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터치] 인터넷 실명제
[시사터치] 인터넷 실명제
  • 김은희 기자
  • 승인 2008.10.14 03:25
  • 호수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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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기에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인터넷 여론

인터넷 실명제 시행 아직 이르다

과도기에 일정수준의 시행착오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인생에도, 경제에도, 민주주의에도 언제나 과도기라는 시기가 존재한다. 가상세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과도기는 더 높고 안정적인 수준을 향하는 길목에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며, 그 과도기에는 대개 예상치 못한 격한 돌풍이 몰아친다. 그 속에서 사람들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방향을 잡기 위해 애쓰고 정상을 향해 간다.

지난 2일 국민배우 최진실 씨의 자살소식이 전 국민에게 전해졌다. 3일에는 트렌스젠더 장채원 씨가 자살했고, 6일에는 커밍아웃을 했던 김지후 씨가 자살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들의 죽음과 관련해 “인터넷 악플과 관련이 깊다”는 주변 관계자의 말이 유력하게 자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고 김지후 씨는 지난 4월 국내 최초 동성애 프로그램인 ‘커밍아웃’에 출연해 본인이 게이임을 밝힌 후 악플에 시달리며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보도가 나온 이후 정부 여당에서는 ‘인터넷 실명제’, ‘사이버 모욕죄’ 등 이른바 ‘최진실법’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피해자의 고소가 없어도 사이버 상에 이루어지는 모욕적인 글이나 내용에 대해 경찰과 검찰이 언제든지 수사에 착수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이다. 이에 대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7, 8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54.9%가 ‘인터넷 실명제’ 제정을 찬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0월 8일자 매일경제 그래프 자료.
인터넷 상에서 여론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인터넷이라는 매체의 특성상 정보의 전달과 확산은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진다 . 따라서 정보의 진위 여부 따지기 전에 인터넷상에 여론이 형성되어 버린다.

지난 2월 4일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옥션의 개인정보유출사고가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전체회원 가운데 60%에 해당하는 1081만 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고 현재 이와 관련해 집단소송이 진행 중에 있다.

우리대학 핵심교양 컴퓨터교과 가운데 ‘컴퓨터와정보사회’ 과목을 강의하는 조윤호 전임강사는 “이러한 개인정보 관리 문제가 우선 해결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대다수의 정보통신원 관계자와 정보통신 관련 전문가들은 인터넷 실명제를 반대하고 있다. 인터넷 악플 문제의 경우 현재 네티즌들 사이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 충분히 자정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보기 때문이다. 또 현재 악플을 다는 사람들의 경우 대부분 어리거나 학력이 낮은데, 초·중·고학생을 대상으로 정보통신 윤리교육을 집중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우선 취해져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돼야한다. 인터넷 실명제는 결국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것을 막고, 인터넷 여론이 통제되고 획일화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다. 이로 인해 비판적인 여론을 봉쇄하게 될 것이다. 여러 시스템적 방법을 강구하고 적용해본 뒤 인터넷 사용자들의 협의에 의해 실명제 시행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는 날, 실명제 도입에 대한 고민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자문=교양학부 조윤호 전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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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morikami@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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