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파만파] ‘먹거리 파동’을 말한다 식품영양학과 문현경 교수
[일파만파] ‘먹거리 파동’을 말한다 식품영양학과 문현경 교수
  • 김은희 기자
  • 승인 2008.10.07 23:38
  • 호수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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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만으로 구분짓는 사고방식이 더 문제, 음식은 대부분 ‘조금 나쁘고’ ‘많이 좋은’ 것들이다

“‘미사랑 카스타드’ 매일 40개 이상씩 먹어야 인체에 유해, 멜라민 90% 이상 소변으로 배출”

지난 12일 중국 정부는 영유아 신장결석 집단 발생사건과, 조사결과 싼루그룹 등 22개 업체의 분유에서 멜라민이 검출된 사실을 공식발표했다. 이에 우리나라 식약청은 중국산 식품 428개 품목을 대상으로 멜라민 검출 확인을 했고 지난 25일 중국산 식품의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분유 등 함유 식품 유통 판매에 대한 금지 조치를 내렸다. 멜라민에 대한 국민들의 두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는 요즘, 우리대학 식품영양학과 문현경 교수를 만나 멜라민 파동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현재 국·내외적으로 멜라민 파동이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이와 관련된 뉴스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데요,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먹는 것에 대해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위험해요. 각종 언론매체들이 극단적으로 멜라민 파동을 조명하는 것으로 인해 국민들이 오늘날 푸드 시스템에 대해 필요이상으로 우려할까봐 걱정이 됩니다. 가사노동의 사회화로 인해 현대인들은 집에서 삼시세끼를 모두 해먹지 못하게 됐습니다. 또, 다른 나라에서 생산한 음식을 가지고와 먹게 됐지요. 사람들의 삶의 패턴이 그렇게 변하고 있습니다. 거스를 수 없는 커다란 흐름이지요. 물론 이번 멜라민 파동의 경우 잘못된 일이고 반드시 시정되어야 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한 가지 사고로 인해 전반적인 푸드 시스템에 불안해하고 결국 뒷마당에서 직접 자급자족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을 조심해야 합니다.

▲중국 탈지분유 사건이 이 멜라민 파동의 시발점에 해당하는데요,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영유아의 경우 분유만 먹지요. 우리는 밥, 자장면, 라면 등도 먹는데 아기들은 오로지 분유만 먹습니다. 식품을 생산할 때 특정인이 그것만 먹는다면, 그리고 그것의 섭취량이 많은 경우라면 생산자는 당연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특히나 아기들은 체중이 적으니 심혈을 기울여야 했지요. 국제암연구소(IARC)는 인체나 실험동물 자료가 불충분한 경우라고 판단, 인체발암물질로 분류할 수 없는 물질로 멜라민을 분류하고 있지만 아기는 어른들과 달리 신장결석에 이르기가 쉬우므로 충분히 주의했어야 합니다. 노인들의 식사를 신경 써야 하는 것처럼 말이죠. 한 가지만 먹는 특정집단이 존재할 경우 생산자는 식품의 위험성을 줄이고 생각을 많이 했어야 하는데 안타깝습니다.

▲이러한 상황이 왜 발생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악덕상인은 언제든지 있을 것입니다. 그런 그들을 찾아내고 그들로 인해 파생되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개선하는 시스템을 만드는데 관심을 가져야 하겠지요. 이를 없애기 위해서 소비자는 항상 고민해야 합니다. 나쁜 사람들은 너무 싼 것만 원하는 소비자들의 심리 때문에 나타납니다. 그러면서도 또 쓸데없이 너무 비싼 값을 치르고 물건을 사려고도 하지요. 적절한 가격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 정보를 갖기 위해 소비자는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원산지 등 식품표기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 등을 통해 소비자들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또 정부는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도록 규제 관리를 해야 하지요. 더불어 식생활에 대한 교육이 잘 안 돼있는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정입니다. 현명한 소비를 위한 교육도 진행되어야 합니다. 너무 싼 것을 원하고 또 이를 만들다 보니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니까요.

