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거울삼고 현실을 직시해야 ‘2차 대공황’ 막을 수 있어
지난 10일 하루에만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시가총액 30조원이 증발하고 올 해 연초 2,000선을 위협하던 코스피지수가 이제 1,200선으로까지 내려앉았다. 미국 주식시장을 비롯하여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주가도 지난 한 주일 동안 모두 20%이상 폭락했다.
이렇게 주가가 폭락하며 주식시장이 붕괴되는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것이 1929년 10월 미국 주가 대폭락 사태이다. 1929년 10월 24일 미국 ‘뉴욕주식거래소’의 주가는 이틀간 24.5%나 폭락하였다. 이것을 ‘1929년의 대공황(Depression of 1929)’ 또는 ‘1929년의 슬럼프(Slump of 1929)’라고 부른다.
주가대폭락과 세계대공황 때문에 자신의 명성만큼이나 커다란 조롱거리로 전락했던 경제학자가 있다. 천재 경제학자로 당대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던 어빙 피셔(Irving Fisher, 1867∼1947)가 바로 그 사람이다. 그는 주가폭락으로 자신의 명성과 부를 하루아침에 날려버리고 말았다. 그는 주가 대폭락의 1주일쯤 전에 주가는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뿐만 아니라 폭락 몇 일 전에도 아직 주가가 실질가치에 비해 현저하게 낮다고 했다. 심지어는 폭락 당일에도 주가 폭락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상승될 충분한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3년 만에 1/10 수준으로 하락하였다. 그 결과 발명 특허까지 받아 커다란 부를 안겨주었던 그의 회사는 망하고 엄청난 손해까지 보았다. 심지어는 당대 자타가 공인했던 이 유망한 경제학자의 강의를 지속시키기 위해 예일대학에서는 은행에 저당잡혔던 그의 집을 사서 그에게 임대해 주어야 했을 정도였다. 그는 이 일로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경제학자’의 표본으로 불리는 치욕을 덮어쓰고야 말았다. 반면에 그는 지금까지도 계량경제학이나 이자와 화폐에 관한 이론부문에서는 인정받는 경제학자이다.
1920년대의 투기적 투자는 주식시장을 한 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거품을 키운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을 거품으로 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지금 우리 주위에도 자신의 신념이나 상황에 매몰되어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본다. 이런 사람들이 현재 한국경제에서 의미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면 큰 걱정이다. 왜냐하면 이들이 내린 판단의 결과를 국민 모두가 함께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를 거울삼아 배우고 깨닫지 못하면 역사의 보복이 재현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