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맛대로 보라] ⑦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네 맛대로 보라] ⑦연극 ‘죽여주는 이야기’
  • 성정아 수습기자
  • 승인 2008.10.14 17:10
  • 호수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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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욕망이 빚어낸 비극의 탈출구 ‘자살’을 생각한다

이번호 '네맛대로 보라'는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하고 있는 '죽여주는 이야기'를 찾아보았습니다.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이번공연. ‘자살’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배우들은 유쾌한 웃음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의 큰 호응을 받으며 시즌2를 맞이 하였습니다. <편집자주>

우리는 지금 혼돈의 시대를 살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상반기에는 ‘먹는 문제’로 하반기에는 ‘죽는 문제’로 극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줄줄이 이어지는 연예인들의 자살, 그를 본 일반인들의 모방자살…. 이제 우리 사회도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담론을 세상으로 꺼내 놓을 때가 되었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한 반향이 남달리 ‘유난한’ 사회였다. 그래서 죽음을 파는 행위들이 번성하고 그것이 설령 사기일지라도 적당히 눈감아 주는 의식 구조에 놓여 있다. 그런 의미에서 ‘죽여주는 이야기’는 음미해 볼 만하다.

‘안락사’, ‘마돈나’, ‘바보레옹’ 등의 주인공 모두가 직간접적으로 죽음과 연결된 끈을 가지고 해학과 풍자로 이 연극을 이끌어 간다. 유명한 자살사이트 운영자 안락사의 등장으로 연극은 시작된다. 안락사는 자신이 직접 만든 다양한 자살방법을 소비자에게 소개시켜주고 그들을 확실한 죽음의 세계로 안내하는 사람이다. 어느 날, 안락사의 사무실에 마돈나라는 ID를 가지고 있는 여자가 자살을 도와달라며 안락사를 찾아온다. 바보레옹이 등장하고 우여곡절 끝에 마돈나는 결국 살인청부업자 바보레옹과 자신이 운영하는 자살사이트의 회원들을 빼돌린 안락사를 응징하러 왔다는 것이 밝혀진다.

여기서 요즘 돌림병처럼 번져 가는 죽음(자살)을 생각해 본다. ‘자살’. 그들은 왜 자살을 선택하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자살의 문턱을 넘게 하는 것일까. 모두 절박한 사연들을 남기고 떠나는 죽음들이다. 카뮈는 자살을 ‘살만한 가치가 없는 인생을 고백하는 것’이라고 정의하였다. 하지만 자살은 ‘또 다른’ 삶으로의 선택은 아닐까? 인생의 막다른 골목, 퇴로가 없는 골목길을 맴돌다 보면 또 다른 세상을 꿈꾸는 것이 인간의 본능은 아닐까?

다시 ‘죽여주는 이야기’는 계속된다. 샴푸를 먹고 비눗방울을 뿜으며 죽을 수 있는 ‘샴푸의 요정’, 추락의 충격이 크지만 우산을 쓰고 다이빙하여 멋있게 죽을 수 있는 ‘스카이 다이렉트’ 등 안락사가 회원들의 죽음을 위해 만든 상품의 설명과 지독한 근시 때문에 얼굴을 비비며 상품설명책을 보는 마돈나와 죽음이 두려운 바보레옹의 코믹 연기는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자살’이라는 주제를 유쾌하게 풀어내며 관객들이 웃으며 연극에 빠져들 수 있게 한다.

사실 ‘자살’이라는 무거운 주제에 비해 계속 되는 웃음 속에서 극 내용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한 괴기스러움이 느껴지는 마돈나의 분장, 안락사의 상품리스트에서 소비자들은 쇼핑을 하듯 죽음을 상품처럼 고르게 된다. 불안함이 느껴지는 세트장, 자살을 옹호하며 사람들의 죽음을 도와주지만 ‘죽긴 왜 죽어? 목숨이 얼마나 소중한건데’라며 정작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는 비웃으며 부정하는 안락사의 태도에 관객 역시 뭔지 모를 불안감을 느끼며 관람하게 되지만 배우들의 몸을 사리지 않는 연기, 신선한 소재에 유쾌한 발상으로 웃음을 이끌어내는 그들에게 참신한 면에서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사람이 살면서 죽을 이유를 대려면 수천가지는 될 것이다. 하지만 막상 죽음을 맞으면 갖가지 핑계를 대며 죽음을 피하고 싶어한다. 마돈나, 레옹, 안락사도 죽음을 찬양하며 그것을 위해 모였지만 결국 각각의 진심을 들어보면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었다. 연극 후 떠오르는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기에 연극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언급하지 않겠다. 하지만 이 연극을 본 후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자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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