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대학의 권리? 학생의 권리?-도서관 ‘자리 다툼’
[시사터치] 대학의 권리? 학생의 권리?-도서관 ‘자리 다툼’
  • 유현수 기자
  • 승인 2008.10.07 23:26
  • 호수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기적인 학생들의 웃지 못 할 상황

한겨례신문 10월 2일자에 우리의 눈길을 끄는 보도가 있었다. 서울시립대가 일부 학생들이 고시 및 토익 관련 서적을 가득 쌓아놓고 사실상 고정석처럼 독점하는 행위를 막기 위한 조처로 지난달부터 중앙도서관 열람실 내에 책과 독서받침대 등 개인 물품을 방치하다 적발될 경우, 30일 동안 도서관 출입을 금지하는 새 도서관 규정을 시행 중이라고 한다.

또한 최근 일제 점검으로 150명을 적발해 도서관 출입을 정지시켰고, 이런 조처에 대해 일부 학생들이 ‘도서관 30일 출입금지’에 대한 무효확인 소송 및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겠다고 나섰다. 소송을 준비 중인 전병권(경영학·4) 군은 “새 규정은 학생들의 자율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일단 도서관 출입금지 조처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을 낸 뒤 본안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서울시립대학교 중앙도서관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발권하지도 않았는데 책이 놓여있다고 생각되면 그냥 치우고 앉으면 된다’, ‘자신이 장으로 있는 한 공동체에 큰 혼란을 야기하고 수많은 이용자들로부터 큰 원망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지 않냐’는 의견부터 ‘많은 학생들은 '정당한 권리찾기'라고 말하지만, '정당한' 보다는 '추악한' 권리 찾기에 불과하다 생각한다’는 의견까지 학생들의 찬반의견이 올라와 있는 상태다.

▲서울시립대학교 중앙도서관 전경(출처: 네이버)
현재 서울시립대학에 재학 중인 백승미(전기전자컴퓨터·1) 양은 “도서관 열람실은 3곳 정도로 2시간 후 다시 등록해야하는 시스템인데 실제 학생들이 물건을 좌석에 올려놓고 사용하지도 않아서 열람실 입구에 책상 위에 물건 찾아가라는 안내를 자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 열람실 자리 맡기는 우리대학에서도 비일비재한 일이다. 죽전캠퍼스 퇴계기념중앙도서관에서는 아예 입·출입 시 학생증이 있어야만 하는 시스템을 도입해 사용하지 않는 좌석을 자동으로 풀 수 있게 함으로써 어느 정도 학생들의 자리 맡아두기를 방지하고 있는데 이 또한 처음에는 학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이번 사태에 대한 서울시립대학 학생들의 의견은 분분하다. 각자 자신의 성향, 판단에 맞게 의견들을 내고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공공장소에서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쓰지도 않는 자리를 맡아놓는 것은 누가 봐도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 특히 한정된 자리로 인해 모두 다 같이 써야 하는 공간에서 이기적으로 자리를 맡아놓는 행동은 지성인, 대학인으로서 있을 수 없는 비양심적인 일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법정으로까지 비회된다면 과연 재판부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조심스레 예측해 보면 학교측, 학생측 모두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자리 문제 하나 해결 하지 못하고 법정으로까지 옮겨 오는 대학이라는 오명과 함께.

유현수 기자
유현수 기자 다른기사 보기

 irene0127@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