▲일반적으로 멜라민은 어떠한 성분입니까. 그리고 우리 몸에 어떤 영향을 끼칩니까.
=멜라민은 유기화학물질로 열에 강한 플라스틱의 원료로 사용됩니다. 1958년에 비단백질 질소원으로 소의 사료로 사용되었으나 1978년 요소나 면실과 같은 다른 비단백질 질소원보다 분해 능력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사용 금지됐었지요. 멜라민은 식품제조·가공에는 사용할 수 없는 물질입니다. 여러 국가 및 국제식품규격위원 등도 국제적으로 식품에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지요.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멜라민 및 관련 화합물에 대한 식품 및 사료의 일일섭취량을 일일 체중(kg) 당 0.63mg으로, 유럽식품안정청은 일일 체중(kg) 당 0.5mg로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이를 초과할 경우 멜라민 중독으로 신장염이나 신장결석 등이 발병할 수 있습니다.

▲멜라민이 함유된 식품을 어느 정도 먹어야 건강에 해로운 것입니까. 실제 멜라민 중독 사례가 있습니까.
=유럽기준으로 보면 137ppm이 검출된 ‘미사랑카스타드’ 제품을 60kg 성인의 경우 낱개포장 40개 이상씩, 20kg 어린이의 경우 낱개포장 13개 이상씩 매일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에 신장염이나 신장결석 등의 유해영향 발생이 우려되는 것으로 평가됐습니다. 멜라민 1.5ppm이 검출된 ‘커피크림’ 제품은 60kg 성인이 20kg 이상씩(3700잔~4000잔 이상씩) 매일 지속적으로 섭취할 경우에 위험한 것이지요. 분명 일상생활에서는 있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한편 멜라민 동물 실험 결과, 멜라민은 24시간 내 소변으로 90%이상 배출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 있습니다. 이번 멜라민 함유 분유로 인해 중국의 한 아이가 사망하기 전까지는 실제로 이로 인해 사망한 사례는 없었지요. 실생활에서 멜라민을 극소량 섭취하기 때문에 실제로 인체에 해롭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일은 역사에 남을 만한 거대한 사건인 거지요.

▲몇 가지 식품에 대한 식약청 검사결과가 번복돼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음식, 특히 사먹는 음식에는 필수불가결하게 나쁜 성분이 포함돼있을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그 양에 있어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 보는데요, 그 양을 설정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우선 저 역시 검사를 하는 실험인의 한 사람으로서 검사결과가 번복된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가 간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멜라민이 포함된 우유를 제품 표면에 뿌릴 때 모든 과자에 똑같이 뿌려질 수 없는 것이고, 식약청에서는 전수검사가 아닌 무작위 표본 검사를 실시하기 때문에 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또 그 식품들의 경우 멜라민 수치가 Cut-off Point에 가까워 결과가 애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할 수 있지요. 물론 앞으로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기준치는 동물실험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유해 정도로 판단한 후 결정하지요.

▲멜라민 해독에 좋은 음식은 어떠한 것들이 있습니까.
=앞서 말했듯 몸에 들어온 멜라민 가운데 90%는 소변으로 배출되게 돼있습니다. 따라서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고 이를 위해 챙겨먹어야 하는 특정 음식도 딱히 없습니다. 다만 멜라민은 수용성이기 때문에 물을 먹으면 더 잘 배출됩니다. 만약 자신이 멜라민에 중독될 정도로 멜라민을 많이 섭취했다면 물을 충분히 먹어주고 소변으로 배출하면 됩니다.

