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맛대로 보라] ⑥쉬어매드니스
[네 맛대로 보라] ⑥쉬어매드니스
  • 심지환 기자
  • 승인 2008.10.07 01:39
  • 호수 1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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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배우야” 관객과 함께 작품 완성도 높혀가는 매력

미국 연극의 교과서라 불리는 ‘쉬어매드니스’는 1980년 보스턴에서 초연된 이후 현재에도 전세계적으로 무대에 올려지고 있다. 왜 그럴까? ‘한국판 쉬어매드니스’를 찾아 보았다. <편집자주>

연극시작 십 분 전 몇몇 배우들이 무대에 등장해 소품을 이용해 전화를 하고, 미용실에 들어와 겉옷을 벗고,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는 등 이미 연기를 하고 있다. 이를 보며 관객들은 연극이 시작되기도 전에 무대에 몰입하게 된다.

연극이 시작되면 이화동에 위치한 ‘쉬어매드니스 미용실’속에 신나고 활기찬 미용실의 풍경이 연출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미용실은 금방 손님들로 가득 찼는데 그때 위층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피해자는 미용실 위층에 사는 왕년에 잘 나가던 유명 피아니스트 송채니다. 이때 미용실의 손님으로 가장하고 있던 형사들은 미용실에 있던 손님들을 용의자로 간주하고, 이 광경을 보고 있던 관객들과 함께 범인을 찾기 시작한다.

지난 6월 6일부터 오픈런으로 공연되고 있는 ‘쉬어매드니스’는 28년간 미국에서 상품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인정받고 있는 작품이다. 1980년 보스턴에서 초연 이후, 미국 역사상 가장 오랜 기간 공연된 연극이고, 현재 전 세계 22개 도시의 무대에서 매일 공연되는 미국 연극의 교과서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연극 속엔 미국의 정서가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쉬어매드니스’에서 배우들은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멜라민 관련이야기, 인기드라마 유행어 패러디 등을 통해 관객들에게 우리나라 정서를 야기시키며 한국만의 ‘쉬어매드니스’를 만들어 냈다. 또, 연극에서 용의자로 지목된 범인들은 형사들과 관객들에게 의심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변호할 알리바이를 내세워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들의 예기치 못한 추리에 배우들은 자신만의 특유한 애드리브를 통해 유쾌하면서도 그럴듯한 대답을 내놓는다. 이를 통해 관객들은 그들의 연기력뿐 아니라 임기응변에 감탄하고, 큰 웃음을 짓게 된다. 이처럼 한번 보면 내용을 다 알 수 있는 다른 연극들과는 달리 관객의 반응에 따라 함께 달라지는 배우의 행동 때문에 몇 번이고 보고 싶어지는 연극이 ‘쉬어매드니스’다. 또한 이 점이 관객들에게 꾸준한 인기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특히, ‘쉬어매드니스’라는 연극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관객과 배우의 거리가 없다는 것이다. 보통의 연극에선 무대와 객석간의 이질감이 불빛을 통해 드러난다. 밝은 불이 켜진 무대 위에선 활동적인 몸짓이 펼쳐지지만 불이 꺼진 객석에선 수동적으로 밝은 곳을 지켜보고만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배우와 관객의 매울 수 없는 거리인 것이다.

그러나 ‘쉬어매드니스’는 다르다. 극중 송채니의 죽음에 관해 심문을 끝낸 형사가 관객들에게 함께 범인을 잡아보자고 말을 건네면 객석에 불이 켜진다. 그때부터 배우들은 관객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다. “아니 언제부터 보고 있었어?”, “어머, 그때 그건 비밀이야”, “그때 본게 뭐였는지 정확히 말해줘요”, “지금 이 사람이 하는 말 사실이에요?” 등 배우들과 관객들의 대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연극은 망가지기 보다는 오히려 순조롭게 진행되고, 이어진다. 이처럼 배우가 아닌 관객이 배우와 동일선상에서 연극을 함께 이끌어가는 묘미에 관객들은 이 연극에 더 깊이 빠지게 될 것이다. 또, 마지막에 밝혀지는 범인의 반전에 관객들은 “역시 쉬어매드니스다”라는 말과 함께 몇 번이라도 다시 보러 올 매력을 가진 연극임을 느낄 수 있을 것 이다.

심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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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jhspecial@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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