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칼럼] 이름 속에 담긴 존재 의미
[학생칼럼] 이름 속에 담긴 존재 의미
  • 정시내(스페인학·4)
  • 승인 2008.10.14 03:04
  • 호수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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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국인이 나서 보면 어떨까

최진실 자살 사건으로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악성댓글을 막기 위해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하자는 의견과, 실명제 도입이 악성댓글 차단의 효과보다는 자유로운 의견 개진의 장을 축소시키는 단점만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인터넷 실명제에 대한 단국인의 의견은 어떤지, 단대신문이 여러분의 의견을 듣습니다. <편집자 주>

누구나 전화상으로 상담원과 통화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 때 만약 전화를 받는 상담원의 태도가 불친절하다면 기분이 이만저만 상하는 것이 아니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는가. 나는 간단한 질문 하나를 던진다. ‘지금 전화 받으시는 상담원 성함이 어떻게 되죠?’ 이 한마디 질문이면, 상담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상냥한 태도로 돌변한다. 통성명 한 마디에 이렇게 너그러워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사람의 이름에는 존재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시인 김춘수의 ‘꽃’이라는 작품에서도 언급된 바 있어 지성인들은 이미 알고 있는 바라 생각한다. 또한 이름은 한 사람의 의지와 행동과 직결된다. 실제로 우리가 이름을 밝히고 어떤 일을 하는 것과 무명으로 일을 하는 것은 진행되는 과정이나 결과적으로도 큰 차이를 낳는다.

헌데 현대사회에서의 인터넷 상에서는 이러한 이름 속에 담긴 존재의미나 의지행동은 다분하게 망각되는 것 같다. 이름 대신에 사용자의 정체를 밝히는 아이디마저도 자신이 원치 않는다면 비공개로 설정할 수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의견을 담은 글들이 난무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으로 인해 여러 사람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통신문화가 만들어지고 나아가서는 한 인격체를 삶의 낭떠러지까지 몰아가게도 할 수 있다.

우연히 한 포털 사이트에서 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글을 본 적이 있다. 논리적이기는 커녕 감정만 앞세워 신랄한 비판들과 욕설로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우는데, 결코 대통령 옹호자가 아닌 나도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도대체 작성자의 지식수준이 어떻게 되는지, 남자인지 여자인지, 혹시나 나이어린 학생은 아닌지 궁금하게 만드는 정도였다. 나도 모르게 작성자의 아이디로 마우스를 가져갔는데, 어이없게도 비공개 아이디였다.

자신이 쓴 글에 대하여 최소한의 소신이 있다면 왜 이름을 공개하지 않는단 말인가. 작성자가 자신의 이름을 비공개한다는 것은 자신의 주장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겠다는 의도의 표현이라 생각한다. 글은 말보다 몇 배 이상 공을 들이고, 몇 차례 이상 생각을 정리한 후에야 완성되는 의사소통 수단이다. 말을 할 때에는 세 번 생각하고 말 하라는 격언이 있는데, 하물며 글은 어떠하겠는가. 문자는 사라지지 않고 오랫동안 보존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어서, 필자가 글을 쓴 후에도 독자가 원한다면 언제든지 그 글을 읽을 수 있을 수 있다.

본인의 생각이 도덕적으로 저해되지 않으며 전 세계인 앞에서도 당당하다고 생각한다면, 세 번 생각하고 말하라. 뒷담화처럼 툭 내뱉고 존재를 감춰버리지 말자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의미를 감추는 것은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 이가 어찌 타인의 동의를 받는 글을 자유롭게 올릴 수 있단 말인가.

이제 더 이상 인터넷에서 비공개로 쓰인 무분별한 글을 보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이름에 담긴 존재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고 자아의식을 바로잡아, 세계인을 상대로도 떳떳하게 말하는 지성인들이 풍부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선두에 자랑스런 단국인들이 설 것까지도 기대해본다.

정시내(스페인학·4)
정시내(스페인학·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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