷는 행사를 합니다. 소설은 그 보행제의 하룻밤을 무대로 등장인물들의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가지요.

‘밤의 피크닉’의 강점은 인물 표현입니다. 세밀하고 미묘한 감정을 자세하게 표현해서 캐릭터가 손에 잡힐 듯이 그려지지요. 뿐만 아니라 보행제라는 소재는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오면서 애틋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 ‘밤의 피크닉’은 온다 리쿠의 소설로는 드물게 미스터리가 아닌 청춘물이기 때문에 내용이 복잡하지 않은 점이 대중적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큰 위기나 긴박감이 없이 진행되고 이야기의 숨은 반전도 미담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에 지루하게 느낄 독자도 있을 것입니다. 만약 책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라면 밤의 피크닉의 예고편이라고도 할 수 있는 ‘피크닉 준비’라는 단편을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온다 리쿠의 ‘도서실의 바다’라는 책에 수록되어있는 ‘피크닉 준비’는 본편과 다른 소소한 재미를 느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김유진 기자 yj9014@dankook.ac.kr



“여기서 뻗어버리면 정말 억울하겠지”
자신의 고민과 싸우고 이겨내겠다는 가슴 벅찬 다짐


소설은 남녀공학인 북고에서 해마다 열리는 ‘보행제’를 배경으로 한다. ‘보행제’는 아침 8시에 학교를 출발하여 다음날 아침 8시까지 학교로 걸어서 돌아오는 행사이다. “여기서 뻗어버리면 정말 억울하겠지.” 소설 속 남자주인공 중 한명인 시노부가 ‘보행제’가 끝나갈 무렵 내뱉는 말이다. 고3시절 마지막 겪는 이 행사에서 비로소 그들은 포기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알고, 서로를 이해한 것이다.

소설 속엔 각자의 고민을 가진 여러 명의 고등학생들이 등장한다. 이들의 고민을 보면 누구든지 고등학교 시절 했을 법한 그리고 현재에도 하고 있는 집안문제, 사랑문제, 친구문제 등과 같은 대부분의 갈등이 있다. 이것을 이들은 ‘끝없이 걷는 도중에 겪는 극한의 체력소모’라는 특수한 상황을 통해 친구들에게 그동안 숨겨왔던 자신만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는 그 동안 타인에게 말하지 못해 숨겨왔던 비밀을 털어 놓음으로써, 그들에게 주어진 시련을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책을 읽던 독자 또한 자신이 가진 고민과 싸우고 이겨내겠다는 가슴 벅찬 다짐을 하게 만든다.

특히,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즐거움은 각각이 다른 성향과 특색을 가진 여러 명의 인물들이 등장 하는 것이다. 책의 구성은 인물들의 이야기가 돌아가면서 나오는데, 인물에 대한 성격, 고민 등 그 묘사가 굉장히 세밀하다. 따라서, 읽다보면 그중 어느 인물에겐가로 빠져들게 된다. 그를 알고 싶고, 이해하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에 관한 이야기가 언제 나오는지 찾으면서 읽고, 그러다 나오면 그 부분에서 더욱 집중하게 된다. 이런 집중은 책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 손에 잡자마자 끝까지 다 읽어버리게 만드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읽으며 느껴지는 아쉬움이란, 나의 고등학교시절 왜 책속의 ‘보행제’와 같은 행사가 없었는지에 관한 것이다.

실제로 책을 읽으며 ‘보행제’와 같은 행사가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지, 책이 나온 일본에서 이루어지는 행사인지 굉장히 궁금했다. 그러나 알아보지 않았다. 이는 만약 ‘보행제’와 같은 행사가 실제로 있다면 내 고등학교에 없었던 것이 너무 슬플 것이고, 없다면 현재 고등학생들이 자신의 고민을 나누고 덜 수 있는 자리가 없다는 것에 또 한번 슬플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쉬운 ‘보행제’의 부재를, 지금 주위에 있는 사람들과 함께 ‘우리들만의 보행제’를 만들어 서로의 고민을 나누고 위로해주는 것은 어떨까. 아마 그렇다면 마지막 주인공들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내일을 향해 기분 좋게 달려갈 수 있지 않을까.

심지환 기자 sjhspecial@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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