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와 인물로 본 경제사] ⑤‘분업(分業)’과 ‘아담 스미스(Adam Smith)’
[테마와 인물로 본 경제사] ⑤‘분업(分業)’과 ‘아담 스미스(Adam Smith)’
  • 서문석(경제) 교수
  • 승인 2008.10.07 00:09
  • 호수 123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핀의 비유’로 설명되는 분업, 분업 이후로 오늘날 ‘자본주의경제체제’ 탄생

우리가 사는 이 체제를 ‘자본주의경제체제’라고 부른다. 이런 체제는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처음으로 등장하였다. 당시 이 체제의 시작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 바로 그 유명한 ‘핀(pin)의 비유’로 설명되는 ‘분업’이다. 당시 영국에서는 혼자서 하루에 20개도 만들 수 없다고 생각했던 핀(pin)을 하루 평균 4,800개나 만드는 엄청난 변화가 나타나고 있었다. 혼자서 만들던 핀을 자그마치 18개의 세부공정으로 나누어 18명의 사람이 분담하게 되면서 나타난 결과였다.

하지만 이 분업의 결과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생산공정은 많은 세부공정으로 나누어졌고 그 결과 세부공정들은 아주 단순해졌다. 그러자 이 공정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숙련공과 그들을 돕던 아이들은 이 공정을 대신하거나 더욱 쉽게 해 줄 수 있는 도구를 고안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안된 도구들은 여러 개의 동작을 연속적으로 하는 도구로 개량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여러 동작을 함께 하는 도구는 새로운 문제를 일으켰다. 이 도구들이 복잡한 동작을 하도록 개량되면서 한 사람의 힘으로는 쉽게 다룰 수 없게 된 것이다. 처음에는 가축의 힘을 빌려 이런 도구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가축은 관리하기가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오랜 시간 일을 시키기도 어려웠다.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수차(水車)를 이용해서 이 도구들을 작동시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물도 적정량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지 않았고 물의 낙차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인적이 드문 산골짜기에 공장을 세워야 했다.

바로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증기기관’이었다. 증기기관은 불을 피워 물을 끓일 수만 있다면 지속적으로 엄청난 힘을 낼 수 있었다. 동력(動力)문제가 해결되자 더 많은 도구들이 합쳐졌다. 그 결과 증기기관을 통해 이 도구들을 끝없이 가동할 수 있는 ‘기계’가 나타나게 되었다. 그리고 증기기관에 사용되는 석탄을 증기기관차를 이용하여 실어 나를 수 있게 되자 영국의 공업도시에 이 기계들이 설치된 엄청난 규모의 공장들이 세워지기 시작하였다.

이런 변화를 예리하게 관찰하고 있었던 어수룩해 보이지만 대단한 인문학적 소양과 번뜩이는 천재적 기질을 갖춘 경제학자가 있었다. 그가 바로 경제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아담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였다. 그는 이 인상 깊었던 장면을 자신의 대표적인 저작인 ‘국부론(國富論, An Inquiry into the Nature and Causes of the Wealth of Nations, 1776)’의 첫머리에 ‘분업’이라는 장을 만들어 꼼꼼하게 그려놓았다.

이 시기부터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삶의 모습이 시작된 것이다. 자신의 판단에 따라 생산과 소비를 결정하던 자급자족방식은 더 이상 지속되지 않았다. 그 대신 큰 돈을 벌고자 하는 욕심을 가진 많은 생산자들에 의해 필요한 많은 상품들이 공급되고 이 과정에서 국가의 부가 발생되는 체계가 아담스미스의 손에 의해서 최초로 분석되었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경제체제가 시작된 것이다.

서문석(경제) 교수
서문석(경제) 교수

 dkdds@dankook.ac.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