▲삼양라면 우지파동, 쓰레기 만두 파동 등 유해식품 파동과 관련해 논란이 꾸준히 일어나고 있습니다. 의식주 가운데 식을 중요시하는 민족 특성상 그러한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음식은 우리가 먹는 것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며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분야에 해당합니다. 보통 사람들은 O, X라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으로 모든 사물을 나눕니다. 음식도 마찬가지죠. 사람들은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구분하곤 합니다. 실제로는 조금 나쁘고 많이 좋은 음식들이 대부분인데 그것을 생각하지 못하죠. 예를 들어 ‘쓰레기 만두 파동’이 일어나면 ‘시중에서 파는 만두는 모두 나쁘다’라는 인식을 갖고 깨끗한 만두조차 사먹지 않습니다. 세상을 살다보면 다 중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흑백논리로 나눌 수 없고 결국 다 중간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음식도 다른 어떤 것들처럼 냉정하게 보면 대부분이 △에 해당하는데 한번 유해식품 파동이 일어나면 사람들은 큰 일이 날 것처럼 생각하고 정작 사실은 보지 못하지요. 또 전반적인 푸드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연으로 돌아가 길러 먹는다’는 극단적인 생각은 거꾸로 돌아가는 것이며 현재 세상과 맞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는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모든 세상에 O, X는 없으니 좀 더 좋은 것인가, 좀 더 나쁜 것인가, 괜찮은가에 대해 정확한 판단을 하시길 바라며 음식에 있어 무언가를 매도하거나 감정적으로 판단하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 멜라민은?
멜라민은 식품제조·가공에는 사용할 수 없는 물질이다. 여러 국가 및 국제식품규격위원 등도 국제적으로 식품에 사용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는 멜라민 및 관련 화합물에 대한 식품 및 사료의 일일섭취량을 일일 체중(kg) 당 0.63mg으로, 유럽식품안정청은 일일 체중(kg) 당 0.5mg로 적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를 초과할 경우 멜라민 중독으로 신장염이나 신장결석 등이 발병할 수 있다.

■ 식품 파동 일지 
①1989년 11월 ‘삼양라면 공업용 수입우지 사건’
일명 ‘우지파동’으로 삼양식품(주)는 5년 동안 삼양라면 생산을 중단했다. 미국에서 비식용인 것(식용으로 구분되지 않은 것)을 수입, 식품용으로 가공한 것이 밝혀져(식품공전 위반사항) 논란이 됐던 사건이다. 1등급 우지 외 우지, 사골, 우족, 내장 등 사실상 미국에서 폐기물 취급하는 것이자 우리나라에서는 자연스럽게 먹는 것들을 각종 매체에서 ‘공업용’이라 표현했고 이로 인해 논란이 가중됐다. 결국 삼양식품(주)은 대법원으로부터 무죄판결을 받았다.

②1998년 7월 ‘골뱅이 통조림 포르말린 사건’
이 사건으로 통조림 제조업체 30여 개가 부도를 맞았다. 그러나 국내 유통 중 검찰에 적발된 ‘포르말린 통조림’에 존재하는 포르말린(1kg 당 0.02∼0.19mg)은 자연계에서 존재하는 정도의 양이며 말린 표고버섯에서 검출된 양의 최고 1만5천분의 1수준이라고 밝혀졌다. 결국 사건은 검찰의 오류와 식품업자의 무죄로 최종 판결나게 되었다.

③2004년 6월 ‘쓰레기만두 파동’
단무지 제조공장에서 버려진 폐기용 단무지 찌꺼기와 파지 무를 수집해 만두소의 주 원료인 무말랭이를 제조한 후 유명만두 제조업체에 유통시킨 사건이다. 이 만두소의 찌꺼기 재사용의 언론보도 후 만두소비가 급감했으며, 실정법을 위반하지 않은 정상적인 만두제조업체까지도 선의의 피해를 입는 사태까지 일어나게 되었다.

④2008년 3월 ‘농심 새우깡 쥐머리 파동’
일명 ‘쥐새우깡’으로 국민과자 새우깡의 소비는 급격히 감소했으며 소비자들은 과자의 비위생성에 대해 심각한 의식을 갖게 됐다.

⑤2008년 7월 ‘중국발 멜라민 파동’
중국 내에서 멜라민이 함유된 분유를 마신 아기가 사망한 사실이 전 세계로 퍼지면서 멜라민 파동이 시작됐다. 이 분유로 사망한 아기는 현재까지 1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수십 명의 아기들은 신장결석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나라 식약청에서는 이와 관련 현재 멜라민 함유 식품 검사 중에 있으며 여전히 논란은 진행 중에 있다. 
 

김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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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morikam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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